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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동물과 인간 이야기

2004.07.23 06:11

lee496 조회 수:3583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

김두희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졸업, 동아사이언스(과학동아) 대표이사



자연과학은 우리의 삶을 물질적으로도 윤택하게 해주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지평을 넓혀주는데 큰 몫을 한다. 자연과학은 보다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지구생태계에 존재하는 생물체에만 한정지어서 생각해보자. 인간은 지금으로부터 35억년 전 바다 속에서 탄생한 단세포생물로부터 진화해 영장류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렇다면 현재 지구상에 공존하고 있는 동물들의 삶에 대한 이해는 바로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해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인문사회학이 아무리 정교하고 복잡해도 그것은 인간의 시각에서 바라본 인간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여기에는 관념의 유희가 불쑥불쑥 고개를 들 수도 있고 객관적 진실을 호도하는 편견이 자리잡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생물학이나 동물행동학자들의 글을 보면 정말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효형출판)는 바로 이러한 분야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최적의 입문서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최재천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는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동물행동학자로, 광활한 자연에서 퍼오는 소재가 쉽게 마르지 않는 최고의 ‘글쟁이’다. 물론 이 소재들은 직접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연구에 간여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설득력이 강하다.

저자는 동물들의 삶의 방식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본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동물들도 이러니 우리도 이래야 하지 않느냐는 식의 단순한 자연주의적 해석을 가급적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전체 글에서 자주 등장하는 내용 중의 하나는 성(性)선택과 관련된 것이다. 동물들에게 종족보존은 최고의 가치. 따라서 번식 과정에서 투자를 훨씬 많이 하는 성(性)이 투자를 적게 하는 성을 선택할 권리를 갖는다. 동물들은 대개 새끼를 낳고 키우는데 암컷이 훨씬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암컷이 선택권을 갖는다. 새들이나 풀벌레 중 소리를 내는 것이 다 수컷인 까닭도, 모든 동물들에서 수컷이 훨씬 화려한 색깔을 띠고 춤도 현란하게 추는 까닭도 성에 관한 선택권이 암컷에 주어지기 때문이다. 북미에 서식하는 붉은점찌르레기 암컷들은 수컷 자체의 매력보다는 그가 가진 재산 정도를 기준으로 수컷을 선택한다. 가장 기름진 터를 보유하고 있는 으뜸수컷을 거세시켰음에도 그의 터에 보금자리를 튼다는 실험결과도 소개한다. 주변에 있는 수컷과 바람을 피우는 한이 있더라도 새끼들만은 좋은 집에서 풍요롭게 키운다는 얘기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몰몬귀뚜라미의 경우에는 수컷이 암컷을 고른다. 이 곤충은 수컷이 정포 하나를 만들려면 자기 몸무게의 4분의 1을 소비할 정도로 투자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몰몬귀뚜라미 수컷들은 뚱뚱한 암컷일수록 알을 보다 많이 품고 있어 되도록 말라깽이보다는 뚱보를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은 어떨까’에 대해 시시콜콜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다만 자식을 보다 풍요롭게 키울 수 있는 조건이, 그것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대 性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특히 요즘처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가속화되고 경제권도 확보한다면 선택권의 추가 자연히 여성에게로 기울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이밖에도 동물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그러면서도 가장 암수의 차별이 없는 갈매기도 새끼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면 이혼한다는 이야기, 백로나 하이에나가 새끼들끼리의 이전투구를 담담하게 지켜보는 과정, 미물에 불과한 기생충이 살기 위해서 달팽이나 개미를 이용한다는 사실은 우리를 전율케 한다.

가장 부지런한 동물로 알려진 개미도 하루에 서너시간 남짓 일한다는 관찰결과를 소개하면서 그것이 단지 게으름일까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개미군락에서 놀고먹는 듯이 보이는 나머지 개미들은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고 기다리는 개체임이 틀림없다고 단정하면서 우리가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IMF를 맞지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게으름은 창조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왕침팬지와 가까운 조그만 놈이 자기보다 덩치 큰 놈을 호령하는 침팬지 사회의 역학관계를 바라보면서 사람을 포함해 영장류 이상에서는 ‘무엇을 아느냐보다는 누구를 아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해석도 평상시의 생각에 의외의 일렁임을 일으킨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간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도덕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그것이 본능임을 인정하고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에게 보다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또한 인간이지 않을까.”     

흔히 이공계 출신들은 인간을 이해하는 폭이 좁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편협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래서 철학이나 역사, 경제학 등 인문사회학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훈계(?)를 많이 듣는다. 맞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인문사회학도들도 동물행동학과 같은 자연과학에 관한 이해를 넓혀야 하지 않을까. 그에 앞서 공학도나 자연과학도들이 보다 친숙한 인접 분야에 우선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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