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식품의약품안전청 유전독성팀장 박순희 박사님


8월의 더운 여름날, 식약청 독성연구원에서 박순희 박사님을 만났다. 환하게 웃으시며 반갑게 손을 잡고 맞아주시는 모습에서 여유를 찾아볼 수 있었다. 박순희 박사님은 2003년, 바이러스성 질환에 응용하는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등 바이러스 연구 분야에 공로가 인정되어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수상하셨고, 현재 국제파필로마바이러스학회 동북아대표 이사, WHO 생물의약품표준화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시기도 하다.



“미생물학을 전공하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 어렸을 때 위인전 읽기를 좋아했는데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 중 여성 과학자는 퀴리 부인이 유일했어요. 그 때부터 한국의 과학자가 되어서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호기심도 아주 많았어요. 자연에서 보게 되는 것이 기본적으로 하늘과 땅에 있는 꽃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학 중에서도 천문학, 물리학에도 관심을 가졌고, 생물학에도 흥미를 느꼈어요. NASA에 들어가 우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도 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생물학과로의 진로를 결심하고 대학에 진학하였습니다. 학부 때 실험 과목을 수강하면서 동물 실험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정적 제약이라고 할까요. 이러한 과정에서 제게 맞는 공부가 미생물이라고 판단하였고 그래서 미생물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석사과정에서 실험을 하면서 매우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졸업 후에 유학 준비를 하였고 결혼하고 딸도 낳아서 환경미생물학으로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파필로마 바이러스란 무엇이고, 그에 대한 관심을 언제 어떻게 가지게 되셨나요?”

- 미국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한국에 들어와서 KIST 유전공학센터 생화학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서 일하는 중이었죠. 이 때 나도선 박사님께서 함께 일하기를 제안하셨고 저는 박사님 밑에서 파필로마 바이러스 진단제에 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었어요. 석, 박사 과정에서 파필로마 바이러스를 전공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병원성 미생물, 면역학, 생화학 등에 대한 공부는 두루 한 상태였고,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학문적 분위기를 알고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파필로마 바이러스에 대한 논문도 읽고 관련 지식을 섭렵하였습니다. 당시 그 연구는 프로젝트로서 지속되지 못하였지만, 훗날 프로젝트를 직접 고를 수 있게 되었을 때 프로젝트 후보 목록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바이러스와 유전질환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 주제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AIDS, 간암, 혈우병, 파필로마 바이러스 이렇게 네 가지를 두고 고민을 하던 끝에 파필로마 바이러스를 연구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당시 파필로마 바이러스의 발암기전은 비교적 잘 밝혀져 있었지만 그것이 자궁경부암의 원인인지 아닌지에 대해 국제적인 논쟁 중에 있었기에 제가 이를 프로젝트로 정한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죠. 만약 파필로마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아니라고 판명되더라도 내가 이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최소한 여성암 조기 진단의 홍보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구 시작 2년 후 1998년, WHO으로부터 파필로마 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백신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최종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파필로마 바이러스의 감염은 대부분 성적 접촉이 그 원인이 됩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자궁경부암으로 그 증상이 나타나지요. 파필로마 바이러스를 연구함으로써 여성암 조기 진단제를 개발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어느 누구 한 명이라도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제게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현재 진행 중이신 연구는 어떠한 것인지 설명해 주세요.”

- 독성연구부 유전독성팀장으로서 독성 분야의 신기술인 독성유전체기술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체에 관련된 독성유전자를 찾고, 식품, 약품 등의 환경에 인체가 노출되었을 때 어떠한 것이 발암성 유전독성물질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입니다. 현재 이와 관련된 국제적인 동향 파악을 완료하였고, 국제이상을 재고하는 동시에 국내 개발 제품의 기준을 재고하기 위해 OECD 담당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마무리 지은 상태에 있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연구원으로서 연구도 하시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계십니다. 박사님께서 강의하시는 과목 중 ‘생물법제학’이라는 과목은 조금 생소합니다. 어떤 과목인가요?”

- 과학 분야의 기초 연구가 실제 응용되고 제품으로 개발되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기초적 연구가 3년 정도 걸린다면 그것이 허가되고 제품이 되기까지는 10년, 그 이상이 필요하다 할 수 있어요. 기초적인 연구를 제품 개발로 이어지게 하는 데에는 제품 개발 허가가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허가에 대한 국제법을 만들고 생물과 관련된 안전성, 위험성을 판명하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규제과학이라는 하나의 분야로서 전 세계적으로 이미 상당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런 분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있지 않아요. 규제과학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개발자가 더 효율적으로 개발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에서 이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즉, 생물법제학은 규제 과학에 대한 학문이에요. 허가 사업에 대한 국제적인 네트워크, 생물 안전성과 유효성, 생명공학의약품의 세포주검증과 오염관리 등의 내용으로서 허가 관련 약사법, 국제법 제품 생산 관련 평가 기술 등에 대한 최신 지견들을 강의합니다.

“박사님의 연구 동기, 목적, 비전은 무엇인지요?”

- 학문을 통해 국가를 위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하기엔 거창한가요?(웃음) 제가 현재 이렇게 공부할 수 있고, 연구할 수 있는 것은 국가의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다닐 때 데모를 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정치를 하거나 운동을 하여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각자 자신이 잘 할 수 있은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사회 각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요. 저는 과학을 통해 애국하고, 제가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면서 여자로서 차별받거나 유학 도중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내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서 ‘나’라는 국가재원을 사회에 꼭 환원해야겠다는 의식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에요.

