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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EBS노조, “수능 타령하다 정체성 실종 위기” 

전반기 사상 최대호황, 비판의식은 실종

[프레시안 이영환/기자]  EBS 교육방송이 수능방송에 몰두한 나머지 언론 본연의 임무는 물론 공영방송의 위상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전반기 최대호황, 비판의식은 실종”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위원장 이상철)는 지난 27일자로 발행한 노보의 <노설>을 통해 “올해 전반기 EBS는 눈부신 마케팅 효과를 누렸지만 한편으로는 뜨거운 논쟁의 사회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수능방송이라는 단기적 사회 과제의 해결에 몰두하다가 점차 방송의 공익성과 보편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설은 한 예로 “모의고사가 있었던 지난 6월의 경우 16시간 동안 생방송을 하느라 정규편성이 어그러지고 말았고, 다음달 16일에 예고된 모의고사는 또다시 공익적 목적으로 신설된 2개 프로그램의 2회차를 잡아먹을 지도 모른다”며 “언제까지 수능을 위해 지상파를 내줘야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노설은 또 “EBS의 수능 강화는 시청자와 우리가 덜어내고 싶었던 과외방송이라는 이미지로 EBS를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며 “수능방송을 위해 부족한 예산에 2백억원이라는 국고를 끌어다 써 학교 도서관 확충과 같은 중요한 예산이 뒤로 밀리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이제라도 학교에 대한 예산 지원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설은 이어 “우리는 학교에 맞서지 않고 사회적인 역할을 분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EBS가 문제풀이식 수능 강의라는 ‘당의정’을 방송하지 않고, 방송 매체를 활용한 인문학적 소양,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 민족 문화에 대한 시청자의 간접체험 기회 제공 등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에 휘둘리지 않도록 도와달라”

 

  노설은 EBS가 공영방송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국고지원을 끊을 수 있게 외부에서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노설은 “시청률에 신경 쓸 일 없는 공익 프로그램은 공공재원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지만 KBS로부터 배분되는 수신료는 3%인 1백30억원에 불과하고 방송발전자금은 매년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어 결국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고 지원에 따라 정부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EBS의 안정적인 재원방안 마련에 사회적 연대의 정신을 보내 달라”고 제안했다.

 

  이상철 EBS지부 위원장은 “수신료 배분비율을 높이고 방송발전기금을 안정적으로 지원받는다면 국고지원을 받지 않아 교육부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공익 서비스 의무를 다할 수 있을 것”이라며 “EBS가 상업주의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공영방송으로서 방송의 공공성을 사수할 수 있도록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EBS지부의 <노설> 전문이다.

 

  EBS의 공공성을 지켜내는 것은 사회적 책무다

 

 ; EBS는 사교육 증후군이라는 만성적 질환에 수능 인터넷방송이라는 해열제를 투약하였다. 교사와 교육운동진영은 유독성분이 포함된 해열제라며 처방전에 강한 의구심과 함께 반발을 하며 곳곳에서 투약을 중지하였다. 해열제를 처방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아직 열도 내린 것 같지 않은데 정부는 EBS를 통한 수능 인터넷 방송이 성공적인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해열제 성분의 한 구성요소인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더욱 당황스럽다.

 

  이 때 영양제를 자처하는 교육혁신위의 대입제도 개선안 발표는 많은 실망을 안겨준다. 영양제일수는 있지만 질환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수술은 여전히 집도되지 않았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사실 더욱 큰 문제는 교육의 위기라는 병의 원인과 진단이 의사마다 다르고, 합의를 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병만 봐서는 도대체 무엇이 원인인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와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은 EBS를 통한 병의 진단과 치유방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모색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그러나 그것은 EBS의 역할 가운데 일부분일 뿐이다.

 

  2004년 전반기 EBS는 눈부신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4월 시작된 <수능 인터넷 서비스>는 다수의 지지를 모았다. 1조 4천억원이라는 IT와 전자산업의 경기부양 효과도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EBS에서 자리를 떠났던 20, 30대 젊음들이 매일 에서 오붓한 저녁을 보내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5, 60년대 주린 배를 채우기보다 허기진 정신과 마음을 채우기에 절박했던 시절의 낭만을 자극하는 기획드라마 <명동백작>이 후반기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다음 주부터는 편성에 있어 가히 혁명적이라 할 파격을 선보이며 발밑을 응시하던 눈을 들어 아시아를 보듬어 보는 <다큐 페스티벌>이 1주일 간 쉼 없이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뜨거운 논쟁의 사회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언론의 생명이랄 수 있는 비판의식은 어찌된 일인지 잦아들고 있었으며, 언급할 만한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다. 채널 마케팅은 정책과 이벤트로 성공한 것이지, 정규 편성의 역할이 아니었다. 사회체육이라는 기초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수들만 빛을 보는 엘리트 체육이 메달 따기에도 성공적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발군의 실력을 펼치기 위한 든든한 교두보가 없다. 정규편성의 주력군 없이 특집이라는 기동타격대만 양성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지상파는 수능과 모의고사라는 강제된 사회적 과제의 해결과 동참에 거듭 소용되고 있다. 6월 16시간 생방송을 시작으로, 다음 달 16일에 또다시 예고된 모의고사는 공익적 목적으로 신설된 프로그램 두개의 2회 차를 잡아먹을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진행을 맡은 누굽니다. 처음 시작하지만, 다음 주는 모의고사 관계로... 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특집 때문에 정규편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EBS 독립공사화를 이뤄내며 지키고자 했던 방송의 공익성과 보편성은 단기적 사회 과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라는 명제로 지상파를 내줘야 하는가. EBS 수능 강화는 시청자와 우리가 덜어내고 싶었던 과외방송이라는 이미지로 EBS를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 부족한 예산에 2백억이라는 국고를 끌어다 썼고, 정부에서 준 돈이 제대로 쓰여졌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완전주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자기합리화를 변명한다.

