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새롭게 무엇인가 시작한다는 것은 늘 두려움과 미지의 세계를 정복한다는 야릇한 희열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대학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저수지를 어떻게 이용해야 기후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지 계산하고 대안을 찾는 연구를 했다. 연구실에서는 저수지 말고도 다양한 유역을 연구했다. 쉽지 않은 연구였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어 즐거웠다. 그러나 당시 새로 부임한 김영오 교수님 연구실의 대학원 생활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새로 꾸려진 연구실이라 모든 일을 새롭게 해야 하는 점은 큰 부담이었다. 장비도 우리 힘으로 새롭게 마련해야 했다. 다른 연구실 선배들이 따뜻하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보살펴 줬지만, 연구실 안에 바로 위 선배가 없다는 것이 약간은 서러웠다.

우리 연구실에는 몇 가지 특이한 전통이 있다. 다른 연구실에는 없는 출근시간이 있다. 출근시간 덕분에 불규칙한 생활을 할 수 없었고 회사원처럼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와서 출근일지에 사인을 했다. 시간만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었다. 두 번 지각했을 때는 일주일동안 교수님과 함께 연구하는 영광(?)도 주어졌다. 불행하게도 그 영광은 오직 필자만 경험했다.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깨질 것 같지 않다.

매주 교수님과 만날 때는 한 가지 독특한 양식을 만들어야 했다. 그 달의 연구목표와 그 주의 연구실적, 그리고 다음 주에 할 연구주제를 미리 작성한다. 처음에는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귀찮고 부자연스러웠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워 연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해야 할 연구량을 정하면서 자세한 하루 계획도 세울 수 있었다. 덕분에 계획적인 연구가 가능해졌다. 나중에 알았지만,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를 다뤄야 하는 수문학에서는 이렇게 물처럼 꾸준하고 성실한 자세가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계획에 따라 연구를 했지만 결과가 생각처럼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필자도 한 달 정도 진척이 없어 매주 똑같은 연구진행 상황을 말씀 드려야 했던 때가 있었다. 교수님께 갈 때마다 혼이 날까 걱정했다. 하지만 오히려 교수님은 필자를 격려해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새내기 연구자를 진짜 연구자로 키우기 위해 교수님이 많이 참아주신 것 같다. 연구실 생활은 성실함과 계획성 그리고 인내력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했다.

필자는 현재 캐나다 국립환경연구소(Environment Canada)에서 오일샌드 지역의 수자원 시스템 영향평가 연구를 하고 있다. 캐나다의 겨울은 혹독하게 추운 것으로 유명하다. 생활환경은 많이 바뀌었지만 변함없이 월간, 주간 연구목표를 세울 것이고 내일도 모레도 변함없이 8시30분에 출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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