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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2004.07.23 07:20

lee496 조회 수:3566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 1976, 홍영남 역, 을유문화사, 1993(초판), 2002(개정판)


세상을 살면서 한 권의 책 때문에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 등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경험을 해보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단 한 번도 그런 짜릿함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말 것이다. 내게도 그런 엄청난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이기적 유전자>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생겨났나? 우리 모두 궁극적으로 묻는 질문들이다. 결코 단언할 수 없지만 지구상에 생명체가 등장한 이래 인간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삶의 의미와 기원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동물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나 자신을 들여다볼 때 내가 생명의 주체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내가 바로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또 죽어갈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영국의 소설가 새뮤얼 버틀러의 표현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닭은 달걀이 더 많은 달걀을 만들기 위해 잠시 만들어낸 매체에 불과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40억 년 전 지구의 대부분을 뒤덮고 있던 바다 속에는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 중에서 어느 날 우연하게도 자기복제를 할 줄 아는 DNA라는 묘한 화학물질이 태어난다. 그 화학물질은 한 동안 발가벗은 채로 자신의 복사체를 만들며 살았다. 그러다가 간단한 형태의 세포를 만들어 그 속에 들어앉더니 급기야는 자기복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해 줄 근육, 심장, 눈, 그리고 두뇌 등의 기관들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옥스퍼드 대학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제는 과학계의 고전이 된 그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에서 우리에게 삶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에 의하면 살아 숨쉬는 우리는 사실 태초에서 지금까지 여러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빌어 끊임없이 그 명맥을 이어온 DNA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도킨스는 그래서 DNA를 가리켜 ‘불멸의 나선(immortal coil)이라 부르고 그의 지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들을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라 부른다.

‘생명’ 즉 ‘life라는 단어를 초등학생용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출생에서 사망까지의 기간”이라고 정의한다. 성인용 옥스퍼드 사전은 물론 훨씬 많은 해설들을 담고 있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생명의 개념을 설명하는 목적으로는 ’살아 있다‘는 의미의 시간적 정의를 선택한 것이다. 종교에서도 대체로 우리에게 일단 한계성 생명을 부여한 다음 믿음과 의식을 통해 영원불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기독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조물주의 존재를 믿으며 원죄를 인정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삶을 생로병사(生老病死)로 정의하고 생명이 한계성을 지니되 그것을 담아줄 그릇 즉 육체를 바꿔가며 윤회한다고 가르친다.

방방곡곡 많은 신하들을 풀어 불로초를 찾게 했던 진시황제도 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갔다. 그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10조 개의 세포들 속에 들어 있던 DNA들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정자 속에 담겨 그의 자식들의 몸으로 전달된 DNA의 일부는 아마 지금까지도 누군가의 몸 속에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유전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생명은 영속가능성을 지닌다. 태초에는 보잘것없는 한낱 화학물질에 지나지 않았던 DNA는 단세포생물을 거쳐 오늘날에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몸 속에 살아남아 면면히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생명의 역사는 한 마디로 DNA의 일대기 내지는 성공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DNA가 이제 인간이라는 생존 기계의 두뇌를 이용하여 섹스를 거치지 않고 복제를 하려한다. 양에서 시작한 복제가 바야흐로 인간을 복제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요사이 금방이라도 복제 징기스칸이 나타나 온 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무지의 공포는 과학기술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죄악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유전자 복제이지 결코 생명체 복제가 아니다.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절대로 완벽하게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복제 징기스칸이 세계를 정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DNA는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자기복제의 길을 꾸준히 걸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의 눈높이에서 다시 한번 바라보면 정녕 “호랑이도 죽어서 유전자를 남기고 사람도 죽어서 유전자를 남긴다.” 유전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생명은 사뭇 허무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약간의 허무함을 극복하면 무한한 겸허함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내 생명의 주인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면 내 생명은 물론 생명이 있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골고루 소중하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에 머리가 숙여진다. 삶에 대한 회의로 밤을 지새우는 젊음에게, 그리고 평생 삶에 대한 회의를 품고 살면서도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한 지성에게 <이기적 유전자>를 권한다. 일단 붙들면 밤을 지샐 것이다. 그리곤 세상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눈으로 다음 날 아침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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