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지난 4년, 그 소중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김민정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56회



  매일 아침 9시 출근, 1~3시 강의, 매주 월요일 시험... 하루하루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나는 어느덧 대학원생이 되어있었다. 기껏해야 1월 한 달인데 대학원의 체제나 문화 속에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정신없이 달리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일주일간의 휴식기간을 갖게된 지금, 지난 4년간의 대학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공대소식지에 실릴 글을 써달라는 갑작스런 전화에 선뜻 응하기는 했지만 펜을 들기까지는 내 안에서 망설임도 있었고 일말의 거부감까지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내 4년 동안의 대학생활에서 글로 남겨질 만한 것은 있는지, 내가 지금 학위를 수여 받기에 부끄럽지는 않은 모습인지...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 나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고 화끈거림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은 무척이나 많은 것들에 눈을 돌리며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대학 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맞닥뜨리게 된 자유라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지만, 그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것이었고 나는 그 자유를 맘껏 누렸다. 멋모르고 따라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으로부터 과 신입생 환영회까지, 처음에는 무작정 선배들이나 동기들과 어울려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같이 하고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좋았다. 공강 시간이면 아이들과 우르르 과방에 몰려가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학교 근처, 때로는 학교 멀리까지 나가서 갖가지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1학년 1학기가 대학 생활의 절반이라는 말을 어떤 선배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생활 4년 중에서 1학년 1학기 때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가장 생생하고, 친구들과 모이는 자리면 제일 먼저 화젯거리로 떠오르곤 한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조별로 돌아가던 교양학교나 여러 학회 토론회들, 얼떨결에 선배들 손에 붙들려 함께 했던 4․19 마라톤, 여러 가지로 이름 붙여진 M.T들... 지금 다시 나에게 주어진다면 피하고 싶은 것들도 상당 부분 있지만, 모두가 갚진 추억이었고 그 때였기에 가능했던 소중한 경험들이었다.

  2학기에 접어들면서 이런 생활에 조금씩 싫증을 내기 시작한 나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으로 한 달쯤을 방황하다가, 우연치 않은 기회에 동아리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혼성합창단이라는 중앙 동아리였는데 다양한 전공과 취미를 가진,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소리를 이루어낸다는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봄․가을로 열리는 정기공연, 여름이면 시골 초등학교에서 갖는 Music Camp, 내부적으로 이루어지는 그 밖의 많은 행사들. 외부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일들로 우리는 울고 웃을 수 있었고, 그것이 우리들만의 추억이기에 더욱 소중했다. 3학년 2학기 가을 정기공연에 서기까지의 2년 동안 그렇게 대학 생활의 많은 부분들을 동아리와 함께 했다.

  그런 생활들 속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완벽한 나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키워나갔고, 실제로도 많은 부분들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가져왔던 나도 모를 자신감, 겁 없는 자신감이 언제나 함께 했다. 모두가 우러러보고 부러워할 성공적인 삶, 그것이 내 삶의 목표였는지도 모른다. 대학생활의 절반이 머릿속에서 꿈을 키워만 가던 시기라면, 나머지 절반은 현실 속에서 꿈의 많은 부분들을 접고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시해야만 했던 힘든 시간들이었다.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듣게 됐던 전공 수업들. 학문적으로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공부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전공이 나의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은 달랠 길이 없었다. 그 때부터 다른 전공들을 기웃거리며 복수전공을 생각하기도 하고, 심각하게 고시준비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3학년 여름방학 때 다녀온 한달 간의 유럽여행은 그 때까지의 신념이나 가치관들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삶이란 그리 치열한 것이 아니었다. 소박하지만 자신만의 꿈을 안고 있고, 그 소박한 꿈을 이뤄나가는 그 곳 사람들 여유로운 삶의 표정은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그 인상이 너무도 깊이, 오래도록 남아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해 허덕이는 사람처럼 또다시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래서였을까, 여름방학이 끝나고 시작되는 가을학기에는 전공 수업이 아닌 교양수업들로 시간표를 채워나갔다. 음악, 문학, 종교, 사회, 역사,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고 정밀한 ‘정답’이라는 것을 요구하는 자연 과학이나 공학 수업에 어느새 길들여져 있었던 것일까. 다양한 분야의 교양 수업들과 타 분야의 전공 수업들은 나에게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었고, 그 창을 통해서 나 또한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나의 허영들을 깎아나갔다. 나만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왔던 어리석은 생각들을 버리고, 힘들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직시하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이 바로 나임을 인정하는 것. 많은 부분을 현실 속에서 양보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내 삶의 길을 찾아서 헤맨 1년, 그것이 대학생활의 마지막 1년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고시나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어떤 사람들은 유학을 계획하고, 어떤 사람들은 취업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을 그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도 무척이나 빠르게 지나갔다. 교수님, 선배들과 상담하고 부모님께 조언을 구하고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 결단을 내리기까지가 무척이나 지루하고 긴 시간이었을 뿐, 일단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난 후에는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제 나는 삶의 소중한 한 부분을 접고 그 기억들을 추억 저 켠으로 밀어두려 한다. 누군가 나에게 물어올지 모른다. 그토록 힘들어하며 보낸 시간들과 그 많았던 물음에 대한 답이 무엇이냐고. 불행하게도 나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여전히 불안하고 사방으로 뻗어나간 갈림길에서 서성이고 있는 느낌이지만, 불확실한 미래이기에 그만큼 더 매력을 느낀다. 수 년, 혹은 수십 년 후에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사회에 올바른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자라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함께 공부했던 많은 동기들, 선후배들 또한 크고 작은 자리에서 올바른 소리를 내면서 살아가고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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