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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죽은 사람과의 대화

2005.11.23 09:47

hanabaro 조회 수:4978

 

역사를 돌이켜 보면 위대한 사람들이 만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떠나고 만날수도 목소리를 들을수도 없다. 하지만 만약 내가 필요할 때 그들과 대화해서 지혜를 구하고, 슬기를 구하는 방법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치적으로 곤궁에 처한 사람, 사업에 어려운 사람, 중요한 판단의 기로에 선 사람... 우리는 수시로 누군가 결정적인 대화의 상대가 되기를 늘 원하고 있다.

 

혹 죽은 사람과의 대화를 이야기하니, 귀신을 부른다, 영매를 활용한다는 등의 방법을 떠올리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과학에서 다루기는 아직 이르고 위험한 일이다. 다만 순수하게 과학적 방법을 통해서 죽은 사람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특별한 프로젝트를 소위 영혼포획Soul Catcher 이라고도 하는데, 한 인간의 오감과 정신적 사고를 그대로 가상공간에서 재창조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하자면, 1997년 미국의 카네기멜런대학 연구진들은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을 가상공간에서 재생한 적이 있다. 이들은 아인슈타인의 생활과 대화를 담은 500여개의 비디오 자료를 토대로 가상의 아인슈타인(ersatz Einstein)을 만든 것이다. 이 가상인물에게 어떤 질문이던 질문을 하면 그 질문에 실제 아이슈타인이 응대했을 만한 가장 적합한 대답을 가상의 아인슈타인(컴퓨터 시스템)이 찾아서 화면과 음성으로 대답해 주는 방식이다.

 

위의 경우 아주 초보적인 대화의 방법이지만, 미래에는 과연 어떤 수준까지 가능할까? IBM 알마덴연구센터의 데이비드 톰슨(David A. Thompson)에 따르면, 2005년이면, 안경테에 부착한 미니카메라를 이용해서, 1년 동안의 개인생활을 릴리푸티안(lilliputian)이라는 디스크 하나에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정신작용인 뇌신경의 정보는 두피에 이식한 실리콘 칩으로 수집하고, 이 수집된 정보는 손목시계형태의 슈퍼컴퓨터로 처리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이미지 자동색인, 인간 뇌의 작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실리콘 칩의 신체이식기술이 동시에 발전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인간의 경우 오감을 통해서 초당 1Gbit이상의 정보를 흡수합니다. 하지만, 말과 문자로 출력하는 량은 겨우 초당 100bit(입력의 천만분의 1에 불과)에 불과하다. 그래서 가상 인간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정보흡수 기술과 사람의 정신작용에 준하는 정보처리 속도가 따라줘야 한다. 과연 이러한 필요조건이 충족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현재의 발전속도라면 앞으로 10년이면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부사령관 데이터(처리속도: 100 Tip/s, 기억용략:100 TB=MB의 백만배)에 상응하는 슈퍼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참으로 엉뚱한 시도가 아닐 수 없는 이 영혼포획 프로젝터,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개인의 모든 삶에 대한 모든 기록을 저장하고 물려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결국 인류종족의 모든 기록을 영원히 남기는 멀티미디어 저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물론 그 엄청난 정보 때문에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지혜와 지식의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혜롭게만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인간의 삶을 지혜롭고 풍요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성급한 기대도 가지게 된다.

 

문제는 문제는 다른곳에 있다. 인간의 마음과 정서는 늘 가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단순한 사람이 아닌 이상 인간의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인간의 고차원적인 정신사고를 과연 기계 속에 어떻게 저장하고, 또 어떻게 재생할 수 있을것인가는 쉽게 답을 얻기 어려운 사안이다. 그러나 과학은 늘 상상을 뛰어넘는 놀라움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나름대로 기대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 듯 하다.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과학극단<키스>대표 이원근
<한국과학기술평론가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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