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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바이러스의 두 얼굴

2005.11.30 01:20

hanabaro 조회 수:4546

바이러스는 우리 눈에 안 보이는 미생물 중에서도 가장 작은 미생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2000 여 종류의 바이러스가 있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으로 분류되는 놈들(인간에게 많은 해를 끼치니 놈들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이다)인데, 그 이유는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독립적으로 살 수 없고 반드시 남에게 기생해야만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크기가 20-300 나노 미터 (코딱지 크기의 약 천만분의 일 정도) 밖에 안된다. 그런데 그렇게도 작은 바이러스가 동물이나 식물의 세포 속에 들어가면 한 마리가 수백, 수천 또는 수만 마리로 번식하면서 세포를 망가뜨린다. 이런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호감이 가는 녀석은 없고, 모두 얄미운 놈들 뿐이다. 인간에게 생기는 AIDS, 에볼라, 독감, 간암, 소아마비 등 많은 난치성 질병들이 바이러스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다. AIDS 하나만 보아도 AIDS로 죽어가는 사람이 수천만 명이나 된다.

인간 이외의 다른 동물이나 식물들도 바이러스 때문에 죽는 경우가 아주 많다. 따라서 자기 혼자만 잘 먹고 잘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해만 끼치는 사람은 바이러스 같은 인간이라고 욕해주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조물주는 어찌하여 이렇게 골치 덩어리인 바이러스나 또는 바이러스 같은 인간들을 만들었을까? 바이러스를 모두 없애 버리면 지구는 에덴동산과 같은 천국이 되지 않을까? 바이러스 때문에 크게 고생하거나 생명을 잃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있으면 이런 질문들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바이러스가 없는 세상을 한번 생각해 보면 곧 알게 된다.

 

바이러스가 없는 지구는 과연 에덴 동산이 될 것인가? 바이러스가 없는 지구는 무엇과 같은 고 하면, 조산아를 키우기 위해서 사용되는 인큐베이터와 같은 곳이 될 것이다. 인큐베이터 란 병원균이 전혀 없고, 온도, 습도, 산소 등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곳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아이를 위해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인큐베이터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큐베이터의 문제는 아이에게 면역능력을 전혀 키워 줄 수 없다는 데 있다. 만일 사람이 인큐베이터 안에서만 살다가 갑자기 바깥 세상에 나왔을 경우에는 며칠도 못되어 세상의 온갖 병균들에 감염되어 죽고 말 것이다.

 

어린 아이가 인큐베이터 안이 아닌 바깥 세상에서 살다 보면 많은 종류의 병균들과 계속하여 접촉하게 되고, 때로는 병에 걸려서 고생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다 보면 면역이 생기고, 바이러스와 싸워서 이기는 방법들도 터득하게 되어 아주 나쁜 조건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법이다. 우리 몸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무기중의 하나로 인터페론이라는 것이 있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왔을 경우에 세포들은 인터페론이라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데 인터페론이 하는 일은 우리 몸의 세포들로 하여금 다른 활동을 잠시 멈추고, 바이러스와 전쟁을 하도록 만들어 준다. 인터페론은 각종 세포들의 활동을 억제 시켜서 세포 안에서 바이러스가 자라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서 자라려면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고, 자기 몸을 이루는 많은 물질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한 것을 인터페론이 방지해 주는 것이다. 그대신 인터페론이 너무 많이 있으면 우리 몸 전체가 비상사태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몸이 매우 피곤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인터페론도 우리 몸에 훈련이 되어 있어야 잘 만들어진다. 평소 다양한 바이러스와 접촉하여 살다 보면 좀 힘들기는 하지만 훈련이 잘되어 위급한 상황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인간을 성숙하게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일종의 좋은 훈련 도구인 셈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세상에 바이러스가 없다면 사람들이 매우 교만해 질 것이 틀림 없다. 자기 몸이 튼튼하다고 건강을 자랑하는 사람도 감기에 한번 걸리면 꼼짝을 못한다. 내주먹을 믿어라 고 큰소리치는 조폭들에게 네 주먹이 뭐가 그렇게 쎄냐 고 비웃는 것은 더 힘쎈 깡패가 아니라, 다름아닌 코딱지 크기의 천만분에 일밖에 안되는 감기 바이러스인 것이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정을 지키게 해주고, 감기바이러스는 수시로 변형되면서 우리를 훈련시킨다. 이렇게 보면 지구상에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더 위험할 수 있는 것이다. 뱀을 모두 잡아 죽이면 생태계에 혼란이 와서 자연이 파괴 되듯이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성숙한 인간을 없애고 미숙아만 양산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러한 바이러스의 두 가지 얼굴을 바라 보고 있노라면 겸손하게 살아야 하느니라 하는 조물주의 가르침이 들려온다.

고려대학교 생명공학원 / 생명과학대학 김익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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