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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2000년대에는 컴퓨터가 몇대?

2005.11.23 10:01

hanabaro 조회 수:3870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매우 중요한 관심사인 반면,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 속도가 너무도 급속해서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인 오늘날, 개인이든 민간기업이든 국가든 중장기 사업계획 및 발전전략을 수립함에 있어서, 앞으로의 방향과 전망을 올바로 제시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예측과 진단이라는 힘든 작업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예측한대로 잘 들어맞으면 큰 다행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매우 많다. 미래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진단이 오늘날 얼마나 잘 들어 맞고 있는지를 참조하는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될 듯 싶다.

몇 년 전 미래연구와 관련된 어느 학회는 1971년에 만들어진 서기 2000년의 한국에 관한 조사연구 라는 해묵은 자료를 꺼내어 다시 검토해보는 일을 계획하였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의 일이니, 강산이 세 번 바뀌었을 만한 세월이 경과한 것이다. 당시 이 보고서의 작성에는 조순, 이홍구씨 등의 당대의 석학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고급인력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의미있게 예측한 부분도 더러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보기 좋게 빗나간 예측도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0년대 우리나라의 컴퓨터의 전체 대수에 관한 것이다. 컴퓨터는 이제는 사무용 기기를 떠나서 웬만한 가정의 필수 전자제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1999년에 이미 국내의 컴퓨터 대수는 400만대를 넘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예측한 2000년의 국내 컴퓨터 총 수는 놀랍게도 1만대에 불과하다. 당시는 개인용 컴퓨터라는 개념조차도 없던 시대였기 때문이었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미래에는 필요한 정보를 전화나 단말기를 통하여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 뱅크를 통하여 얻을 수 있다”라는, 오늘날의 인터넷이나 PC통신의 발달을 예견한 듯한 혜안에도 불구하고, 과연 고작 1만대의 컴퓨터로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 것인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화의 발달에 관한 것도 오늘날과 너무 동떨어지긴 마찬가지이다. 2000년에는 전화의 회선수가 1500만 회선일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70년대 당시 50만 회선에 비추어 너무 낙관적으로 부풀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99년에 이미 유선 전화회선만 거의 2500만에 육박하였다. 유선 전화보다도 더 많아진 휴대전화까지 포함시킨다면 더 많이 빗나간 셈인데,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전과 팽창 속도를 제대로 예측하여 따라잡기가 무척이나 어려움을 시사하는 듯하다.

 

물론, 이러한 과소예측 과는 달리 너무 낙관적으로 과대예측 한 부분도 꽤 있다. 2000년에는 서울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로 5시간이면 갈 수 있을 것이라든가, 전국이 1시간 생활권화할 수 있으리라는 대목 등이다. 아직까지도 서울에서 뉴욕까지 열 몇 시간이 넘게 걸리고, 대도시 사이에도 1시간 생활권은 무리인 오늘의 사정에 비추어, 아무래도 교통기관의 속도 및 발전은 정보통신에 비해 예상보다 크게 뒤떨어지는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역설적으로 전자우편, 화상송신 등의 정보통신기술의 괄목할만한 발전이 교통수단에 의한 직접적인 왕래의 필요성을 그만큼 줄여서, 그 분야의 발전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은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겠다. 컴퓨터 기술과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에 관한 예측은 국내에서뿐 아니라 외국의 경우에도 틀리기가 다반사이다. 1949년에 한 기술잡지는 미래의 컴퓨터는 1.5톤 쯤 나갈 것이다. 라고 예측한 바 있다. 노트북PC를 넘어서, 핸드PC, 휴대전화를 이용한 컴퓨팅 등이 갈수록 발전하는 오늘날, 이것은 언젠가 온라인 공간에서도 역사적 유머 의 하나로 소개된 바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앞날과 발전의 방향을 정확히 예견하기로 정평이 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조차도 1981년에 일반 PC의 주기억장치(RAM)는 640KB 정도면 누구에게나 충분한 용량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오늘날의 PC는 RAM용량이 그 200배를 넘는다.

 

이 외에도 에전의 전망과 지금의 현실이 동떨어진 경우로, 네트워크 PC와 전자화폐 등이 있다. 1995년쯤 미국 굴지의 업체인 오라클은 네트워크 PC(Network PC)라는 새로운 개념의 PC를 발표하면서, 가격도 저렴한 이 PC가 MS와 인텔 진영이 주류를 이루는 기존의 PC를 추월할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났음에도 네트워크 PC는 맥을 못추고 있다. 이미 기존의 방식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취향을 바꾸기가 어려웠으리라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자기의 것 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부합하지 않은 점 때문이 아닌가 나름대로 진단해 본다.

 

전자화폐 역시 2000년 정도면 세계적으로 대단히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이쪽에 과감한 투자를 서슴지 않은 기업들이 많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신용카드로 인터넷 상에서 물품을 구매하는데에 익숙해져 있고, 굳이 전자화폐라는 새로운 방식에 별 다른 호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위의 경우들은 아직은 결론을 속단하기 이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도 엄청난 변화 속도와 예측 불허의 형태로 전개될 인터넷을 비롯한 컴퓨터, 정보기술의 미래에 있어서 빗나간 전망 들은 단순히 개인적 오류에 그치지 않고 막대한 비용과 기회를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과학기술평론가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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