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국제공동강의 斷想

2005.02.11 06:59

lee496 조회 수:2508

 

국제공동강의 斷想


김 종 원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만남

 빌딩 문을 나서니 스산한 바람이 휩쓸고 간 넓은 잔디밭 광장 한 가운데 벽돌색 높은 건물의 종탑이 보였다. 내 사무실이 있는 H. H. Dow 빌딩과 G. G. Brown 빌딩은 분명히 한 개의 건물로 되어 있는데 North Campus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G. G. Brown 빌딩으로 가려면 일단 밖으로 나와야 했다.

 “Hello, are you Professor Dutta? This is Professor Jongwon Kim.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얼굴이 약간 검고 짧은 콧수염을 기르고 가는 안경을 쓴, 마른 듯한 전형적인 인도 사람이 컴퓨터 모니터로부터 눈을 돌렸다. 1999년 가을의 어느 날 오후 나는 미시간 대학교 기계공학과의 Dutta 교수를 이렇게 만났다. 이틀 전에 이건우 교수가 내게 이메일을 보내서 좀 만나보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이 양반과 이렇게 만날 일은 전혀 없었을 것이고 그 인연이 오늘까지 끈질기게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Nice to see you, Professor Kim. 눈을 반짝이며 그는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새로운 교과목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아메리카, 유럽 및 아시아 3개 대륙에 펴져있는 대학교들을 연결해서 국제공동강의를 하는데, 주제는 ‘설계와 제조 를 다루며, 3개 대학교의 공대 대학원생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해서 강의를 하자는 것이었다. 유럽 파트너로서는 네덜란드에 있는 델프트 공대 디자인 학부의 Horvath 교수가 섭외 되어 있으니 서울공대만 들어온다면 당장 기획을 시작할 수 있다고 열을 올리며 설명하였다.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나는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당시 기계설계학과 학과장을 7개월 정도 하다가 가족들을 볼모로 거의 협박(?) 수준으로 학과 교수들께 읍소하고 겨우 도망치다시피 미시간 대학교에 연구교수로 와서 이제 어느 정도 이곳의 조용한 생활에 적응하고 있던 나에게 이게 웬 날벼락과 같은 제안인가. 이건우 교수와 친분이 깊은 이 양반이 이제 나를 구세주처럼 여기며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응당 내가 이 과목을 담당할 교수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이것은 이건우 교수가 담당해야 하는 강의다. 내가 할 수 있겠나? 영어로 강의해본 적도 없는 내가 국제공동강의를 한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이건우 교수가 떠올랐다. 대우중공업 파견 사원으로 위스콘신 대학교에 유학하던 시절 나는 신혼의 기분을 그대로 안고 집사람과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훌륭하게 교수 생활을 하던 막역한 친구인 이건우 교수 집을 찾아간 적이 있다. ‘이건우 교수야 말로 미국에서 강의도 많이 했고 특히 설계가 전공이니 적임자다. 라고 생각하고, 일단 나는 좋은 제안이라고 하며 이건우 교수와 의논해 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하고, 도망치듯이 Dutta 교수의 연구실을 빠져 나왔다.


갈등 

Hi, Jongwon. 작은 키에 비대한 몸이고 거의 대머리인데다가 굵은 입술의 Horvath 교수가 입술만큼 굵은 뿔테 안경을 얼굴에 부딪치며 나를 감싸 안는다. ‘아니, 윽, 이거 뭐야? 서로 친해진 사람들끼리는 이렇게 하는 것이 유럽식인가? 남자끼리도 감싸 안다니?’ 하며 나도 얼떨결에 그를 감싸 안는 시늉을 했다. 이 양반에게는 나의 이름은 종원 이 아니라 항상 용원 이다. 당신에게는 항상 일이 따라다니는 모양이야. 낄낄대며 건넨 이건우 교수의 말 한마디에 떠밀려서 제안을 수락한지 벌써 9개월이 지난 2000년 7월의 여름날 아침 나는 델프트 공대의 연구실에서 Dutta 교수와 같이 Horvath 교수를 재회했다. 이제 곧 나는 미시간 대학교에서의 파견 연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야 하고, 가자마자 국제공동강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 번 가슴이 무거워 졌다.

