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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서울대 공대, 그리고 연극 배우

2005.03.21 02:43

조회 수:9184


서울대 공대, 그리고 연극 배우


20년 전통의 서울공대 출신 아마추어 연극 모임 실극 ..연극속에 자신을 돌아본다

공과대학하면 떠오르는 건 뭘까. 논리, 합리적 사고, 밤샘 연구, 엔지니어 등등. 공대와 문화는 그다지 상관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한국 최고의 서울대학교 공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 서울대 공대생들이 만들어 오랜 세월을 이어온 아마추어 연극회가 있다. 이 연극회 단원들의 평소 신분은 회사 사장, 연구소 연구원, 대학교수 등 다양하다. 그야말로 아마추어 광대들인 셈.


하지만 아마추어라 해서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이들이 연극 인생에 몸을 담아온 지는 무려 20년이나 됐다. 처음 동아리처럼 연극회가 만들어진 것은 1967년의 일이다.

   

당시엔 서울공대가 공릉동에 있을 때인데, 놀이나 문화생활 할 꺼리가 없었어요. 학교 앞에 그저 다방 두어 군데, 당구장 두어 군데 이것 뿐이었거든. 그러던 1967년 봄 어느 날 이상렬이라는 친구가 연극 연습을 한다길래 구경을 갔어요. 뒤에서 그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연출선생이 나를 지목하지 않겠어요? 대학 때 연극 한번 구경해보지 못했는데... 대본을 읽어 보라길래 혼미해진 상태로 대본을 읽었는데 연출 선생이 날 주연으로 강제선택 한 거예요. 그러던 게 오늘에까지 온 거죠.

 

공대 앞에 놀 거리가 없어서 심심했다던 공대 전기과 65학번인 이문로 한국사회 새손 연구원 원장은 삭막하게 살 순 없다 싶어서 연극을 시작했다 며 옛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 원장은 연극회의 초대회장이기도 하며, 밤늦은 연습장에도 꼬박 모습을 나타내는 열성멤버다.

 

이렇게 만들어진 서울공대 연극단은 1985년 공식적인 창립모임을 갖는다. 극단 이름은 실극 으로 지었다. 한글로 실극 인데, 실 자가 實`(열매실)인지 失`(잃어버릴 실)인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고 한다.


창립모임에서 이들은 2년에 한번씩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지금껏 딱 두 번 빼먹었고, 올 3월에 다시 연극을 무대에 올리면 총 7번째가 된다. 배우와 관객은 모두 서울공대 동문들이다.


최고 원로인 65학번 이문로 원장을 비롯 68학번 양영일 퍼시스 대표, 70학번 임재봉 국민대학교 교수, 74학번 김인수 삼창텔레콤 대표, 75학번 장석권 한양대학교 교수, 78학번 이상헌 건국대학교 교수, 82학번 박혁진 리눅스코리아 대표, 91학번 김광현 한화 화약사업기획팀 과장 등. 60년대 학번부터 90년대 학번까지 30년 인연을 끈끈하게 엮어가고 있는 서울공대출신 광대들이다.

 

연극회의 성격은 보통 어떤 연극을 무대에 올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실극 멤버들은 그런 건 없다 고 했다. 그저 연극을 하면서 즐거워야 하고, 보면서 즐거우면 그만이란다. 지금껏 실연된 극들은 주로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인데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공대 출신이라고 해서 특별히 전공티 내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일례로 2003년 공연했던 연극 생일파티 는 대부분 과거와 현재가 불명확하고 행동 또한 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런데 올 3월에 무대에 올리는 연극의 내용은 멤버들처럼 지식인 들의 삶과 관계가 있다. 이번 작품의 제목은 `파티-그로테스크 심포니`(윤영선 작).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갓 정착한 한 교수가족의 이야기다.


이들은 시골에 내려오자 마자 심각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도시와 시골이라는 공간적 대립, 교수와 농부라는 신분적 대립때문이다. 교수가족 뿐 아니라 토박이 주민도 이들과 섞이지 못하며, 뭔가 모를 못마땅함에 교수가족에 폭력을 구사한다. 결국 연극은 서로 이질적 두 집단 간 화해를 이루지 못하고 온통 혼동 속에서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은 벽을 쌓고 혼자 고립돼 살아가기를 원하는 현대인들의 실상을 표현하고 있다고 연출을 맡은 이기호씨는 말했다.(그는 프로연출가이다.) 나만 잘 쓰고 잘 입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살면 그만인 현대인들은 결국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혼자만의 성에 갖혀서 일생을 보내게 되는 일면을 풍자했다는 설명.


어쩌면 요새 인기 최고인 주상복합 아파트도 그런 고립 을 원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일 수 있으며, 그런 면에서 볼때 이 아마추어 연극인들은 나만 잘먹고 잘 살면 되는 고립된 현대인 임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라고 이씨는 덧붙였다.

 

사실 연극이란 게 그렇다. 나와 다른 이의 삶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생을 성찰할 기회도 가져보게 된다. 이 아마추어 광대들이 원한 것도 바로 이런 점들이다. 여기에 선후배 간에 쌓이는 끈끈한 정은 덤이다.(여기서 잠깐. 박혁진 리눅스코리아 대표는 결혼을 좀 일찍 했는데, 여학생이 많은 인문대 연극회와 조인트 연극을 하다가 부인을 만났다고 한다.)

 

딱딱하고 논리적인 배움 속에서도 풍요롭고 부드러운 감성을 가지고자 많은 인연들과 열정을 만들어왔던 우리. 그런 우리 광대들에게 실극 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참으로 앞으로 깊이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 귀중한 화두가 아닐까? 그리고 소중한 사람 자체였고, 이고, 일 것이겠지? (지난 6회 연극 화보집에 실린 이문로 원장의 축사 가운데서)

 

서울공대 출신 광대들이 선보이는 제7회 연극 `파티-그로테스크 심포니`는 오는 25~27일 3일간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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