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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진정 고등학생을 위한 칼럼 2 ^^

2004.07.07 14:06

eunchong 조회 수:3697

공유할수 있는 과학과 지식혁명
 
홍성욱/서울대학교 자연대 과학사 교수
sungook@chass.utoronto.ca
18세기 후반에 태평양의 해안을 수십년 탐사하고 그 지도를 만들어 돌아가던 프랑스 지리학자가 한 중국 어부를 만났는데, 이 어부가 자신이 아는 만큼 정확하게 해안선을 그리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서양 과학이라는 것이 동양의 무명 어부의 지식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일화를 과학사회학자 라투르는 달리 해석한다. 지도는 중국에서 프랑스로 옮겨간 뒤 인쇄를 해서 나중에 프랑스함대가 중국을 침략할 때 쓸 수 있지만, 어부 머리 속에 든 지도는 그 어부밖에 모르는, 곧 모래사장에 한번 쓰여졌다 사라지는 지식이라는 것이다.

근대 과학의 역사는 세상에 대한 지식을 더 효과적으로 이동하고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왔던 역사다. 수학을 사용하고, 자연적 분류법을 고안하고, 자연에 근거한 단위와 표준을 만들고, 계량화해서 측정하고, 실험을 통해 통제된 환경을 만들고, 측정 계기를 만드는 과학자의 활동은 지식을 좀더 쉽게 전파하고 또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전세계 과학자들은 거의 같은 표준과 기호를 사용하게 됐다. 용이한 소통은 정보의 폭발을 낳고, 정보의 폭발 속에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속도도 가속화됐다.

실험과학자들의 실험도 흡사한 과정을 겪었다. 실험에 필요한 단순한 숙련은 점차 자동 실험 기기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전했다. 디엔에이(디옥시리보핵산)를 복제하는 것은 1970년대 말엽까지만 해도 오랫동안 훈련받은 소수의 분자생물학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이 실험은 대학 고학년 학생의 실험밖에는 안된다. 인간게놈계획을 위한 디엔에이 복제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이라는 기술로 전부 이루어진다.

지식이 중요한 경제적 재화가 되었다고 할 때, 그 지식은 인간의 머리와 몸에서 분리된 지식을 의미한다. 이른바 `암묵적(tacit) 지식에서 `고정된(codified) 지식으로 바뀐 지식이다. 지식 기반 사회가 가능해진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때문에 이 `고정된 지식의 소통과 공유가 혁명적으로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떤 지식을 어떻게 인간의 몸과 머리에서 분리해서 고정된 지식으로 만드는가라는 문제는 통상 기계나 컴퓨터가 아니라 더 고차원적인 인간의 지식노동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여기에 어떤 지식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수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당장 재화가 되는 지식만이 아니라 순수 과학이나 인문학과 같은 다양한 지식이 고르게 발전하고 이것이 `지식 혁명의 기반을 형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 내용은 한겨레 신문에 21세기를 여는 키워드 코너로 연재된 칼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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