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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이슈 인터뷰 : 정운찬 서울대총장

2004.10.13 05:39

lee496 조회 수:2506

 

[이슈 인터뷰 : 정운찬 서울대총장]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7일 오후 8시가 넘어 어둠이 짙게 깔린 캠퍼스 내 한 식당에서 이뤄졌다. 정 총장은 공대 특수대학원 특강을 막 끝낸 때문인지 다소 지쳐보였다. 그날 하루 그의 공식 일정은 모두 8회였다. 그는 언론사와 공식적인 인터뷰는 처음이다. 그동안 너무 매만 맞고 있었다. 앞으로는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어 호소하고 (잘못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가르치기도 하겠다 며 말문을 열었다. 질문을 던지자 정 총장은 이내 활기를 되찾으며 빠른 어투로 거침없이 답변했다.


-최근 고교등급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대는 수시모집에서 고교의 특성 등을 반영하지 않았나.


고교등급제는 전혀 실시한 적이 없다. 등급제는 본고사 실시 및 기여 입학과 함께 대학 입시의 3불(不) 사항이다. 그러나 학생부 등 전형 자료에 변별력이 없어 일부 대학이 할 수 없이 차별화를 위해 등급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이 사견을 전제로 입학 정원의 3분의 1 정도는 본고사 형태의 시험을 치러 선발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잘 (말)했다. 고교등급제를 대학에서 하면 그만이지 그것을 색출해서 야단치면 어떡하나. 대학에 맡겨야 하는 기본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자유경쟁 시대에 대학마다 좋은 학생을 뽑으려 하지 나쁜 사람을 선발하겠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현행 대입제도는 국가가 정했다. 이 방법이 계속돼야 하나.


가장 큰 문제는 변별력 여부다. 고교 학생부나 수능이나 변별력이 없다. 2008학년도 입시안에서 학생부에 원점수와 평균점수, 표준편차를 모두 기록하겠다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수능을 등급제로 하면 변별력이 떨어진다.


-대학의 자율성은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하나.


새 입시안을 보면 학생부에 독서기록과 행동기록 등이 담긴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과연 교사들이 다 기록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고교는 학생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제공해 대학들이 출신 학생을 더 많이 뽑아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학이 제공된 정보를 이렇게 이용하든, 저렇게 활용하든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대학에 입시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줘야 한다.


-취임 2년이 지났다.


학교를 평화롭게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가장 큰 업적이라 생각한다(웃음). 교수와 외부 인사로 평의원회를 구성하는 등 민주적 의사결정 체제를 확립했다. 무주택 교수를 위해 총장 공관과 기존의 교수 아파트를 재개발 중이다.


-학생들을 위해서는 어떤 일을 했나.


학부의 경우 각종 활동에 종전보다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 장학금도 기성회비의 10%까지 올렸다. 대학원생의 경우 미국식 전액 장학금 제도를 만들었다. 박사 과정 학생이 3000여명인데 내년부터 절반인 1600명에게 등록금과 매달 60만원의 생활보조금을 지원한다.


-학내 안정도 찾고 교수.학생의 복지 수준도 높였다고 자찬했다. 그렇지만 각종 국제 조사를 보면 서울대의 경쟁력은 여전히 형편없다.


국내에서도 서울대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 상당히 많은 부문에서 다른 대학들이 서울대를 앞서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굉장한 개선이 있는데 매스컴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SCI(과학기술 논문 인용 색인) 실적의 경우 2001년 40위, 2002년 35위다. 아주 기적적인 것이다. 세계에 대학이 1만개도 넘는다. 서울대보다 앞선 곳은 거의 미국 대학들이다. 워낙 공격을 많이 당해서 순위를 다 외고 있다. 다 이야기하겠다. 미국을 제외하면 영국의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대학, 일본의 도쿄.교토.오사카 대학,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 정도가 서울대보다 낫다. SCI는 세계 4000여개의 학술저널에 논문을 쓴 사람이 어느 대학, 어느 나라 사람이냐로 통계를 낸다. 서울대는 논문 숫자로는 35위이고 인용 부문은 100위다. 이에 만족할 수는 없다. SCI 순위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할 일이 정말로 많다.


-중국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 대학에서 매긴 세계 대학의 순위를 보면 서울대는 151~200위권이다.


상하이자오퉁대와 유러피안 커미션이 분석했다. 실적을 따진 기간이 1911년부터 2002년까지다. 1946년에 설립된 서울대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고 상위권에 못 끼는 것이 당연하다. 노벨상 수상자 항목이나 국제적으로 명성있는 사람을 배출했는가에서 0점이다. SCI 부분은 100점 만점에 70점을 받았다. 학생과 교수 비율은 20점 또 재정상태 등의 평가 범주도 있는데 이 역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하다 보니 서울대는 153위 정도다.