 301동 대형 강의실 118호에 이미 화상강의설비(나중에 1512호로 이동시킴)도 갖추어져 있고,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인터넷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였다. 그리고 한 학기동안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1시간 30분 동안 실시할 강의들의 주제와 각각 누가 강의할 것인지도 어느 정도 결정되었다. 우리는 밤 9시에, 미시간 대학교는 오전 8시에, 델프트 공대는 오후 1시에 강의를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강의 명칭도 Global Product Development (GPD) 로 하기로 했다. 나와 Dutta 교수는 ‘Development’보다 ‘Design’이라는 말을 쓰기를 원했으나, Horvath 교수가 반드시 ‘Development’라고 해야 한다고 해서 양보한 것이다.

 Horvath 교수는 자기가 담당하는 디자인 학부의 우두머리로서 피라미드 구조의 조직에서 왕과 같은 존재이었다. 헝가리 사람이 네덜란드 대학교로 와서 이렇게 군림할 수 있다니, 그저 놀랄만한 일이었다. 아무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학부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관철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감히 자기의 의견을 무시하면 큰일 날 일인 것이다.

 문득, 지난 5월에 서울대를 방문하고 한국을 떠날 때 Horvath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났다.  “김 교수, 솔직히 말하겠는데, 서울 오기 전에는 나는 한국이 중국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오히려 일본과 가깝다는 것을 느꼈네. 나는 이 말을 듣고 아직도 우리는 많은 학자들을 서울대로 불러야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 그들은 아직도 이 대한민국을 변방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와라. 와서 봐라. 너희들이 연구실 구석에서 하고 있는 연구보다 더 나은 것이 많다. 이제 알겠냐?

 아무튼 개강이 내일 모레인데 아직도 가장 중요한 것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3개 대륙의 학생들로 구성된 국제적인 팀에서 수행해야 할 설계 프로젝트의 주제가 전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한 학기동안 8개의 국제적인 팀을 구성하기로 하였고, 각 팀은 각 대학교에서 2명씩 선발해서 6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12월 초에 미시간 대학교에서 제 1회 GPD 설계프로젝트 발표회 및 전시회를 일주일 동안 거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과연 학생들에게 무엇을 설계하라고 시킬 것인가?

 Dutta 교수와 나는 인터넷 시대이므로 인터넷에 연결되는 제품을 설계하고 개발한다는 주제를 제안했으나 Horvath 교수는 그러한 주제는 기구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설계해야 하므로 학생들에게 너무 부담이 된다고 주장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설계 프로젝트에 투입해야 하는 man-hour 기준을 정하자고 했다. 학생들은 교수가 주제를 주면 그냥 하면 되는 것이지 무슨 man-hour 결정하느냐고 질문하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듯이 우리들을 쳐다보곤 했다. 이러니 설계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웠던 것이다.

 5월에 세 교수가 서울대에서 모였을 때에도 설계 프로젝트 주제는 결국 정하지 못하고 헤어졌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신림동의 롯데 백화점에 다 같이 가서 제품들을 둘러보고 주제를 정하려고 했었겠는가. Global product, 즉, 세계를 대상으로 팔릴 수 있는 제품을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글로벌 휴대폰? 한 학기에 휴대폰을 설계하라고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것은 man-hour 문제를 떠나서 당연한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말할 것도 없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설계 및 시작품이 제작 가능한 범위에서 주제를 골라야만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의자 밑에 이렇게 로드 셀을 장착하고 의자에 앉은 사람의 체중을 감지해서 높이를 조정하게 하는 주제는 어떨까? Horvath 교수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삼키다가 순간 긴장했다, ‘이 양반이 이것으로 하자고 고집을 피우면 어떻게 하지?’  웃음이 바로 걱정으로 이어졌다. 곁눈질로 보니 Dutta 교수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우리가 아무런 대답이 없으니, “글로벌 안전모는 어떨까?” 하고 말했다.

