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25 01:50
로봇 테크놀로지가 뜬다
조동일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디지털타임즈. 2004. 2. 2)
어렸을 적 멋진 전투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 영화를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로봇 조종사나 로봇박사가 되려는 꿈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봇은 이제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현실의 일부가 됐다.
로봇의 어원은 체코의 희곡 작가 카펠 차베크가 작품에서 처음 사용한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 등에서 사람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는 독자적인 지능체로서의 로봇 개념이 완성된다. 로봇은 그 후로도 주로 미래소설의 상상 속에서 존재하다가 1950년대 산업용 로봇이 개발되면서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각광받게 된다.
산업현장에서만 주로 이용되던 로봇이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 데는 1999년 일본 소니에서 출시한 애완용 로봇 `아이보의 공이 컸다. 아이보는 출시한 당일 매진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개인용 로봇에 대한 잠재 수요를 확인시켜 주었다.
일본 미츠비시 연구소는 2020년이면 로봇의 전체 시장 규모가 약 1조4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같은 시기의 IT분야 시장 규모가 5조4000억 달러, BT분야가 1조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IT와 BT에 버금가는 `RT(Robot Technology)라는 또 다른 거대한 시장을 가진 분야가 태동하고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RT를 이루는 요소 기술로는 `지각(perception) `인지(cognition) `동작(motion)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시각ㆍ청각ㆍ촉각ㆍ미각ㆍ후각 등 오감과 위치ㆍ속도ㆍ힘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지각 기술은 센서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로봇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시각 정보의 획득이 매우 중요한 데, 이러한 시각 정보의 획득에는 CCD나 CMOS 카메라가 주로 이용된다. 로봇의 정확한 제어를 위해서는 초음파나 레이저 등을 이용한 거리 센서가 필요하고, 가속도와 자이로 센서 같은 위치추정 센서 등도 장착돼야 한다.
이처럼 하나의 로봇을 만드는 데는 수많은 센서 기술이 결합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로봇 센서 기술은 거의 전무해 대부분 고가의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입 센서들 또한 그 성능이 로봇에 적용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 대체적 평가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센서의 경량화 및 소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초소형정밀가공기술(MEMS)부문에서는 세계 일류 수준에 근접할 정도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즉, 정부차원의 과감한 투자만 뒤따른다면 MEMS분야에서 상당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로봇 산업이 선진국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센서 분야에 대한 투자 순위가 `최우선으로 조정돼야 할 것이다.
현재 로봇산업을 선도하는 국가는 일본ㆍ미국으로, 특히 1위인 일본은 생산 규모나 사용 대수 등 두 가지 측면에서 미국에 비해 2배 이상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로봇 생산 규모에서는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그 분야가 산업용 로봇에 국한돼 있을 뿐 개인용 로봇이나 기초 기술에 대한 연구 기반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다만, 한국은 반도체 분야에서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 기술 및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등 나름의 강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의 취약점을 공략할 경우, 가까운 장래에 로봇산업에서 한국 특유의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과기부ㆍ정통부ㆍ산자부 등 유관부처들이 개별 부처 차원이 아니라 3개 부처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ㆍ개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로봇 센서 기술은 기초 기반 기술부터 산업화까지 연구 단계가 폭넓게 형성돼 있는 만큼 범부처간 협력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IT강국에 이어 한국이 21세기 `RT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집중적 투자와 함께 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