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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감기에 걸린사람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필자는 대학시절 학기말 시험 때마다 심한 감기 때문에 몸살을 앓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감기는 때로 ‘만병의 근원Q으로 불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예 질병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암이 정복되고 무병장수에 예방치료와 맞춤 의약까지..., 희망부푼 전망이 난무하지만 정작 감기라는 가벼운 질병은 쉽게 정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감기약을 먹으면 2주일만에 낳지만, 그냥 두면 14일이나 걸린다는 우스개 소리처럼, 사실 지금의 감기약은 직접적인 치료제가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반적인 감기와 독감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먼저 염두에 두자.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 밝혀진 6가지를 비롯해서 최소 90여가지 바이러스가 일으키며 그 발병의 원인이 복합적이다. 독감은 특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며 발열 오한 근육통 두통 등이 갑자기 시작된다. 감기는 폐렴 천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독감은 합병증으로 목숨까지 앗아간다. 감기바이러스는 지구상의 어떤 생물보다도 오래되었고, 돌연변이를 통한 변신술의 귀재이기 때문에 그만큼 치료약의 개발이 어렵다. 하지만 독감의 백신과 치료제는 하나 둘씩 개발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감기는 생활의 불편을 줄 따름이지만, 독감의 위력은 가히 대단하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3월 미국 캔사스주의 한 군부대에 독감이 돌아 병사 48명이 사망했다. 이 독감은 인근 군부대와 도시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었고, 감염된 병사를 통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퍼져나갔다. 프랑스에서는 2만2000여명이, 아프리카 프리타운 지역에서는 전인구의 3%가 독감으로 희생됐다. 이 독감은 전체적으로 2000만명이 넘는 희생자를 낳았고, 중세유럽의 흑사병과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질환으로 기록되고 있다. 세계적인 독감의 유행은 1957년(아시아독감)과 1968년(홍콩독감), 1977년(러시아독감)에도 발생해 수천만명의 희생자를 발생시켰고, 작년 겨울에도 일본에서는 유행성 감기로 23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렇듯 수천년동안 인간을 괴롭혀온 독감이지만, 치료제 개발에 서두르지 않은 것은, 치료제 개발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역설적이게도 독감이 인명을 크게 위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생물의학의 발달에 따라 적지 않은 진보를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호주 맬번에 있는 바이오타 홀딩스(Biota Holdings)사는, 흡입하면 불과 몇 초 내에 이 바이러스를 마비시켜 죽여버리는 “릴렌자(Relenza)”라는 독감치료제를 개발하고 시판하고 있다. 이 약은 독감을 치료하는 신 개념의 치료제로 독감A와 B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모든 독감 아류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릴렌자는 글락소 웰컴의 지원을 받아 호주의 과학자들이 3차원 설계기술을 활용해서 개발한 이 약은, 약을 쓰지 않으면 약 1주일 이상 계속될 독감도 56%의 경우 24시간 내에 회복을 보인다고 한다.

 

그 외에도 미국 에너지부 산하 브룩하벤 국립연구소는 작년 말 시험관에서 바이러스가 인간세포에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실험을 성공하여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독감에 대한 치료기술은 차츰 그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일반 감기에 대한 치료약의 개발은 아직 요원하다. 일단 감기의 원인이 복합적이라는 데 있고, 바이러스의 종류 또한 너무나 다양하고 수시로 그 형태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달갑지 않은 감기이지만,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은 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흥미롭다. 독일 괴팅겐 대학 클라우스 쾰멜 교수팀이 603명의 피부암 환자와 526명의 건강한 사람을 비교 분석한 결과, 과거에 감기 등을 앓았던 사람들은 암에 걸리는 확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의 항체와 [킬러 세포]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싸우는 과정에서 면역체계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감기는 인간의 건강을 위한 필요악적인 존재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다.

 

한국과학기술평론가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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