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과학과 예술의 관계

2005.09.07 04:28

hanabaro 조회 수:5403


과학과 예술은 과연 얼마나 가까운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멀고도 멀다 라는 대답을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렇다. 그만큼 예술과 과학은 멀 수밖에 없는 속성이 있다. 과학이 다소 건조한 이성에 의존한다면, 예술은 축축한 감정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칙적으로 예술은 무엇이든 소재로 삼을 수 있고, 과학은 예술을 과학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서로 물고를 틀 수 있는 여지가 있지않나 싶다. 하지만 과학 그 자체가 예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지극히 드문 일이다.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이 보는 사람의 영혼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것이 품고 있는 의미가 보는 사람의 가슴에 스스로 녹아들 만큼 난해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리가 아니던가. 하지만 과학의 개념은 그러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예술의 도전 대상으로 조심스럽게 지목되어 왔다. 아무리 어렵고 난해하더라도 과학은 세상을 너무나 크게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머리와 가슴 그리고 생활의 편린으로 이미 굳어가고 있는 과학을 피해 갈 수 없는 예술의 숙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예술의 숙명은 한 때 런던 시내에서 도전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런던의 유스턴로에서 펼쳐졌던,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거대한 대중예술이 그것이다. 유전자 염기의 3분의 1을 밝혀낸 영국의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지원했던 웰컴재단이 지원해서 만들어진 행사였는데, 2001년 10월부터 2002년 4월까지 6개월 동안 보행자와 버스를 타고가는 모든 사람이 감상할 수 있도록 그것도 대로변에 설치했다.

 

작품들은 이러하다. 제이슨 미들브룩스가 창작한 생물학의 지질학 이라는 작품은 거대한 유전자 사슬, 인간 세포, 식물세포, 뇌, 정자, 난자, 뿌리 그리고 원생동물을 묘사하고 있었다. 113미터높이에 폭 3미터나 된다. 이 작품은 제목이 암시하듯, 생물학을 지질학적인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즉 땅 밑에 무엇이 있는가가 아니라 피부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를 심사숙고하도록 표현한 것이다. 땅 속에 층이 있듯이 피부 밑에도 층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고, 저 깊숙한 생명 암호에 이르기까지 한 층 한 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백남준씨가 첨단 과학의 산물을 소재로 전위예술을 구사하지만, 일상적인 생활도구를 많이 사용했다면, 게놈예술은 과학적 내용이나 지식을 예술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게놈의 실체는 유전자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지만, 정말로 생명체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생명체의 다양한 구성체계를 하나하나 심층적으로 표현한 것이 얼핏 보기에는 생물시간이 끝난 후에 바라보는 칠판의 이미지다. 이를 바라보는 보통의 대중이 그 낱낱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듯도 하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인간게놈 프로젝트 만큼 인간에 밀접한 과학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인간게놈 프로젝트 책임자인 과학자 존 술스턴에게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런던에서 가장 큰 대중 예술 작품이다. 웰컴 재단의 국장인 마이크 덱스터 박사는, 과학의 대중화가 필요하듯 예술도 모든 대중에게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공개적인 장소를 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행사를 두고 예술의 새로운 물결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듯이, 게놈프로젝트는 아마도 이 시대의 흐름을 이렇게 당차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이, 사랑 받지 못하고 자동차 매연이 가득한 도로를 조금이라도 더 볼거리가 있고 복합적인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순수한 기대를 피력했다고 한다. 첨단의 기술이 예술의 방법을 바꾸고 발전시킨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이제 예술의 흐름을 변화시킬 조짐까지 보이고 있음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과학의 사회적 위치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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