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생명공학 발전의 현실

 

생명공학 기술과 개념은 지난 20여 년간의 급속한 발전을 토대로 이제는 매우 실용화에 접근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생명공학기술로 우리가 상상하는 대부분의 일을 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생명공학기술로는 할 수 있는 것 보다는 못하는 것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퍼즐을 끼워 맞추는 게임과 비교한다면, 게임을 하는 규칙 정도를 겨우 알고 있는 정도이며, 수많은 퍼즐들 중에서 이제 겨우 몇 개의 조각만 맞추어 놓은 상태에 불과하다. “쥐라기 공원”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공룡의 유전정보를 확보하여 공룡의 DNA를 모두 제대로 짜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매우 간단한 기법들은 이미 정립이 되었다고 보이나, 실용화하는 측면에서는 아직도 더 정립할 기술들이 수많이 있다. 하지만, 단순한 기법 한 가지 한 가지를 따로 들여다보면 발전의 속도가 매우 높았고, 거의 완벽하게 특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립이 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술이라고 할지라도 효율성을 더욱 고도로 높여야 할 것이다. 이론적인 정립과 개념의 입장에서 생명공학의 수준을 논한다면 훨씬 더 저개발 되었다고 생각된다.

 

유전체 (게놈) 연구를 통하여 많은 종에서의 유전체 연구가 수행 완료되었다고 이미 보고는 되었지만, 현재까지의 유전체 연구란 그 종의 DNA에 있는 염기서열만을 분석한 연구에 불과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유전자의 정확한 숫자도 파악이 안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며, 많은 유전자들은 정확한 기능이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유전자의 발현과 조절에 대한 기초 및 응용 연구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여, 생명공학 기술을 실제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매우 다양한 분야의 발전이 뒤따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약 10년 이상의 활발한 연구가 요구되고, 실용화의 범위를 넓히는 데는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생명공학은 순리를 역행하는 기술인가?

 

누구나 생명이 존엄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며, 도덕적 혹은 법적 규범과 관례가 아니더라도 생명을 아무렇게 다루는 것에 대한 경각심은 매우 높다.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모든 행위에 해당되는 공학적 기술을 생명공학이라고 본다면, 오래 전부터 이용되어 왔던 의술 (모든 의료행위)도 생명공학이며, 농업적 형질이 개량된 품종을 창출해 왔던 식물육종기술 또한 생명공학이다.

 

이미 의학에서는 장기의 절단 및 이식 기술이 보편화되어 있고, 성형수술과 인공수정, 그리고 대리모를 이용한 자녀출산 등의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식물에서도 특정한 유전자를 도입하는 현대적 의미의 생명공학 기술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우량한 형질을 갖고 있는 품종들끼리의 잡종교배를 통하여 새로운 계통을 만들 수 있었고, 그들 계통들 중에서 특별히 우량한 계통만을 최종 선발하여 새로운 품종으로 등록하여 이용하여 왔다.

 

예로부터 결혼에서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장단점을 유심히 비교하였던 것은 출산되는 2세에게 유전되는 형질을 고려하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유전자의 기능을 명확히 안다고 하고 그 유전자가 2세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하면 어떤 식물에 그 유전자를 도입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잡종이 전체의 유전자를 서로 섞어주는 기술이라면 현대의 생명공학 기술은 전체 유전자들 중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필요한 유전자를 찾아내어서 그 단일 유전자만을 다른 식물체에 집어넣는 것이 다를 뿐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생명공학은 터부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좀 더 면밀하게 생각한다면, 조물주가 우주를 생성시킬 때 창조해 낸 생명체 (혹은 원시물질에서부터 진화된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연구하고 그것을 개선시키는 작업은 스스로 조율될 수 있도록 조물주가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한다면, 생명공학도 조물주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순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조물주의 전지전능함을 믿는 사람이라면 조물주가 모든 생물체를 창조할 때 변화 혹은 진화가 있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또한 변화하는 사물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환경이 변하는 만큼 생물은 변화하고 있으며, 적응된 환경에 존재할 수 있는 개체만이 오랫동안 세대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조물주는 우리 인간이 기대하는 이상으로 훨씬 더 정교하게 생물체를 구성하게 하였으며, 그 구성물질 (단백질, 핵산, 당, 지방 등)이 매시간 혹은 매초마다 다르게 생체 내에 존재하도록 해 놓았으며, 그 구성물질을 만드는 대사과정 또한 우리의 일생동안 한번도 정확하게 같은 영향을 받도록 만들어 놓지 않았다. “인생무상”, 삶은 항상 같지 않고 변하는 것이라고 예로부터 이야기 하여 왔으나, 실제 생명체 내의 모든 구성물질을 본다면 그들 모두 항상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새로운 개체를 탄생시킨다. 내 몸뚱이는 하나이지만 내 몸은 수조개의 살아있는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생명체 세포들은 단 하나라도 같은 것이 없다고 보면 된다. 내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이 하나같이 다르다는 의미는 DNA 염기가 하나라도 틀리는 경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의 환경에 반응하여 발현되는 유전자의 개수가 다를 수도 있으며, 어떤 유전자가 많이 켜져서 더 많은 단백질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단백질을 만들어 내어 현재 갖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포무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나노수준의 “구성성분의 다양성”을 이야기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조물주가 변화하도록 만들어 놓은 생명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심정을 갖고 있기에, 병을 고치는 현대의학이 더욱 발달되고, 풍부한 영양분의 섭취를 위하여 농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야 하는 것이다. 현대의 의술로 많은 병을 다스릴 수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죽고 있다. 식량이 남아돈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너무 많은 기아가 아직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광역의 의미의 생명공학 연구가 더욱 활발해야 하는 것이다. 핵물질이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원자력으로 산업에 활용되고 있으며, 레이저도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중요한 부위를 치료하는 도구가 되는 것처럼 생명공학기술의 응용성은 사람의 인식에 따라 달라 질 수밖에 없다. 시험관 아기의 윤리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던 시대가 있었으나, 현재는 불임부부의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윤리적 제약에 대한 범위가 더욱 완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생각한다.

 

고려대학교 생명공학원 / 생명과학대학 신정섭 교수

Login
College of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