 ‘웬 안전모? 도대체 왜 이 양반은 인터넷에 연결된 제품을 개발하자는 우리의 제안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계속 이런 엽기적인 주제만 이야기 하는 것일까?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 억눌렀다. 임의의 제품을 고르고 그것을 인터넷에 연결할 경우에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를 논하고 그런 인터넷 연결 제품을 설계하고 개발한다는 주제는 참으로 매력적인 주제이었다. 또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그런 인터넷 연결 제품을 선정해서 설계하고 개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큰 범위만 알려주면 학생들은 그 범위를 만족하는 한도 내에서 특정 제품을 선정할 수 있는 유연성도 있었다. 그런데 Horvath 교수는 그저 man-hour 타령만 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Horvath 교수가 좋은 식당이 있으니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고 해서 모두들 말없이 따라 나섰다. 지금은 이름은 잊어 먹은 가까운 해변으로 차를 타고 나갔다. 식당은 해변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다리 위에 있었다. 식당 밑으로 파도가 넘실대었다. 창문 넘어 벌써 석양이 드리워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항상 왕과 같은 존재로서 자기 의견을 꺾지 않는 Horvath 교수의 얼굴이 오버랩 되어 우리들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는 바다와 같이 답답해져 갔다.

 “Imre, I am giving up. I am not going to open this course this Semester.” 갑자기 Dutta 교수의 언성이 높아지더니 판을 깨는 소리를 내질렀다. ‘올 것이 왔구나. 내가 예감했었던 말이 현실이 되어 식당을 울렸다. 그 동안 나는 항상 중재자로서 두 사람의 중간에 서서 절충을 시도했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또 무슨 말을 해야 할 것인가.

 ‘그만 둔다고? 그래 잘 되었다. 편할지도 모른다.’ 약삭빠른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화상강의실 구성한다고 이미 투자한 것은 어떻게 하고, 지금은 수강 신청이 되어 있을 텐데 어떻게 하나’ 하는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과목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시는 당시 이장무 학장의 얼굴도 떠올랐다. Dutta 교수의 연달아 퍼붓는 말과 Horvath 교수의 따지고 드는 답변들이 이제는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신경을 놓으니 가뜩이나 알아듣지 못할 Horvath 교수의 독일식 영어가 이제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이 사람들이 도대체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는 것인가? 개강이 코앞인데……. 싸우고 나서 아무 소리 없이 식당을 나오는 우리 세 사람들을 옆으로 하고 부두 위에서 젊은 연인들이 붙어 앉아서 껴안고 한참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 뒤로 검은 바다의 무거운 공기가 그 끝을 모르게 뻗어 있었다.

 “Good morning, Deba and Jongwon. Horvath 교수가 간이라도 빼 줄듯 살살대며 인사를 하고 있다. 도대체 어제 저녁 일을 까맣게 잊은 듯이 이야기하고 있는 Horvath 교수를 보며 참으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결국 강의는 계속하겠다는 몸짓인 것이었다. Horvath 교수를 보내고 지난밤에 Dutta 교수와 술 한 잔 하며 미시간과 서울만 우선 연결해서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논하고 나온 터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두 대륙만 연결하면 의미가 반감되므로 곤란하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른 유럽 파트너를 찾는 것도 난감하던 우리들도 모른 척하고 인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부부 싸움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메이커에서 커피를 따르다가 문득 한국에서 먹던 커피믹스 봉지가 생각이 났다. 커피 메이커의 커피는 미지근한 맛이기 때문에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문득 커피 메이커를 주제로 잡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에 대한 고객의 취향이 3개 대륙마다 다르다는 것에 착안해서 학생들에게 글로벌 커피 메이커를 설계하게 하면 어떨까?” 라는 나의 제안에 Horvath 교수가 바로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아니, 이 독재자가 yes를 하다니?’ 우리는 그저 놀라는 마음으로 독재자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서둘러서 그것으로 설계 주제를 결정했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그 때 Horvath 교수가 겪었을 감정의 동역학을 모른다. 아무튼, 결국 이것은 갈등의 끝이 아니라 단순한 시작일 뿐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한 학기 내내 실감해야 했다.


