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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칼 세이건

2004.07.21 05:07

lee496 조회 수:3999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The Demon-haunted World)

칼 세이건(Carl Sagan) / 김영사

이우혁


 과학은 인간에게 수많은 선물을 가져다 주었으며,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는 종교를 대치할 수 있는 미래의 희망으로 인류의 가슴속에 자리잡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 과학은 (기이하게도) 역기능이 너무나 부각되어 오히려 인류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존재로 오해받는 일이 잦아지게 되었다. 인류를 위해 창조되고 발전되어 온 과학이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인류 자체의 존속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성은 이제는 과학에 대해 별반 인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대중들에게까지 폭넓게 파급되어 가고 있다. 과학에 대한 이러한 편견은 무지에서 비롯되며 과학에 대한 근본적인 무지는 바로 근본적인 과학의 원류라 할 수 있는 과학의 정신을 망각하는데에서 기인한다. 과학은 더 이상 인류의 앞날을 행복하게 해주는 학문도 아니고 오히려 인류의 장래를 위협하는 비대해지고 무가치한 요소이며, 과학은 권력자나 파괴적인 군의 조력자이며, 타도되어야 할만큼 완고하고 고답적인 자세로 사람들을 깔아 뭉개려 하는 그러한 요소라는 인식이 팽배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딱딱한 이야기를 벗어나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 보자. 어릴 적 보았던 만화에서부터 세상을 정복하고 인류에게 파멸을 가져다 주려는 적들은 항상 미친 과학자 들이었고 그들이 만들어 낸 로봇들이었으며 인간을 노예로 부리려는 슈퍼 컴퓨터 들이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핵무기와 초대형 살상무기들의 위압에 놀라고 몸을 떨어왔으며 이제는 과학과 문명이 만들어낸 대기오염 및 수질오염과 방사능, 전자파, 공해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것을 우리 모두는 과학과 문명의 발전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그것을 대치할 만한 다른 것을 찾지 못하기에, 우리는 과학으로 대변되는 이성적인 것에 환멸을 느끼고, 비이성적인 것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고 그것을 추종하고 싶어지기에 이른다. 글자 그대로의 상황이 아닌가? 과학이나 공학은 추구해볼 만한 학문도 못되고, 관이나 군, 대기업의 종살이나 하는 신세로 전락될 것이고, 별다른 존경도 사회적 지위도 누리지 못한다는 의식이 이미 팽배하여 공학이나 과학 전공자가 줄어들고 미달사태가 야기되고 있는, 확실한 증거가 눈 앞에 보이지 않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지면, 그러한 편견들은 전적으로 과학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과학이 나날이 발전해 나가는 현대에서도 과학에 대한 문맹률은 90%이상에 달한다. 그러면서도 가장 잘못된 점은, 그들은 문맹자이면서도 스스로가 과학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의심할 여지없이 믿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코스모스의 저자이며, 우리 세대를 공유했던 과학자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났고 또 사회에 대한 인식을 깊게 가지고 있던 과학자 중의 한 명인 칼 세이건이 쓴 책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바로 이러한, 과학 세대이면서도 비과학적인 무지와 오해가 판치는 세상에 제시하는 뛰어난 저작이다. 제목을 보면 기이한 내용이 아닐까 선입관을 가질 수도 있지만, 실제 내용은 차분하며 알기 쉽고, 결코 얕지도 않으면서도 중요한 사상을 놓치지 않고 설파하고 있다.

칼 세이건은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을 통해 과학을 하거나 과학을 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두 가지 태도 - 자신이 항상 옳기만 하다는 교조적인 편견이나 집착을 가져서는 안되며 항상 어떤 의견이든 검토하고 논증하며 개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태도와 어처구니 없는 가설이나 비논리적인 것을 논증과 구체적 사고를 통해 걸러내는 합리적인 논리성을 지녀야 한다는 두 가지 태도를 제시한다. 이 두 가지는 얼풋 서로 상충되는 것 같지만 둘 다 과학자가 균형을 잊지 말고 가져야만 하는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의견이나 설을 받아 들이지 않는다면, 과학은 실증적으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과학적으로 그것을 검증하고 논증하는 과정이 없다면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이며 허무맹랑하여 궁극적으로는 해가 될 수도 있는 이론들을 미리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참으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사례들을 많이 다룬다. 아틀란티스, 외계인, 신비주의, UFO의 비밀 등에 대한 사람들의 주장을 보여주면서, 실제로 그런 내용들을 과학적, 논리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며, 어떻게 오해를 벗기고 ‘대낮에 악령들이 돌아다니는 세상’에 대한 공포와 무지의 눈꺼풀을 어떻게 들어올리는가에 대한 흥미롭고도 논리적인 유연한 방법들을 보여준다. 신비주의자들의 허울을 벗기는 방법론에서는 신랄하며 통쾌하기까지 하다. 신비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외계인들이 그토록 많이 찾아오고, 지구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그렇게 많다면 왜 그들 중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나 초광속 우주여행의 이론에 대해 조금이라도 말할 수 있는 자는 없고 항상 ‘지구인들은 반성하고 착하게 살아라’는 옳은 것 같지만 별반 쓸모는 없는 이야기들만 늘어 놓느냐는 내용이나, UFO에 대해 정부가 항상 모든 것을 은폐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정부가 그들이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적국 비행기나 단순 관측 기구를 본 것이며 오해가 퍼질 것임임에도 왜 공식 논평을 할 수 없는 곤란한 입장이 있는지 말하며, 신비주의자나 쉽게 말해 사이비종교인들이나 사기꾼들이 말하는 ‘논증할 수 없는 심리적 증거’에 어떻게 논리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평하는 것들은 정말 흥미롭다. 더구나 칼 세이건은 그러한 잘못과 사이비들이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요소 전체를 매도하거나 다 터무니없다는 식으로 매도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과학자는 항상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러한 이해되기 힘든 요소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과학적인 태도라고 주장하며, 과학이라는 교조주의에 씌어 과학 외의 요소는 무조건 매도하는 과학자들도 어쩌면 사이비들과 똑같이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사람들이라는 일침을 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물론 동양인이며 정신적인 면을 중시하는 필자 개인의 입장으로서는 칼 세이건 자신도 어느 정도 과학에 대한 교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반박할 수 있는 자료만을 반박하였고 신비주의적으로는 아직 반박할 수 없는 실례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균형감각과 치우치지 않은 열린 논리성은 대단히 뛰어난 것이라 평가되며 이러한 정신을 설파한 것만으로도 현재의 과학을 하거나 과학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은 필독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여겨진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이 시대 최고의 유명한 학자 중의 한 사람이 세상의 무지와 편견등과 맞서 논리로 싸워나가는 과정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하면서 유익하기까지 한 피서법이 될 수 있다고 여겨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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