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공통] 발명가와 공학기술자의 차이

2004.12.31 08:21

lee496 조회 수:5206

 

K군에게:


자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서 사회에 변혁을 주는 것을 꿈꾸고 있다는 것도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역시 자네가 의대보다는 공대 체질이라는 느낌을 크게 받았으며, 많은 격려를 보낸다. 그런데, 자네 글을 통해서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공학기술자는 발명가와 구분된다는 것이다. 자네의 아이디어가 아무리 기발한 것이라도, 공학기술자가 추구하는 것은 그것 이상이다.


내가 특히 기계공학기술자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종합적인 시스템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종합적인 시스템이라고 하면, 제트엔진도 하나의 예이다. 프로펠러 추진기관의 단점을 뒤엎는 일종의 jump up과 같은 동력기관이다. 이것을 통해서 제트 여객기(이것도 종합적 시스템의 하나임)가 가능해 졌고, 이것은 또한 사회에 큰 임팩트를 주었다. 우주왕복선도 하나의 예이다. 대기권 밖을 왕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운송기관이다. 휘발유로 가는 자동차, 전기자동차, 레이저프린터, 화성탐사선, 냉장고, 평판디스플레이, 휴대폰, 인터넷, 각종 로봇,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종합적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종합적 시스템은 절대로 한 사람의 힘으로는 창조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반드시 팀웍을 통해서 이루어 진다. 여기서 팀이라는 것은 다양한 분야의 공학기술자, 산업디자인, 경영 등등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창조한다는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의 공학기술자들에 의해서 이룩된 기술적 업적 및 제품들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우주왕복선을 창조개발하는 팀이 백지장에서 출발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기존의 모든 기술들과 제품들을 기반으로 거기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발명가는 팀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오직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작품을 만들어서 특허를 받아 놓는다. 그러나, 공학기술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그것이 곧 사회에 변혁을 주고 이윤을 창출한다고 할 수 없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특허들이 출원되는지 알아 보아라. 따라서, 공학기술자의 관점에서 발명가는 하나의 아마츄어일 뿐이다. 자네는 에디슨이 발명가라고 생각하느냐? 절대로 그렇지 않다. 에디슨은 휼륭한 공학기술자이었으며, 벤처기업가이었다. 그는 많은 인력들을 이끌고 새로운 공학적인 제품, 즉 종합적인 시스템을 창조 개발한 것이다. 그는 또한 과학자도 아니었다. 그는 투철한 벤처기업정신으로 무장된 휼륭한 공학기술자이었다. 그리고, 그는 또 하나의 공학기술자 경영인인 포드와도 절친한 관계이었다. 미국의 미시간주에 갈 기회가 있으면 포드 박물관과 에디슨 박물관을 꼭 들러 보도록 해라.

에디슨이 한 말 기억나느냐? 5%의 영감과 95%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 왜 이 말을 했겠느냐? 그도 역시 하나의 아이디어를 공학적 제품으로 연결시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팀웍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네가 아이디어를 이야기 하는 것은 참으로 좋다. 나도 중학교 때, 미래에는 TV가 아주 얇아져서 판넬처럼 벽에 거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하는 아이디어를 가져본 적이 있다. 배기가스로 얼음판을 녹이는 아이디어도 좋다. 그러나, 배기가스로 나오는 열량과 도로위의 얼음을 녹이는 열량을 정확히 계산해 보고, 특히, 배기가스의 분출속도 및 자동차 주행속도에 따른 열전달 현상에 대한 모델을 세우고, 분석을 해보아야 하며, 배기구의 변형에 따른 안전성 및 엔진 효율에 미치는 효과 등도 규명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바로 공학기술자의 몫이다.


자네는 바로 이러한 능력을 길러서 나중에 하나의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최종적인 제품으로 연결시키는 팀의 리더가 되는 공부를 하러 여기 온 것이다. 물론 자네가 지금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그러나, 지금 더욱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자네가 4대 역학을 마스터하고, 한편으로는, 공학설계가 무엇이고 어떠한 방법론이 있는지를 공부하는 것이다.


나는 자네가 그러한 창의적 노력을 하는 것을 아주 격려하는 바이다. 그러나, 지금은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 공학적 방법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아이디어만 혼자서 쥐어짜는 것으로는 영원한 아마츄어 발명가가 될 뿐이다. 그것은 프로페셔널이 아니다. 자네가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아서 방황하고 있지나 않는지 걱정이다. 이제는 기계공학의 전공 공부에 전력을 다해야 하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자세를 인접공학 공부에 눈을 돌리는데 써라.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컴퓨터 통신이 과연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대에 가서 산업디자인은 어떻게 하는지 이러한 것들도 같이 공부를 하라는 말이다. 만일, 가장 핵심적인 중요한 공부는 등한히 하고, 머리 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싸운다면 이것은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를 전혀 모르는 채 주변만 맴도는 것일 뿐이다.


앞으로 전공 공부를 하면 더 잘 알겠지만, 솔직히 아이디어만 내는 것은 매우 환상적이면서 쉬운 일이다. 그러나, 무책임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아이디어만 낸다고 그것이 공학적인 종합적인 제품으로 즉시 연결되는 것이 절대로 절대로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지적을 하겠다. 자네는 15-20년 뒤를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기존 제품에 대해서 너의 아이디어를 고정하면 안된다. 15-20년 뒤에 자네는 과연 지금의 자동차가 얼마나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그 때 가서는 전기자동차가 50%가 넘을텐데.... 그렇다면, 지금 배기가스를 활용한다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큰 잠재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더 멀리 더 크게 더 넓게 너의 관점을 넓혀라. 그러한 창의적인 자세를 잃지는 말되, 더 멀리 더 크고 더 넓은 도메인을 바라 보고, 15-20년 뒤에는 자네가 정말로 사회에 임팩트를 주고 변혁을 가져오는 종합적 시스템을 창조 개발하는 팀의 선봉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지금 자네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아주 자명해진다.


너무 조급하게 서둘지 말 것이며, 아마츄어적인 아이디어를 짜내느라고 보내는 시간보다 오히려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서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큰일을 하려면 지금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지? 너의 창의적 도전의식을 절대로 나무라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억누르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잠재성을 가슴에 품고, 지금 기초를 단단히 하라는 말이다.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 것도 아니며(심지어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도 백지장에서 출발한 것이 아님), 더우기 혼자서 성공시킨 것도 절대로 아니며, 프로페셔널한 모든 공학적 방법론과 역학적인 지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예품 제작하듯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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