환희

 “Professor Kim, 한국 학생들은 좀 스테레오 타입인 것 같아요.” 미시간 대학교 여학생의 말이 괴성을 지르며 부르는 노래 소리에 묻혀서 들려온다. 술들이 어느 정도 들어가고 나서 기분이 좋은 나머지 한국 남학생 하나가 “교수님, 안되겠습니다. 제가 시범을 좀 보일랍니다.” 하고 무대로 나가서 춤을 추며 노래를 하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2002년 12월 초에 서울대에서 GPD 설계프로젝트 발표회와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는 한 학기 동안 고생했던 미시간 대학교, 베를린 공대,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들과 학생 총 50 여명과 farewell dinner를 가졌다. 그리고 녹두거리의 한 선술집을 통째로 전세를 내어 전원을 초청했다.

 결국 델프트 공대는 년만 하고 탈락되었다. Dutta 교수와 나는 학기 내내 델프트 공대 교수의 아집에 넌더리가 났던 것이었다. 델프트 공대 학생들은 분야가 디자인 학부인데다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지만 우리는 눈물을 삼키고 결단을 내리지 않을 없었다. Horvath 교수가 나쁘다거나 교육에 임하는 열의가 없다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 정말로 서로가 이해하지 못할 사고방식과 문화의 차이가 우리들의 인내를 기어코 넘어 섰다.

 우리들은 선술집에서 오후 9시 조금 지나서 생방송되는 EBS 뉴스를 대형 스크린에 올려서 다 같이 시청했다. 그 날 오후에 EBS에서 GPD 수업에 관해서 취재를 해간 것을 이 시간에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외국 학생들은 한국어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모두들 자기들 모습이 뉴스에 비추어 지는 것을 보고 열광을 했다. 아무튼 나는 이 방송이 KBS나 MBC가 아니라 EBS라는 것을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학생들은 한 학기 내내 인터넷에 연결되는 제품들에 대해서 훌륭한 작품들을 설계하고 제작해서 발표했다. 그들은 시각장애인의 지팡이나 테디베어 인형을 인터넷에 연결하여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였으며, 인터넷을 이용하여 문을 열어준다든지 외출 중에 인터넷으로 식물에 물을 준다든지 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창의적인 제품들을 발표하였다. 그것도 4개 대학교 학생들로 이루어진 국제적인 팀워크를 통해서. 또한 그 학기에는 경영대 및 산업디자인 대학원 학생들 몇 명도 기계항공공학 전공 학생들과 같이 혼합이 되어 있었으니, 이것은 정말로 국제적이면서 학제적인 팀워크라고 할 수 있었다.

 서울대 학생들은 충분히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평소에 조용하던 그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구체화시키는 단계에서 놀랄만한 능력을 보이는 한편, 술을 먹으면 이렇게 외향적으로 변하니 말이다. 미시간 대학생들의 기획 능력, 옥스퍼드 대학생들의 성실성, 베를린 공대 학생들의 실무적인 능력 등등이 서울대 학생들의 창의성과 구체화 능력과 합쳐져서 시너지 효과를 이룰 수 있음을 그들은 설계 프로젝트를 통해서 낱낱이 보여주었다.

