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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정육면체의 꼭지점 8개에는 양이온이 있고, 중앙에도 양이온이 하나 있으며, 6개 면은 16족의 할로겐 원소로 채워진 특이한 구조의 화합물, ‘페로브스카이트’다. 차세대 태양전지로 꾸준히 주목 받아온 귀한 물질이다.

 

그런데 페로브스카이트를 태양전지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에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태우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2015년 12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해 화제를 일으켰다.

 

‘페로브스카이트=태양전지’ 공식 깨


태양전지와 LED 디스플레이는 모두 반도체를 사용하지만, 원리는 정반대다. 태양전지에 적합한 것으로 판명된 물질의 특성이 LED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가령 반도체는 빛을 쪼이면 원자 사이의 구조가 바뀌고 전자가 들뜬 상태가 된다. 전자가 있던 자리는 빈 자리, 즉 정공(positive hole)이 되고, 전자와 정공은 각각 음(-)전하와 양(+)전하를 띠게 된다. 이렇게 전자와 정공이 순간적으로는 갈라진다고 해도, 둘은 계속 붙으려는 성질을 갖는다. 음극과 양극으로 분리돼 두 극 사이에 전류가 계속 흘러야 작동하는 태양전지에서는 전자와 정공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떨어뜨려 놓는 게 중요하다.

 

반면 LED는 반도체에 전기를 흘려준 뒤 빛을 얻는다. 전자가 들뜬 상태일 때 전기를 흘려주면 전자가 정공과 만나면서 빛을 내뿜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자와 정공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끌어당기는 힘(인력)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태양전지와는 정반대 원리다. 때문에 전자와 정공의 거리가 멀수록 태양전지에서는 성능이 향상되지만, LED에서는 성능이 저하된다.

 

 

전자와 정공 사이의 거리가 먼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전지 분야의 ‘황태자’로 꼽힌다. 20여 년간 간신히 효율을 10%에서 20%로 높인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페로브스카이트는 연구 시작 5년 만에 3%에서 20%까지 효율을 높였다. 하지만 LED 분야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의 뛰어난 발광 능력에도 불구하고 상온에서 전자와 정공의 인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간 냉대를 받아왔다.

 

μm에서 nm로 입자 크기 줄여 발광 성공


2013년까지 LED 디스플레이 연구를 하던 이 교수가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용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우연한 기회였다. 그 해 겨울 미국에서 열린 재료연구학회(MRS)에서 페로브스카이트의 색 순도가 매우 높다는 발표를 들은 것이 계기였다.

 

색 순도는 발현되는 색이 원색과 얼마나 가까운지 나타내는 척도로, 색 순도가 높을수록 천연색에 가까운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렇게 색 순도가 높은 물질을 LED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니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단 페로브스카이트가 상온에서 빛을 내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전자와 정공의 거리가 멀어 정전기적 인력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거리를 줄이면 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아이디어였다. 이 교수는 마이크로미터(μm·1μm는 100만 분의 1m) 수준의 페로브스카이트 입자를 90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까지 줄였다. 그러자 상온에서 3%에 머물던 박막의 발광 효율이 36%까지 향상됐다. 이를 이용한 LED의 효율도 8.53%로 크게 올랐다. 현재 사 용되는 OLED 디스플레이의 경우, 소자 발광 효율이 25% 정도로 앞서 있지만, 발전속도는 OLED 못지 않다.

 

이 교수가 개발한 방법은 현재 생산되는 LED 공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공정 시스템을 따로 구축할 필요가 없고, 생산비용이 기존 LED 대비 10분의 1 수준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 교수는 “아직 상용화하기에는 효율이 낮지만, 높은 색 순도와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미래 디스플레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 : 최지원 기자
사진 :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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