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황용석 원자핵공학과 교수님 연구실

2010.12.01 06:55

lee496 조회 수:6760

인공태양 빛낼 플라스마의 꿈
1995년이었어요. 당시 미국과 러시아, 유럽, 그리고 일본이 주도하고 있던 핵융합 에너지 연구에 갑자기 우리나라가 도전장을 내고 뛰어들었어요. 미국 학자들은 물론 저조차도 걱정했습니다. 핵융합을 연구한 경험도, 인력도 거의 없는 초보였거든요. 하지만 몇 년 만에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황용석 교수는 ‘한국의 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케이스타(KSTAR)’가 처음 만들어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핵융합은 중성자가 들어 있는 ‘무거운 수소’ 즉 중수소를 충돌시켜 헬륨 원자와 중성자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때 강력한 에너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부 선진국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당시 황 교수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핵융합 반응 용기인 ‘토카막’의 플라스마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었다. 프린스턴대는 ‘토카막 물리실험장치(TPX)’를 설계하며 핵융합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연구기관이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프린스턴대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연구예산이 대폭 줄어 TPX를 건설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자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에 연구 협정을 제안했다. TPX의 설계도를 넘겨 받는 대신, 대전에 핵융합 실험로를 짓겠다는 내용이었다. 1996년의 일이다. 이후 제안이 받아들여져 2007년 한국형 차세대 핵융합 실험장치가 완성됐다. 이것이 KSTAR다.

우리나라는 이듬해인 2008년 플라스마 발생 실험에 성공하며 단번에 핵융합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실험로를 건설한 경험만으로는 부족했다. 핵융합 기술의 기반이 되는 플라스마를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했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는 황 교수의 서울대 연구실을 우수공학연구센터(ERC)로 지정했다. 센터 이름은 ‘핵융합로공학 선행연구센터’. 우리나라가 실험장비와 기초 연구 모두에서 진정한 기반을 갖춘 것이다.

핵융합과 플라스마 양쪽 인재 양성
“저희 연구실은 ‘방목형’이에요. 무척 자유스럽죠. 제가 편한 걸 좋아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일일이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자율권을 주거든요.”
연구실을 소개해 달라는 말에 황 교수는 의외로 ‘자율’을 강조했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핵’, ‘융합’, ‘플라스마’ 같은 단어로 이뤄진 연구실 이름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았다. 수 천만~수 억℃에 이르는 극한 상황을 다루는 첨단 공학 분야에서 이런 분위기가 도움이 될까.
“생각이 한 방향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아 주거든요. 또 분위기가 자유로워야 학생과 교수가 토론이나 논쟁을 할 수 있어요. 저와 집요한 논쟁을 하는 학생이 나타나면 ‘아, 졸업할 때가 됐구나’하고 생각한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황 교수팀은 이미 KSTAR에 많은 공헌을 했다. KSTAR는 올해 10월 이뤄진 3차 실험에서 초전도 토카막 장비로는 세계 최초로 중성자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또 플라스마의 온도를 약 5000만℃(전자 온도 기준)까지 높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기체 상태의 중수소를 빠르게 가열해 토카막 안에 투입하는 ‘중성입자빔가열장치’가 큰 역할을 했다. 이 장치 덕분에 KSTAR는 핵융합 플라스마를 토카막 안에 가두는 효율을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었다. 예상보다 1년 이상 빠른 성과다.
황 교수팀은 온도가 수 천만~수 억℃에 이르는 플라스마를 효과적으로 가둬 운전하는 기술이나 플라스마의 밀도를 측정하는 장치를 연구하고 있다. 내년 초 건설을 목표로 소형 토카막 실험 장비도 직접 설계해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핵융합 기술만 연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핵융합 기술의 기본 전제인 플라스마는 그 자체로 대단히 재미있는 특성을 많이 갖고 있거든요. 산업적으로 응용하기 위해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죠.”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물질의 네 번째 상태인 플라스마는 다른 상태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이 많아 산업에 응용하기 좋다. 예를 들면 반응성이 높고 미세한 가공이 가능하다. 그래서 반도체와 LCD, PDP 디스플레이 기기를 만드는 대부분의 과정에 사용되고 있다.

플라스마에서 이온을 뽑아내면 높은 에너지를 갖는 가느다란 입자 광선(입자빔)을 만들 수 있다. 입자빔을 이용하면 수 나노미터(1nm=10억 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나노 구조를 읽거나 기록할 수 있다. 현재도 액체 금속을 이용해 입자빔을 만들고는 있지만, 환경 오염 문제가 있어서 널리 쓰이지는 못하고 있다.

또 입자 광선을 물질에 부딪히게 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 중성자를 뽑아낼 수 있다. 이 중성자를 쓰면 물질 내부를 관찰하는 비파괴검사기나 공항 검색용 기기 등을 만들 수 있다. 황 교수 연구팀은 이런 장비에 쓰일 입자 광선과 플라스마를 모두 연구한다.

수십 년 뒤 미래를 위한 연구
황 교수는 두 가지 연구 주제를 ‘미래를 위한 기술’과 ‘당장 산업에도 응용할 수 있는 기술’로 나눈다. 플라스마 응용 기술은 지금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산업 분야에 바로 쓰일 수 있다. 하지만 핵융합 기술은 앞으로 수십 년 뒤를 내다 봐야 하는 ‘미래를 위한’ 기술이다.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했던 모토지마 오사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무총장은 한국형 표준 원자력발전소와 비슷한 1000MWh(메가와트)급 핵융합로가 지어지려면 앞으로 최소 30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황 교수 역시 이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황 교수가 이 분야를 공부하기로 결심했던 19 80년대 중반에는 사정이 더욱 나빴다. 핵융합 기술은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는 ‘꿈 같은’ 기술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분야에 평생을 거는 모험을 할 수 있었을까.
“제가 대학(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을 다니던 80년대 초반은 지금보다 학구적인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유학을 갈 때도 되도록 신생 분야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지요. 더구나 한국은 이미 원전을 보유한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원자력 에너지가 아닌 전혀 새로운 에너지원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핵융합이었어요.”

황 교수는 연구가 별로 이뤄지지 않은 새로운 분야야말로 공부를 시작하는 젊은 학생이나 학자가 좋은 연구 업적을 쌓을 수 있는 유리한 분야라고 단언한다.

“30년 가까이 핵융합을 공부하고 연구해 왔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나 먼 미래의 이야기 같았어요. 하지만 그 동안 많은 부분이 현실이 됐습니다. 다가올 30년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긴 시야를 갖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황 교수는 고등학생인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연구에 관심을 보이기에 ‘도전해 보라’고 권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분야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대를 이어 핵융합을 연구하는 플라스마 과학자 가족이 탄생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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