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세계 광공학 선도하는 젊은 과학자
 
 
적당한 ‘자극’ 통해 학구열 고취
3D영상기술 분야 세계최고수준
매월 10∼15회 SCI논문 인용돼


우리나라는 영국, 미국, 일본과 더불어 세계 입체영상(3D display)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그리고 그러한 우리나라 입체영상기술의 한가운데에는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이병호 교수가 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광섬유 격자소자와 홀로그래픽 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반증하듯 이 교수의 연구논문은 10년 남짓한 연구기간 동안 SCI에 등재된 것만 120회에 달하고, 등재된 논문의 인용 횟수는 월평균 10∼15회에 이른다. 또 관련 분야 특허기술 출원은 20개로, 대내외적으로 그 연구실적을 인정받고 있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의 한 강의실.
책도 노트도 없이 홀가분한 차림으로 강단에 선 이병호 교수가 복잡한 수식을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칠판에 써 갈긴다.
수식을 유도해 나가는 스승의 현란한 손놀림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표정은 묘하다. 그 가운데 일부는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대다수는 아직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때쯤 미소 띤 얼굴로 학생들을 둘러보던 이 교수가 던지는 한마디는 강렬한 카운트펀치가 되어 학생들의 중추신경에 작렬한다.
“이런 것도 모르면 죽어야지?”
이 교수의 전매특허인 이른바 ‘열등감 고취(?) 교육’이다.
“가급적 학생들이 느끼기에 다소 버거울 정도의 강의수준을 유지합니다, 그래야 공부를 통한 진정한 희열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외국 대학의 학생들은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매우 적극적입니다. 끊임없이 질문을 퍼붓고 이해가 될 때까지 설명을 요구하거나 교수들과 복도에서 토론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 학생들은 너무 얌전하더군요.”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그가 가끔씩 책도 노트도 없이 강의실에 들어가 학생들을 주눅들게 만드는 강의을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제자들의 자부심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저도 외국에서 공부했지만 우리 학생들의 수준은 외국 학생들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대학원생의 경우 훌륭한 논문도 곧잘 쓰는 편이고요.”
결국, 제자들을 더욱 크게 키우기 위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지만 학점은 그런대로 잘 주는 편”이라는 게 뒷수습에 나선 이 교수의 장난끼 섞인 항변이다.
독수리는 새끼에게 나는 법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가시나무가지를 둥지에 집어 넣는다. 가시에 찔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새끼는 태어나 처음으로 둥지를 떠나 높은 창공으로 날아오른다고 한다. 이 교수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가끔씩 학생들에게 던지는 가시돋힌 말들은 그의 제자들을 높은 창공으로 날아오르게 만든 ‘자극제’ 구실을 톡톡히 한 것 같다. 일례로 이 교수를 거쳐간 제자 중엔 이미 4명이 교수로 재직 중에 있고 그 중 한 명은 영국의 유명대학에서 비슷한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휴강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있다. “외국의 대학에서는 거의 휴강을 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만큼 교수와 학생 모두 강의시간 자체를 대단히 중요시하기 때문이죠.”
이 교수는 쉽게 말해 ‘광(光)공학자’다.
이번 학기에 그가 맡은 수업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비선형 광공학’과 ‘양자 광학’ 과목이다. 강의제목에서도 ‘광’자는 빠지지 않는다.
그가 광공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 `89년 중반 미국 UC 버클리 대학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부터다. 이후 학위를 취득하고 같은 학교 연구기관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친 뒤 귀국해 `94년 가을부터 모교인 서울대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강단에 선 지도 어느덧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강의와 연구 모두 최선을 다해 임해왔고 뒤돌아 볼 때 후회는 없습니다.”
광공학 중에서도 이 교수는 홀로그램을 이용한 ‘3차원 입체 영상’ 기술과 1㎤크기의 메모리 소자에 1테라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홀로그래픽 메모리’ 기술, 광통신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광섬유 격자 소자’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특히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으로 이 교수의 연구논문은 SCI에 등재된 것만 120편이 넘고, 인용횟수도 매월 10∼15회에 달한다.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은 한마디로 ‘피사체가 눈앞에 존재하는 것 처럼’ 보이게 하는 차차세대 영상기술로써 이 교수는 그 중에서도 작은 렌즈를 특수하게 배열해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집적영상(Integral imaging)기술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최초로 기존 구면렌즈로 인한 왜곡현상을 특수하게 제작된 프레넬 렌즈를 사용해 줄인 것과, 기존 볼록렌즈를 오목렌즈로 대체한 ‘반사형 집적영상 시스템’을 개발해 대화면의 입체영상을 구현하도록 한 것 그리고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렌즈 셔터를 고안해 보다넓은 시야각을 확보하도록한 편광스위치 기술 개발 등의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들이 바로 이 교수가 이룩한 대표적인 결과물들이다.