-경쟁력을 높일 복안은.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지식 전수 기관으로 만족했던 것에서 지식 창출 기관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연구를 많이 해야 남들이 알아준다. 네 가지를 추구하고 있다. 첫째로는 다양화다. 교수는 3명 중 1 명을 다른 학교 출신으로 채용하고 학생은 지역균형선발제로 20%, 특기자 전형으로 15~20%, 나머지는 그야말로 모범생 식으로 골고루 뽑으려고 한다. 외국 교수도 100여명 정도인데 꾸준히 늘려나가겠다. 둘째는 기초 강화다. 기술의 발달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학생들의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기초가 뭐냐. 읽기.쓰기.토론.말하기 등이다. 폭넓게 가르치지 않으면 그들이 심화과정에 들어설 때 깊이있는 연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먼저 교재를 확 바꾸고, 국어.영어.수학 등을 지도할 전임대우 시간강사를 별도로 채용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 학생도 과학이나 기술을 알고, 이과생도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소양을 가져야 한다. 종합적인 지식을 갖출 때 비로소 힘있는 지식인의 창출이 가능하다. 셋째는, 욕먹는 일인데 규모의 적정화 문제다. 학부 학생수를 625명 줄여 정원이 3260명이 됐다. 대학원의 경우 인구 1000명당 대학원생 정원이 6.1명으로 한국이 세계에서 1등이다. 대학원생 수를 감축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교수 1600여명 1인당 한 명의 전액 장학금 대학원생을 두도록 할 작정이다. 그리고 대학원생을 더 가지고 싶은 교수들은 자기의 연구비로 장학금을 충당하라고 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대학원생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일단 당근을 좀 줬다가 나중에는 많이 뽑지않도록 하는 식이다. 넷째는 학문 후속세대의 육성이다. 박사과정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 주요한 내용인데 이미 20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이러한 네 가지 사항을 열심히 충실히 이행하면 세계 유수대학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음대.미대 등도 공존하는 백화점식으로 대학을 계속 끌고갈 것인가.


중장기적으로는 통폐합도 하고 없애기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론만 뒷받침된다면 백화점식 대학에서 완전히 탈피할 수는 없어도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민감한 문제지만 사회복지학과의 경우 교수의 절반은 학부에 남기를, 또 절반은 대학원을 만들고 싶어 한다. 언론정보학과도 일부 교수는 대학원을 희망하고, 나머지는 사회과학대에 잔류를 원한다.


-쉬운 한자도 못 읽는 등 서울대 신입생의 학력 수준이 시중의 화제가 되곤 한다.


서울대에 들어오고 싶은 학생에게 일정 분량의 도서를 추천해 주고, 최소한 이를 읽고 지원하라고 권장하겠다. 또 신입생을 대상으로 10~12명이 참여하는 프레시맨 세미나 를 한 학기에 50~60개 열 작정이다. 세미나에서는 전공과목을 매개로 장래 진로에 대해 가르치고자 한다.


-학력 저하의 원인이 평준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리고 서울대의 신입생 선발 방법에도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고교생의 수준이 떨어진 것 같다. 실력이 없는 학생이 서울대에 오고 좋은 학생이 다른 데 간다고 보지 않는다. 무엇보다 평준화는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학생의 능력 차이가 인정되지 않으면 수월한 학생을 골라내기도, 키우기도 힘들기 때문에 국가 장래를 위해 옳지 않다고 본다. 평준화를 하면 계층 이동이 안 된다. 고교 입시나, 심지어 중학교 입시도 부활돼 가난한 집 자녀가 좋은 학교에 들어가면 유수한 대학에 가는 것이 보장되리라고 본다. 교육이 뭔가. 좋은 사람 걸러내 키우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야 계층 이동도 이뤄진다.


-평준화는 어떤 방식으로 깨야 하나.


30년 전으로 그냥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서서히 과거로 회귀했으면 좋겠다. 평준화를 원하면 자기 지역의 고교를 가고, 원하지 않으면 시험을 봐서 진학하도록 하면 된다.


-서울대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된다.


취업률은 매년 4월, 해당 연도 졸업생을 대상으로 2개월여 지난 뒤 조사한다. 취업률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1년 정도 지나서 해야 한다. 서울대 졸업생은 대학원 진학, 특히 유학 준비생이 상당히 있고 고시생도 다른 학교에 비해 많아 취업률이 낮은 게 사실이다. 자발적 미취업을 따지면 취업률이 대개 63~64%가량이다. 그래도 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은 높아 석사는 70.4%고, 박사는 87.7%다.


-1998년 해직된 산업디자인과 김민수 교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언론에는 김 교수가 친일행적이 있는 선배 교수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재임용을 못 받았다고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런 증거는 없다. 또 내가 총장 선거 때 김 교수의 복직을 약속했다고 하는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총장이 되고나서 관련 서류를 다 봤다. 행정상 하자는 없다. 동료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겠다. 빨리 판결이 났으면 좋겠다. (지난 5월 대법원은 김 교수에 대한 재임용 취소가 행정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경제학도에서 교육행정가로 변신했다. 만족하나.


총장이 되기 전에는 한국 경제에 대해 아주 세심한 관찰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서울대를 세계 일류대학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한 것은 보람이다.


-연임을 시도하거나 행정부로 진출할 생각은.


분명히 말하지만 현 시점에서 연임 생각은 없다. 정부직 진출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006년 7월 무사히 임기를 마치면 교수로 복귀하겠다. 4년 동안 강의하지 않다가 다시 시작하기 힘들 것 같아 내년 1학기에 1학년을 상대로 세미나 한 강좌를 담당하게 해달라고 기초교육원장에게 부탁했다. 좀 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총장이 학부 강의를 맡는 경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교수직이 녹슬지 않게 프레시맨 세미나 에서 강의하고 싶다.


2004.10.1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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