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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생명연장의 꿈-과거, 현재, 미래

2005.11.23 10:01

hanabaro 조회 수:4473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도록 살고 싶다는 소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꿈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또한 역사적으로 볼 때 온갖 수단방법들이 이용되어 왔고,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관련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그 꿈을 조금씩 성취하여 왔다. 일찍이 중국대륙을 통일하여 천하를 호령했던 진시황제도, 자신의 막강한 권력으로도 그것만은 어찌할 수가 없어서 불로초를 구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인 아득한 옛날에는 신에게 기도하거나 무당 등을 통해 비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법이었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신이 모든 것을 주관한다고 믿었기에, 그 당시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최초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려고 노력한 사람은 ‘의학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고대 그리스 시대의 히포크라테스(BC 460?-375?)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아버지도 의사였는데, 열병에 걸린 환자를 고치기 위해 그는 인간의 병을 다스리는 것으로 되어 있는 신인 ‘아스클레피우스’ 신전에서 열심히 기도하였다. 어린 히포크라테스는 자신이 아팠을 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환자의 이마에 찬 물수건을 얹어 주어서 고통을 덜어 주었고, 그후 히포크라테스는 보다 나은 의술을 익히고 과학적인 진찰, 치료법을 개발해서 나중에 훌륭한 의사가 되었다.

 

“병은 몸 속의 균형이 깨져서 생기는 것이고, 사람은 원래 스스로 병을 고칠 수 있는 힘을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는 그 힘을 도와주는 것이다” 라는 그의 생각은 현대 의학에서 면역성이나 저항력이라 부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또한 병이란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약이라는 사고방식도 오늘날까지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원리이다.

 

서양학문의 암흑시대라 불리는 중세유럽에서는 의학의 발달도 상대적으로 느렸으나, 근대초로 넘어오면서 탁월한 해부학자 베살리우스(1514-1564)와 뛰어난 외과의사 파레(1510-1590)와 같은 인물들이 나오면서 인류는 더욱 많은 생명들을 구하고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 베살리우스는 인체 해부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던 당시에 위험을 무릅쓰고 사형수의 시체를 몰래 해부하여 근대적인 해부학의 기초를 닦았다.

 

파레 이전의 시대에는 외과의사란 이발사가 겸하던 낮은 신분의 직업이었다. 지금도 이발소에 가면 빨강, 파랑, 흰색의 선들이 돌아가는 네온사인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빨강색은 동맥, 파랑색은 정맥, 흰색은 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옛날에는 이발사와 외과의사가 동일한 직업이었다는 말해주는 것이라 한다. 프랑스 사람인 파레는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고 효과적인 치료법들을 개발하여 오늘날까지도 ‘근대 외과의학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다. 또한 영국의 의사 하비(1578-1657)는 사람의 심장에서 피가 나와서 온몸을 돌아서 다시 들어가는 혈액순환의 원리를 명확히 밝혀내어 이후의 의학발달에 크게 공헌하였다.

 

19세기에 접어들어서 좋은 현미경이 개발되고 미생물의 정체가 명확히 밝혀지면서 전염병에 대한 연구도 활기를 띄게 되었다. 전염병은 하늘이 내리는 형벌이 아니라 병원체인 미생물에 의해 생기는 것이라는 원리가 밝혀짐에 따라 여러 전염병의 예방 및 치료법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여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로는 백신의 발견자인 프랑스의 파스퇴르(1822-1895)와 독일의 세균학자 코흐(1843-1910)를 들 수 있다.

 

파스퇴르는 생명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생물학자로도 이름이 높은데, 그는 누에의 전염병을 막는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소의 탄저병과 닭 콜레라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면역의 원리를 알아내어 마침내 전염병의 예방수단인 백신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것으로 당시 유행하던 광견병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는 등 인류가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데에 획기적인 공헌을 하였다.

 

코흐는 탄저병을 일으키는 세균의 정체를 밝혀내었고, 결핵의 병원균도 발견하여 전염병의 병원체는 미생물의 일종인 세균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따라서 숱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던 당시 최대의 난치병이었던 결핵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서, 인류의 무병장수의 꿈을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오늘날 병원에 가면 주사를 놓고 조제약을 주는 화학적인 치료법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러한 화학요법을 처음으로 실현한 사람은 끈기의 과학자로 알려진 에를리히(1854-1915)이다. 에를리히는 인체에는 아무런 해를 주지 않으면서 세균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이른바 ‘마법의 탄환’을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토끼를 대상으로 실험하여 매독을 일으키는 균을 부작용 없이 죽이는 치료약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화학적 치료약품인 살바르산인데, 그가 606번째의 실험에서 성공하였다고 하여 그 횟수를 따서 일명 ‘606호’라고도 불린다.

 

20세기 들어서 플레밍(1881-1955)은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해내고 왁스만(1888-1973)은 흙 속에서 항생물질 스트렙토마이신을 찾아내어 일찍이 파스퇴르가 예언했던 ‘세균으로써 세균을 죽이는’ 시대를 열었다.

 

1953년 왓슨과 크릭이 인간 유전자의 본체인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힌 이래, 생명과학과 유전공학은 비약적인 발전의 전기를 맞게 되었고, 인간 유전자 정보의 모든 비밀을 밝혀내려는 ‘인간게놈 프로젝트 는 이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무병장수라는 인류의 소망 또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맞춤의학, 유전자치료라 불리는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방법들이 앞으로 선보이게 될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형질에 따라 사람마다 얼굴모양, 머리색깔, 성격 등이 다르듯이, 유전적 차이로 인하여 병에 대한 감수성 및 약품에 의한 반응 또한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어떤 환자는 어떤 약이 더 효과가 크고 부작용의 위험은 없는지를 유전인자 검사를 통해 미리 알 수 있게 되면 환자마다 가장 효과적인 약을 처방하여 빠르게 치료할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든다. 이것이 곧 맞춤의학인데,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일제히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 유전자 이상에 의해 생겨나는 질병들을 명확히 밝혀내고 치료할 수 있을 것이므로, 각종 암,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 등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난치병들을 정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 열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인간의 수명은 대폭 늘어나서 150세 이상의 천수를 누리는 것이 보편화될지도 모른다.

 

1996년 복제양 돌리가 탄생한 이래, 생명복제 기술 또한 인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윤리적 문제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제대로만 이용된다면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즉 유전자 조작을 통해 복제된 동물로부터 당뇨병치료제, 암치료제 등의 귀중한 의약품들을 공급받거나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를 생산할 수도 있다.

 

21세기 들어서 인류의 생명연장의 오랜 꿈은 이제 완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평론가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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