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대학개혁은 양적 조정보다 질적 혁신으로


李 秉 基 (공대 전기공학부, 정보통신)


요즘 사회 일각에서는 ‘서울대학교 폐교론’이나 ‘국립대학 통합론’, 그리고 ‘서울대학교를 정점으로 하는 학벌주의 타도’ 등의 주장이 상당히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상당히 비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다. 이렇듯 급격하게 변모해 가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면 서울대학교가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인가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금 우리 사회가 서울대학교에 기대하는 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대학에 대한 요구 사항과 상당한 괴리가 있고, 또 상당부분이 상충된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한쪽에서는 평준화를 요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월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예컨대,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자율을 강조하면서도 고교별 서열화, 기부금 입학, 필답 고사 등을 금지하는 대학입학정책을 대학당국에 강제함으로써 평준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치열하게 국제경쟁을 해야 하는 경제계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교육과 수월성 있는 인력 배출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실질적인 어려움은 점증하고 있는 대학 평준화 주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잠재우는가 하는 것도 있지만, 그 보다는 이와 같은 상반된 인식 가운데서 어떻게 하면 서울대학교를 오늘날의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수월성 추구의 교육 및 연구 기관으로 성장시켜 가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를 위해, 비우호적이고 비판적인 사회를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 설득작업을 펼치면서, 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울대학교의 사회 봉사기능을 적극 개발하고 가동시키는 가운데, 서울대학교가 안고 있는 열악한 재정 문제 등 제반 문제를 타개하는 방향으로 대학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대학교가 학사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생 정원 감축은 반 서울대적 사회분위기에 대응하면서 학부교육의 개선을 도모하는 고육지책의 성격일 것으로 이해하지만, 그것이 서울대학교의 장기발전계획에 근거한 체계적이고도 근본적인 처방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 정원 감축은 각 학과의 운영과 인력 수급에 큰 영향을 주는 일로서, 분야별 사회 수요와 서울대학교의 교육 역량 등을 토대로 합리적인 의견 조정 및 설득 과정을 통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고 점진적으로 실행해야 할 일이다. 꼭 필요한 것이라면 20%가 아니라 그 이상도 감축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단 이것이 서울대학교가 안고 있는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대학개혁의 기틀을 다지는 최선의 방책임을 설명하는 논거가 필요하고, 심도 있는 의견 수렴과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재정 등, 정원감축에 수반되는 제반 문제들에 대한 대책과 향후 사회 수요의 변동에 따른 증원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학의 개혁을 논함에 있어서는 해외 대학과의 벤치마킹에 앞서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서울대학교의 60년 발자취를 더듬어, 사회와 국가를 위해 잘하고 못한 것이 무엇인지를 진솔하게 반성하는 것으로부터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 또 한국 사회에서의 국립 서울대학교의 역할에 관한 진지한 논의를 통해 서울대학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대학 조직과 운영의 기본 정신으로 삼아야 하겠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벤치마킹이 유용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서울대학교가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학문의 수월성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커야 한다. 즉, 서울대학교가 잘 되면 국민들에게도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성격의 사회봉사들이 필요하다. 또한 학생들 모두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에 입각하여 사회봉사를 훈련받도록 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하다. 서울대학교가 우리나라 지식의 보고인 점을 적극 활용하면 지식기반사회를 살아가는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봉사를 다양하게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비록 지금 어려운 시국이기는 하지만, 서울대학교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 학생 정원만 감축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본으로 돌아가, 서울대학교의 백년대계에 입각하여 대학 개혁을 추구할 것이며, 정원 감축이라는 양적인 조정보다는 서울대학교의 체질을 개선하고 교육 및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질적 혁신을 그 기본 골격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학신문 200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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