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E = mc2

2004.07.16 02:36

lee496 조회 수:3342

 

                                        

E = mc : 데이비드 보더니스, 2001, 생각의 나무



김희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



나는 어릴 때 슈만의 즐거운 농부를 좋아했다. 그래서 나도 죽기 전에 내가 하는 분야에서 남들이 두고두고 즐길 수 있는 저런 소품을 하나 남길 수 있기를 바랬다. 사람에 따라 그것은 하나의 건축물일 수도 있고, 그림이나 문학 작품일 수도 있겠다. 연구자에게는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논문이나 자신이 고안한 기구나 실험 방법이 될 것이고, 엔지니어라면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나 디자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요즘 어떻게 하면 과학을 쉽게 풀어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대중에게 자연 법칙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 보니 새로운 관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이 쓴 대중 과학서적을 보게 된다. 그러던 중 내가 남기고 싶은 교양 과학서의 모델을 발견했다. 바로 E=mc2이었다. 

호킹은 수식이 하나씩 들어갈 때마다 책의 판매 부수가 반으로 줄어든다고 하면서도 “시간의 역사”에서 유일하게 이 식만은 빼지 않았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식을 저자 보더니스는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며 역사적인, 그리고 실제적인 시야에서 이 식의 의미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다.

앞부분에서 이 식을 풀어 가는 전개 방식이 특이하다. E, =, m, c, 2의 각 의미를 해설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설을 통해 제법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던 나도 많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자연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과학을 하는 이유가 아니던가?

저자는 19세기 중반에 전기와 자기의 관계로부터 보존되는 에너지의 개념을 발전시킨 패러데이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등호에 대한 저자의 시각도 새롭다. 질량이 등호라는 터널을 통과하면 반대쪽에서는 에너지로 나온다.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질량을 다룰 때는 당연히 물질의 출입을 질량 면에서 철저히 추적하여 우리 주위의 방대한 물질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 라부아지에가 주역으로 등장한다. 질량의 출입을 추적하는 원칙을 파리를 출입하는 부에 적용하고 있는데, 철저히 세금을 징수했기 때문에 마라가 대중의 적이 되어 단두대의 이슬이 되는 과정과의 대비도 흥미진진하다.

에너지는 질량과 등가 관계에 있지만 E=m의 관계는 아니다. 패러데이의 에너지와 라부아지에의 질량을 등호로 연결시키는데 아인슈타인의 통찰력이 발휘된다. 아인슈타인은 유한하되 절대적인 광속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저자는 이 부분을 갈릴레오가 시작하고 뢰머가 성취한 광속의 측정에서 출발한다.

마지막으로 왜 제곱이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 에너지에 대한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관점의 차이를 보자. 물체의 운동에서 뉴턴은 mv를 중요한 양으로 보았다. 두 개의 당구공이 반대 방향에서 같은 속력으로 접근해 충돌하면 둘 다 그 자리에 정지한다. 이 때 뉴턴의 에너지는 상쇄되어 사라진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우주를 지속적으로 굴러가게 하는 신의 존재가 필요해진다. 그러나 mv2을 에너지로 보는 라이프니츠의 우주에서는 신은 초기에 일정한 양의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다음에는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우주는 굴러가게 되어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에너지의 개념이 확립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볼테르의 연인 샤틀레의 이야기를 깊이 다룬다. 역시 나로서는 새로운 배움이었다.

이 식의 풀이에 이어서 원자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의 발견, 한과 마이트너에 의한 핵분열 발견, 맨하탄 프로젝트의 성공 등이 또한 박진감 있게 묘사된다. 특히 스웨덴의 어느 숲에서 마이트너와 그의 조카 프리쉬가 산책 도중 나무 옆에 주저앉아 한의 시험 결과에 E=mc2를 대입하여 핵분열의 에너지를 질량 결손으로 설명해 내는 부분은 E=mc2의 역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후반부에서 이 식이 우주의 진화에서 원소를 생성하는 데 어떻게 적용되었나, 그리고 E=mc2에 의해 질량으로부터 해방된 에너지가 어떻게 원자들로 구성된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가를 다룸으로써 우주와 생명의 역사와 E=mc2의 역사를 중첩시킨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사실 빅뱅 우주에서 생긴 양성자도 에너지의 응결체인 쿼크들의 집합체이다. 수소에서 두 번째 원소인 헬륨이 생기면서 나오는 태양 에너지도 이 식에 의해 나온다. 헬륨 연소로 탄소가,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 더 무거운 원소들이 생기는 모든 과정에서 이 식이 적용된다. 그리고 보면 이 식은 물리학뿐만 아니라 화학과 생명과학의 뿌리를 다루는 근본 원리를 제공한다. 하기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자연은 하나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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