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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이공계 위기론 - 도발적 문제제기

2006.05.03 05:32

kmw46 조회 수:4817

 

이공계 위기론 도발적 문제제기

 

                                          박찬희 중앙대 경영대학 교수 (경영83)

 

이공계 위기론 이란 말이 있다. 지극히 모호한 말이지만, 생각해 볼 점은 있다. 필자는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의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 더 많이 다양한 지도적 책임을 맡아야 하며, 이에 비추어 지금의 이공계 교육이 문제가 많다고 믿는다. 그리고 일부 앞 뒤 안 맞는 해결책들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몇 장의 글에서 복잡한 문제를 모두 정리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아는 범위에서 다소 냉정한 시선으로 흔히 얘기하는 이공계 위기론의 맹점을 도발적으로 짚어보겠다. 해결책은 어차피 모두의 몫일 것이다.

 

 

1.   이공계 위기론의 모호함

 

이공계 위기론 지극히 모호한 말이다. 우선, 수많은 전공들이 사정이 다른데, 하나로 묶는 것이 무리다. 도대체 어떤 전공이 위기가 아니란 말인가? 실은 세상 살기 훨씬 편해 보이는 법대, 의대에 (혹시 극히 일부 상경계) 대비시킨 말이다. 그렇다면 이공계로 일컬어지는 전공들의 일부는 위기에 있는가? 빗살무늬 토기나 청동검이 사라졌듯이 세상은 변하고 모든 것이 함께 영원히 잘될 수는 없다. 문제가 있다면, 더 좋은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이 있는데 불합리한 이유로 인재들이 외면해서 우리의 미래가 걱정되는 경우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서, 첨단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기술강국만이 답이 아니라면 그만큼 이공계의 중요성은 줄어들 것이다. 어떤 첨단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어차피 덜 중요한 전공도 나올 것이다. 더 좋은 세상과 우리의 미래가 사람마다 다르면 선택의 문제는 계속된다. 현실이 불합리하다고 결론짓는 것은 오만일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이 인재인지도 어려운 얘기다.

 

 

2.   이공계가 인재를 뺏기고 있다고?

 

과거에 비해 입시성적이 조금 덜 좋아졌다고 위기는 아니다. 세상 일은 하고 싶은 사람이 제일 잘하고, 바보수능 점수 몇 점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다만 입시성적에는 이공계 전공들에 대한 시장기대가 반영되어 있으므로 시장기대와 구조의 문제를 보여줄 수는 있으므로 문제해결의 단서는 제공한다. 어려운 수학이나 과학 공부가 싫어서 이공계를 회피한다는 것은 무지한 설명이다. 세상에 어렵지 않은 공부는 없으니 실은 적성의 문제이다. 두꺼운 이론서 이해나 실험보다 억지 암기와 잠 못 자는 수련과정이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따라서, 무작정 쉬운 것만 찾는 세상을 탓하는 것보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알리고 잘할 사람을 끌어들여 키우는 노력을 하는 것이 낫다.

 

 

3.   정부 고위직에 이공계가 적어서 문제라고?

 

이공계 나름의 엄청난 기회들에 더하여 권력까지 있었으면 하는 엉큼한 생각은 없다고 전제하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과학기술에 대한 지원을 넘어서 더 폭 넓은 분야에 이공계적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세상이 복잡해서 이공계 지식 이외에도 전문적 소양이 필요한 분야는 많다. 모든 이공계 전공에 걸쳐서 모두 고위직을 배려할 수도 없으니 선택의 문제는 여전히 남고, 어느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한지도 숙제이다. 국가의 정책형성과 결정의 과정이 행정부만이 아닌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 등 더 넓은 의미의 정책 관계자 집단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데 왜 정부 고위직만 초점을 두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필자는 이공계도 이해하는 정책결정자 그룹이 이공계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 집단과 함께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훌륭한 이공계 전문지식이 있다면 폭넓은 이해와 통합적 관리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좁은 전문성 만으로는 곤란하다. 따라서, 정말로 정책 과정에 이공계적 전문성이 제대로 반영되기를 바란다면, 우선은 더 많은 정책 관계자들이 이공계적 소양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연구자 양성에만 초점을 둔 교육은 이러한 점에서 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책결정과 문제해결의 전문성을 인정한다면, 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정책 과정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우수한 과학자가 정부 고위직에 가서는 오히려 일을 망치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은 단지 체제가 잘못되고 이공계가 세력이 작아서가 아니다. 솔직히 너도나도 한마디씩 떠들고 자기 것만 주장하는 사회에서 성실한 연구자의 입장은 외롭다. 그러나 세상을 한탄하기 이전에 스스로 해답을 제시하고 세상의 힘을 얻어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4.   이공계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문제라고?

