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미래 기술의 중심에도 부품소재가 있다

홍 국 선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


부품소재산업은 나라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은 없어 보이지만 완제품의 경쟁력이 여기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유비컴이 미래 정보통신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기전자, 우주항공 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유비컴에 맞는 새로운 소재가 개발되고 값싼 고성능의 부품이 공급되지 않으면 유비컴 기술은 현실세계와 결합될 수 없는 것이다.


기술의 퓨전(융합)시대가 열리다

21세기 들어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우리 산업 여러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최근 들어 스마트 자동차 나 홈 자동화 를 실현시킬 수 있는 새로운 IT패러다임인 유비쿼터스(Ubiquitous)컴퓨팅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비컴이 미래 정보통신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기전자, 우주항공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기술의 퓨전(융합)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미 미국, 일본 등은 유비컴 관련 분야를 선점하기위해 야심 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 한국에서도 e-Korea에 이어 u-Korea계획을 수립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유비컴이 열어줄 장밋빛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를 듣고 있으면 유비컴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 같다.

그러나 유비컴 기술이 스마트 홈, 스마트 카, 스마트오피스, 스마트 태그(RFID) 등 다양한 응용분야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각종 센서와 무선통신부품, 반도체칩

등의 성능이 좀더 향상되어야 할뿐 아니라 부품크기를 작게 하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 MCM(Multi Chip Module)기술을 이용하여 집적화되어야 한다. 유비컴에 맞는 새로운 소재가 개발되고 값싼 고성능의 부품이 공급되지 않으면 유비컴 기술은 현실세계와 결합 될 수 없는 것이다.

미래기술은 퓨전(융합)기술 시대라고 한다. 한 분야의 새로운 첨단기술을 하이테크(high tech)라고 하고, 비록 한쪽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범용기술이라도 그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것을 하이 터치(high touch)라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하이테크가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서로 다른 분야간에 기술을 혼합하여

새로운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이테크와 하이 터치의 영역구분이 없어지는 퓨전기술이 하이 터치인 것이다.

하이 터치는 전기전자 분야의 제어기술인 마이크로 프로세스를 전자레인지, 세탁기, TV등 가전제품 컨트롤 분야에 적용하는데서 시작하여 최근 SUV 디젤 자

동차의 커먼레일 연료분사 장치를 기계식에서 전자제어 방식으로 바꾸는 데까지 왔다.

날로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연료분사량과 분사시기를 최적화함으로써 매연을 줄이고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 전자제어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앞으로는 자동차와 같은 기계분야에 전자제어 기술뿐아니라 유비컴 기술까지 합쳐진 기술퓨전시대가 오고있다.


부품기술과 소재기술이 융합돼야

기술분야에서 이러한 융합화개념은 부품소재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다. 한가지 금속으로 구현할 수 없는 특성을 얻기 위해 여러가지 금속을 함께

용융시켜 스테인리스합금과 같은 새로운 소재를 제조하였다.

또한 볏짚을 섞어 튼튼한 진흙벽돌을 만들 듯이 유리나 카본 파이버를 플라스틱에 섞어 FRP(Fiber Reinforced Plastics)란 복합재료를 만들어왔다. 이미 소재분야에서는 만드는 방법에 퓨전개념을 활용하고 있었다. 재료의 전기적, 기계적, 열적, 화학적 특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재료를 혼합하여 새로운 소

재를 개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 응용되는 분야의 기술과 소재기술이 융합되어야 한다. 전자부품은 소재 기술과 전기회로설계기술이 접목되어야 우수한 성능을 가질 수 있고, 기계부품은 소재기술과 기계역학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바이오(생체)부품은 소재기술과 의학기술은 물론 전자기술이 융합될 때 원하는 기능을 얻을 수 있다.

미래기술이 몰고 올 변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제품시장의 변천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업화가 시작되는 1960년대 이전부터 롤렉스 시계, 몽블

랑 만년필, 지프 자동차, RCA TV, 라이카 카메라란 제품명이 알려졌고, 1970~1980년대에 들어서는 소니 TV, 워크맨 등 외국제품을 비롯하여 금성, 삼성 가전 제품과 포니 자동차 등과 같이 제품명 또는 완제품 회사명을 들어왔다. PC 컴퓨터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는 1990년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란 생소한 광고를 접하게 된다. 이제는 인텔(Intel)이라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부품회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완제품 회사들이 인텔의 부품을 사용한다는 것으로 자기 제품의 우수성을 선전하고 있다. 부품소재의 중요성이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현대자동차나 도요타라는 회사명이나 소나타와 같은 제품명은 알아도 델파이나 현대모비스와 같은 부품회사명은 잘 모른다.


부품소재 기술은 2만달러 시대의 열쇠

최근 들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같이 정보통신부품들이 우리나라 주력 수출상품으로 부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완성품 분야에서는 아직도 부품소재 산업이 취약한 실정이다. 그 예로, 우리나라 주력 상품인 자동차와 핸드폰의 수출이 늘수록 부품수입이 동시에 증가하여 헛장사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품을 조립하여 완제품을 생산하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로는 2만달러 시대의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가 없다. 미국의 퀄컴이 핸드폰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고 인텔이 컴퓨터를 조립생산하고 있지 않다. 독일 보쉬사의 커먼레일 전자 제어기를 수입하여 SUV자동차를 조립하는 한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만족해야 한다. 부품소재 기술이 2만달러 시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국가차원의 대량생산 시설을 갖추기 시작하면 우리 제품의 경쟁력은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생산성 향상과 저임금에 기초한 경쟁력 확보 전략에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한 것이다.

부품소재 산업은 우리나라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은 없어 보이지만 완제품의 경쟁력이 여기서 나온다. 부품소재는 농산물과 같은 것이다. 음식점이 돈을 벌고 농사짓는 사람은 돈을 벌기 힘들다. 그러나 배추파동, 고추파동과 같이 공급이 달리거나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우리만 생산할 수 있으면돈이 되는 것이다. 요리를 제대로 못하는 시절에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잘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졌지만, 요즘과 같이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조리법이 보편화 되어 비슷비슷하게 만들 수 있으면 사용하는 음식재료에 따라 맛이 차별화된다. 최근 들어 선진국에서와 같이 우리사회 일부 음식점에서 고랭지 채소나 양념류를 사용하거나 자체 사육한 고기를 쓴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조리법보다는 재료가 음식을 좌우하고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좋은 소재와 우수한 부품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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