 이것은 그들에게 예방 주사와 같다. 일단 주사를 맞을 때는 아프고 고통이 오지만, 사회에 나가서 실전에 부딪쳤을 때 즉시 글로벌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는 3개 대륙 교수들이 국제공동강의를 기획하며 경험했던 수많은 갈등을 통해서 학생들 마음속에 끓었던 갈등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 오직 팀의 목표를 위해서 사고방식의 차이, 문화의 차이 및 언어 장벽의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 양보하고 토론을 하면서 그들은 훌륭한 설계 프로젝트 결과를 오늘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그들이 세계화 추세가 고조되는 세상에 살면서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대를 보니, 항상 얌전하고 모범생과 같았던 옥스퍼드 대학교의 여교수인 Janet 교수가 학생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비틀즈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한 쪽 구석에서 경영대의 한 여학생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하는 나의질문에 “너무 감격스러워서요, 교수님.” 옆에서 미시간 대학교 남학생 하나가 거들었다. “정말로 이 강의는 우리가 어떤 교과서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 즉, 엔지니어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렇게 또 한 학기 강의가 무언가 알 수 없는 깊고 깊은 뿌듯함 속에 끝나고 있었다.


미래


 국제공동강의에 얽힌 여러 가지 과거의 단상에서 깨어나 눈을 돌리니 한민구 학장께서 주신 투명한 ‘훌륭한 공대 교수상 교육상 상패가 보인다. “김 교수, 만나는 사람마다 이 강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네. 하시는 한민구 학장의 웃음 띤 얼굴이 겹쳐진다. BK21 기계분야 사업단의 국제협력분야의 대표 실적으로 이 강의를 올렸다고 하시던 이동호 학부장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장무 전학장께서도 이 강의가 초기에 잘 정착되도록 많은 애착을 갖고 지원을 해주셨다. 이 모든 지원을 바탕으로 저 상을 받게 된 것이니 참으로 송구스러울 뿐이다.

 교육보다는 SCI 논문을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왔던 나에게 교육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열심히 노력하는 진지한 자세를 보여 주어 나에게 큰 충격을 준 미시간 대학교 기계공학과의 Dutta 교수와 베를린 공대의 Seliger 교수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한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교육의 중요성과 기쁨에 대해서 은퇴할 때까지도 몰랐을지 모르며, 근본적으로는 이 강의를 이렇게 5년 이상 끌고 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으며, 앞으로도 예산이 확보되는 한 지속적으로 개설할 수 있다는 계획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그리고 강의를 위해서 캘리포니아 등 미국 각지에서 미시간으로 달려와 아침 8시부터 global product design에 대한 case study를 강의해 준 미국의 기업체 중역들, 공대를 위해서 중요한 강의를 해주신 서울대 경영대의 주우진 교수 및 미술대의 이순종 교수 등을 포함해서 미시간 대학교의 경영대 및 법대 교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 강의를 위해서 필요한 화상강의설비 및 인터넷 연결에 관련된 모든 기술적 진행을 맡아서 수고를 해준 각 대학교의 조교들에게도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한다.

 그리고 5년 동안 계속된 강의를 통해서 거쳐 간 200명 이상의 학생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한다. 그들은 한 학기 동안 묵묵히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우리들의 지시에 따라 매번 놀랄만한 설계 프로젝트 결과물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젊음과 역동성에 항상 감탄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그들만의 에너지이다. 우리는 그 에너지를 잠깐 동안 불태우도록 자극을 주었을 뿐이다. 그들이 미래에 세계화 시대에서 잠재된 능력을 모두 다 발휘해서 각 분야에서 훌륭한 글로벌 리더들이 될 것이라고 우리들은 굳게 믿는다.

 “화상강의설비 모두 연결되었는데요. 이성철 조교가 문을 열고 말한다. 오늘 밤도 나는 피곤한 몸을 끌고 강의실로 향한다. 우리 학생들의 미래 모습을 위한 나의 작은 발걸음이라는 믿음을 가슴에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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