 

  사교육비 열풍은 왜곡된 몰두에서 비롯된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실력보다 학벌에, 정규교육보다 찍기 과외에 의존한다. 정공법이 아닌 편법, 합법 아닌 탈법을 선호하게 만든다. 자신이 힘들여 노력하기보다 타인의 노력을 돈으로 구입하려 든다. 물신 풍조가 교육에 만연한 까닭이다.

 

  지난 반세기 통치 권력은 교육을 정치의 시녀로 복속시켰다. 근대화와 1인당 국민소득이라는 초과달성이라는 통치논리가 역사이고, 사회인식의 전부인 것처럼 조장했다. 파시스트 군사정권은 국민들이 일사분란한 단결과 명령에 절대 복종하기를 원했다. 권력은 통치 기간을 연장하기에 급급했고, 비판적 지성보다는 실용적 지식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모든 것이 국가의 이름으로, 근대화의 이름으로 통제되고, 인권은 무시되었다. 그 결과 사회 전반이 말초적 자극과 당의정을 입힌 것들에 익숙해졌다. 방송 프로그램도 그렇게 변화해 간다. 이성에 의한 합리적 사고와 비판의식은 이제 교과서에서만 운위될 뿐 실제로 그 가치를 믿는 사람은 희귀하게 되었다. 상업주의 세력들은 한 술 더 떠 균등한 교육 기회의 제공이 더 이상 국가의 의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애초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 시기 단순암기 측정을 뛰어넘는 통합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으로 출발하였다. 근대화에 걸맞지 않은 학교는 여건 개선이 필요했다. 학생들의 학습 환경 개선을 위해서 더욱 많은 예산과 신규 교사 충원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들에게 통합적 사고력을 배양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돈줄을 쥔 관료들과 상업주의자들은 효율성의 이름으로 교육이 자신들의 지배 아래 놓이는 것을 바라지, 학생들이 진정성을 갖춘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학교에 예산과 적절한 지원이 우선해야 한다. 하지만 EBS 수능강의에 대한 예산 지원 때문에 학교 도서관 확충을 위한 예산이 뒤로 밀렸다는 후문이다. 만약 EBS가 국고지원을 받지 않고도 좋은 방송을 할 수 있었다면, 비판적 지성을 갖추는 데 꼭 필요한 책을 구입하는데 활용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 맞서지 않고, 사회적인 역할을 분담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EBS가 문제풀이식 수능 강의라는 당의정을 방송하지 않고, 방송 매체를 활용한 인문학적 소양,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 민족 문화에 대한 시청자의 간접체험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사회는 EBS가 제대로 된 공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EBS 지상파를 살려내고, 위성채널들이 역할을 분담하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공익적 프로그램은 공공재원으로부터 나온다. 광고수주로 이어지는 시청률에 신경 쓸 일 없는 공익 프로그램은 공공재원의 토대위에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그러나, KBS로부터 배분되는 수신료는 전체의 3%, 130억에 불과하다. 매년 널뛰기하는 방송발전자금은 내년에 170억 정도 받을 것이고, 그마저도 국고 받는 데 무슨 증액이냐며 방송위원회로부터 30억이나 깎인 상황이다. 이마저도 기획예산처를 통과해 국회 예산 심사까지 받아야 한다. 전체예산에서 130억 수신료 말고는 안정적인 것이 없어 광고와 사업수익을 포함한 상업재원이 70%에 달한다. 그래서 정부에 손을 빌려 국고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장기기획을 방송하며, 연구개발을 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는 뜨거운 연대의 정신으로 사회적 해결을 제안한다. 수신료 배분비율을 높이고, 방송발전기금을 안정적으로 지원받는다면, 국고지원을 받지 않고 교육부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게 될 것이며.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공익 서비스의 의무를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BS가 상업주의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공영방송으로서 방송의 공공성을 사수하는 싸움에 동참하기를 제안한다.

 

  2004. 8. 27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이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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