“사실,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은 무척 까다롭고 어려운 분야입니다. 무엇보다 다른 기술들과 달리 누구나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한편 광섬유 내부 코어(core)의 굴절률을 주기적 또는 비주기적으로 변화시켜 특정 파장의 빛을 반사시키거나 투과 손실로 작용하게 하는 소자인 광섬유 격자(Fiber grating)를 개발해 광통신 분야 등에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데에도 크기 기여했다.
아울러 해당분야 세계적 기구인 SPIE(국제광공학회)의 석좌회원이기도 한 그는 이러한 홀로그래피 기술과 광통신 기술을 응용해 감지기(센서), 기억소자를 개발해온 점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 2002년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듯 해당 연구분야에서 명성을 떨치다보니 관련분야의 권위있는 국제학술지 가운데 하나인 ‘Japanese Journal of Applied Physics’와 ‘Optical Fiber Technology’의 편집위원도 맡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매월 3∼4편 정도의 국제논문심사의뢰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이에대해 이 교수는 “한국에서 관련 연구를 시작한지 3∼4년쯤 지났을 때부터 논문인용횟수가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해외 유명학술지와 단체 등에서 논문심사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한편으로는, “논문 하나를 제대로 심사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의뢰를 가급적 거절하고 싶지만, 과거 자신의 논문을 심사해 준 많은 선배 연구자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덕목은 ‘성실’이다.
이러한 가르침을 학생들에게 몸소 실천해 보이기 위해 그는 최근까지도 아침 7시에 출근하곤 했다. 딸아이를 올해부터 유치원에 데려다 주기 시작하면서 힘들어지게 됐지만 그 전까지도 7시까지 출근함으로써 학생들을 긴장시켰다고.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있기에 학생들의 자존감을 본의아니게(?) 떨어뜨린 이 교수지만 그에게도 몇가지 고민은 있다.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일선 산업현장에 맞춘 연구를 할 것이냐 아니면 산업현장과는 차별되게 대학에서만 가능한 연구를 할 것이냐는 언제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딜레마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졸업생들의 보다 나은 산업체 적응을 위해 전자에 해당하는 연구들을 많이 한다는 이 교수의 바램은 대학에서나 가능한 연구과제에도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이라고.
한편, 교수나 유명기업체 연구실에서 일하는 제자들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 교수이지만 그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요즘은 제자 중에서 산업체 경영자가 나와줬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문지식을 갖춘 경영자야말로 그 회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경영학관련 수업을 종종 추천해준다고.
이 교수의 독특한 사제관은 유학 경험에서 비롯된다.
“어느날 담당 교수님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데, 그분께서 갑자기 저를 돌아보시며 ‘너는 왜 항상 내 뒤에서 걷냐?’로 물으시더군요, 그때까지도 동양적 가치관에 익숙해져 있던 저의 모습이 신기했나 봅니다.” 이 교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학생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알고있는 것, 자신이 알아낸 새로운 사실 등을 자랑하더군요. 겸손을 미덕으로 알고있는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조금 거슬리는 부분일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적극적인 태도는 ‘최소한 수업시간엔 조용한’ 우리 학생들도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교수가 그토록 심술궂게 학생들을 ‘자극’하는 이유도 결국 그러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출 수 없는 제자 사랑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10년 정도 더 연구를 한다고 했을 때, 그때까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성과에 도전해 멋진 결과를 이뤄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제자들은 저 보다 더욱 뛰어나길 바랍니다.”
자신보다 더 훌륭한 제자를 키우기 위해 자신도 훌륭해져야 한다는 그의 논리는 왠지 묘한 설득력이 있다.


이 병 호
·現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부교수
·서울대 전자공학과 석사
·美UC버클리 전자공학과 박사
·1987년 서울대 공대 수석 졸업
·1998년 대한전자공학회 해동논문상
·2000년 한국광학회 논문상
·2002년 국제광공학회 석좌회원
·2002년 제5회 젊은과학자상 수상

 

@과학신문:노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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