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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데이터베이스 제국

2004.07.20 08:42

lee496 조회 수:3156

 

데이터베이스 제국


홍성욱 

토론토대학교 과학기술사철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교수


심슨 가핀켈, 󰡔데이터베이스 제국󰡕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역. 한빛미디어. 2001


사례 1 - 뱅쿠버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던 B씨는 학회 중간에 비는 몇 시간 동안에 시내 관광이나 할까하고 인터넷에서 뱅쿠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도심 공원에 대한 정보를 프린트하고 컴퓨터를 닫으려는 순간, 새 전자메일이 왔다는 신호음이 났다. 전자메일을 열어보니 뱅쿠버에 있는 백화점에서 온 광고메일이었다. 당신이 관심 있어 할 것이라는 메모와 함께.


사례 2 - 미국 정부는 9․11테러 이후 모든 핸드폰에 위치추적장치를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한국 정부도 2003년부터 모든 핸드폰에 위치추적장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프라이버시의 침해 때문에 이에 반대하지만,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반기는 학부모도 많고, 직원의 위치를 알 수 있어서 이를 환영하는 업주들도 있고, 집에 매일 늦는 남편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을 환영하는 주부도 있다. KTF,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회사는 2002년 여름부터 이 위치추적시스템을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사례 3 - 파출부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근한 김 모씨는 회사에서 인터넷을 켠다. 인터넷을 이용해서 그는 집안 곳곳에 숨겨진 카메라를 작동시켜 집을 훤하게 볼 수 있다. 파출부가 아이를 잘 돌보는지 아닌지 회사에 앉아서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 모씨는 자신이 사용하는 인터넷 내력이 회사의 상사에게 매일 보고되고 있으며, 자신이 처와 주고받는 전자메일의 내용까지 모두 회사가 모니터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위의 사례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감시(surveillance)가 얼마나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감시에는 국가권력에 의한 시민의 감시, 기업에 의한 소비자 감시, 금융기관에 의한 신용 감시, 기업주에 의한 작업장 감시, 언론과 의회에 의한 권력의 감시, 시민운동에 의한 역감시 등이 있다. 우리가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다양한 감시들이 매 순간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세상은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세상”이라고 불릴 만하다.

현대 기술에 대해서 잡지와 신문에 컬럼을 쓰는 저널리스트 심슨 가핀켈(Simson Garfinkel)의 저작 󰡔데이터베이스 제국󰡕은 감시의 세상을 고발하고 이를 날카롭게 비판한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놀랄 만큼 발달해버린 첨단 감시시스템에 입이 벌어지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핀켈은 데이터베이스가 축적․연동되고, 디지털화되면서 국가에 의한 시민의 신상정보가 수집되고 분류되기 시작한 1960년대를 현대적 감시의 출발점으로 잡는다. 이러한 신상정보는 다양한 생체인식기술은 물론 실시간 비디오기술과 결합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수준이 우범지역에 설치된 비디오카메라가 지나가는 행인 얼굴의 디지털 정보를 찍어 송신하면 중앙의 컴퓨터가 이를 수배자들의 디지털 정보와 실시간 비교하는 데까지 발달했다.

인공위성을 통해 위치를 알려주는 위치추적장치(GPS: Global Positioning System)는 범법자들을 감시하는 데에도 쓰인다. 미국에서는 27개 주에서 1200명의 가석방된 범법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이 위치추적장치를 이용해서 감시하고 있다. 2002년 3월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 카운티는 2003년부터 성폭행 가석방범들을 GPS 팔찌를 채움으로써 감시하는 방법을 사용하겠다고 공표했다.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앵글로색슨 5개 선진국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미국의 국가안보국(NSA: National Security Agency)에서 관장하는 에셜런(Echelon) 시스템은 120개가 넘는 위성을 기반으로 감시의 범위를 범지구적인 영역으로 확장했다. 에셜런 시스템은 시간당 200만건, 매달 1억건의 전화, 팩스, 텔렉스, 전자메일과 같은 전세계의 비군사용 통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정도로 강력한 정보수집과 독해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에셜런 감시체계는 최근에 미국 기업을 위해 외국 기업들 사이의 계약 내용 등 비군사적 내용도 도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크레딧카드, 멤버쉽카드, 물품보증서 등을 통해 기업이 수집하는 소비자 정보도 놀랍다. 미국의 엑스페리언(Experion)사는 기업정보, 소비자신용정보, 고용정보, 기타 금융정보, 시장점유, 인구정보, 재산정보, 자동차정보 등 40여가지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신규모 15억 달러의 정보기업이다. 미국의 액시엄(Axiom)사는 2억명에 가까운 미국인에 대한 자료를 수집, 분류하며 이를 AT&T, 월마트, 시태뱅크, IBM과 같은 고객 회사에 판매한다. FBI 같은 정부기관도 이들의 데이터에 접근하는 중요한 고객이다.

가핀켈은 이런 ‘데이터베이스 제국’을 극복하는 길로 정부 차원의 사생활 보호, 기존 프라이버시법의 강화, 데이터보호법의 신설, 이를 관장하는 기술평가국의 재도입을 주장한다. 법과 시민의식의 발전이 기술의 발전에 한참 뒤쳐져 있는 우리 나라가 한번 새겨보아야 할 충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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