 

이공계가 사회적 필요에 비해 인재가 안 모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불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것도 전공 따라 다르지만 공대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공대를 나오면 법대나 의대보다 돈을 못 버는가? 아니다. 법대 나온다고 다 판검사나 변호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된다고 늘 신나지도 않는다. 의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아는바 학생이나 부모의 본심은 회사원은 오너있는 회사의 머슴이고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하니, 자격증으로 안정되게 사는게 낫다 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생활 하면서 소위 돈과 사람을 다루는 사람들보다 출세나 사내권력에서 불리하다고도 여긴다. 한마디로 공대생의 기회가 무엇인지를 모르거나 알아도 용기가 없어서 푸념을 하는 것이다. 공대출신은 전세계 어디서든 통하는 기술을 갖고 있고 자기사업을 하기에 가장 유리하다. 기술자를 넘어서 경영자가 되려면 MBA 진학 등 따로 노력을 하면 된다.

공대 특유의 사업기회는 위험해서 싫고, 경영자도 적성이 아니라면? 이제 소위 기술자 몸값 얘기가 시작된다. 경제가 20배 넘게 큰 미국과 우리가 공대 졸업생 수가 비슷한데, 우리 공대졸업생은 관리나 영업 등 공장과 실험실 이외의 자리엔 잘 못 간다. 몸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공급을 줄이고 기회의 폭을 넓혀야 하건만, 공대 교수님들은 더 많은 학생을 오로지 연구자로 만드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 회사도 더 다양한 기회를 공대 졸업생에게 주기는커녕 당장 편한대로 쓴다. 불행히도 BK21 등의 연구지원은 대학들에게 가뜩이나 많고 쓰일 곳은 좁은 공대 졸업생을 더욱 늘리게 하는 모순을 안고있다. 공대는 논문이 많이 나오니까 물론 세상 탓도 있다. 경제가 불확실하고 어려울수록 기회는 작아보이고 위험회피가 강하게 작동한다. 실제로 60-70년대 고속 성정기에는 공대가 인기가 있었고 가난하던 시절에는 설사 공대를 나와도 교사나 공무원이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몸값도 실은 용기의 문제이다. 기술은 세계적이다. 중국이 밀고 들어오는 분야는 기술자도 어려워지고,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더 싼 인도 기술자가 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몸값은 더 떨어지지만, 뒤집어 보면 이공계는 자격증으로 사는 의사, 변호사나 국내 사정에 익숙한 전투가 필요한 경영분야와 달리 Silicon Valley에 진출할 기회가 있다. 물론 쪼다에겐 없다.

 

 

5.   핵심은 용기와 지혜

 

결국 핵심은 도전의 용기와 문제해결의 지혜로 집약된다. 솔직히 쪼다 만드는 지금의 공대교육만으로는 어렵다. 그런데,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교수들은 학생들을 연구원으로 만들려고만 한다. 본인이 아는 어떤 공대생도 교수님들과 다양한 경력에 대해 상의해 본 경우는 없었다. 이러니 기업들도 공대생에게 더 다양한 기회를 주지 못한다.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고유의 기회를 갖고 있고, 경영자와 정책결정자가 되기 위한 기초소양을 갖고 있는 공대생이 의사나 변호사의 자격증을 부러워할 이유는 없다. 눈치와 충성게임에 코딱지만큼 더 능한 경영대생을 부러워할 이유도 없다. 다만 더 넓은 생각과 경험을 키우지 못하는 공대 교육을 다시 생각해 볼 이유는 있다. 백번 양보해서 공대 교수는 연구에 몰두해야 하니 무리라면 인문/사회계열, 경영대학과의 협력을 통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공대생에게 주어진 기회와 위협도 분명히 읽을 수 있고, 소위 정책과정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당장 공대 입학점수가 낮아졌다고 호들갑 떨며 어설픈 지원책만 늘어 놓는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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