“과학을 전공하고 연구활동을 계속 하시면서 여자이기 때문에 느꼈던 어려움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KIST에서 잠시 근무를 하게 되었어요. 비정규직 연구원이었죠. 그 당시엔 여성이 순수 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흔치 않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답니다. ADD(국방과학기술연구소)에 추천을 받아 정규직으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여성이 정규직으로 일한 선례가 전혀 없었기에 취소되기도 했어요. 지금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죠? 이 때 매우 속상했지만 당시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어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 직장을 구할 때에도 상황은 별로 달라져 있지 않았어요. 남편과 함께 유학하고 와서 남편은 바로 교수직으로 취직이 되었고, 또 비슷한 경력의 많은 남자 분들이 비교적 쉽게 직장을 얻었지만 저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의식을 갖고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의 자리까지 올라 활동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는 정규직 채용이 되자마자 여성개발원에 전화를 걸어서 내가 여성과학자로서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어요. 엉뚱하죠?

“힘든 시절, 박사님의 삶과 경력을 이끌어 준 멘토(스승)가 있었는지요?”

- 학부 입학 당시 30명 정원에 20명이 여학생이었는데 현재까지 생물학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은 제가 유일합니다. 미생물학과 대학원도 당시 신설된 지 1년 되어서 사실 선배가 이끌어주기보다는 동료로서 같이 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현재 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이신 나도선 박사님, 저의 7-8년 선배이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초대회장, 명예회장이신 오세화 박사님, 그리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신 정광화 박사님께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유학시절, Linda L. Randall 지도교수님도 제게 큰 힘이 되어주신 분입니다. 여자 교수님이셨는데 당시 가족을 챙기면서 공부를 하는 생활을 많이 이해해주시고 둘째 딸을 낳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셨어요. E.coli의 단백질 분비 기작에 대해서 Science에 제 1저자로 박사학위 논문을 낼 수 있었던 것도 Linda 교수님의 인간적인 배려로 편하게 연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남편이 격려를 해주고 도움을 주어서 매우 좋았어요. 유학 도중에 힘들어 할 때에도 ‘지금 이 고비만 넘겨라’며 저를 붙잡아주고 격려를 해 주었지요.

“WHO-EAP 위원으로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또 WHO 전문가 회의에 참여하는 등 국제적인 활동을 하시면서 느끼시는 점은 무엇인지요?”

- 국제적인 생물의약품관련 기준법을 WHO에서 정하는데 이 과정에 발언권을 행사하고 직접 참여합니다. 처음 회의에 초청되어 참여하게 되었을 때에 말을 할 수 있는 타이밍도 못 잡고 있어 속상했습니다. 그래도 한국의 대표로 와서 무언가 발언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절박한 마음에 기도를 했어요. 당시 영국 대표와 미국 대표가 주요 쟁점에 대해서 해결책을 못 내고 논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너무나도 신기하게 그 해결책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에요. 그래서 발언을 하였고 회의록에 이 논쟁을 마무리 짓는 안을 내놓은 사람으로 Korea. Sue-Nie Park으로 이름이 올라가는 데 정말 눈물이 나올 정도로 기뻤습니다. 국제적인 일을 하게 될 때 항상 생각하는 것은 ‘나는 한국인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내가 인간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성실해야 한다.’ 는 것입니다. 성실과 정직이라는 단어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불쌍할 정도로 열심히 합니다. (웃음)
또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함을 느낍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물론 필요하지만 국제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고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국제적인 통찰력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자기 분야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 EAP는 Expert Advisory Panel의 약자이다.


“작년 11월, ‘과학 마술과 함께 하는 과학 기술인의 작은 음악회’에서 성악을 하셨는데, 평소 노래 부르는 것을 즐겨 하셨나요?”

- 현재 성가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대덕 연구단지에 있을 때에는 합창단을 하기도 했었죠. 고등학교 때 음악선생님께서 성악을 하라고 권유하셔서 성악을 무료로 배운 적도 있었어요. 아리아도 외웠었답니다. 한때 성악을 전공할까 잠시 생각도 했었지만 과학을 공부해서 내 나라 이상을 위해 일한다는 제 본래 꿈에 더 집중하였습니다. 대학교 때 선배의 권유로 합창부에 들어 솔로로 활동하기도 하였고, 명동 성당에서 7년 이상 활동한 적도 있습니다. 참, 이번 24일 저녁 서울대 호암관에서 하는 생명과학 포럼에서 또 한 번 무대에 설 기회가 생겼답니다.

“공직 연구원, 특히 식약청 연구원이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학생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 공직 연구원은 조직 사회에 속하는 과학자예요. 과학적인 지식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조직 사회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해요. 학자로서 학교에서 연구 활동에 집중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공직에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공직에서의 그 한 사람의 영향력이 현실적으로 매우 크게 작용하니까요.
학생의 본분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어떠한 길로 어떻게 가야겠다고 미리 생각하고 규정을 짓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정신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구요. 그리고 영어와 더불어 중국어나 일본어를 공부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첫째로 필요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능력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이니까요.


*학력 및 주요경력

학력
서강대학교 생물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석사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박사
경력
한국생명공학연구원-분자세포생물그룹 바이러스종양연구실장
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 겸임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청 바이러스제제과장, 혈액제제과장 등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 이사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 유전독성팀 팀장
고려대학교 객원교수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 겸임교수 등
국제파필로마바이러스학회 동북아대표 이사
국제보건기구(WHO) 생물의약품표준화 전문위원
여성생명과학포럼 이사
수상
1998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우수연구실상
2003년 훈장 서훈- 과학기술진보장



인터뷰: WISE 기자 최인영 (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 iyliebe@empal.com)
                            정혜진 (이화여자대학교 제약학과/ freejj84@freechal.com)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98 수학, 학교수업-수능평가 엇박자 kbr0376 2004.06.14 3410
1597 여야 `이해찬 총리` 청문회 전략마련 한창 kbr0376 2004.06.14 2726
1596 전교조 교육 시장화 정책이 교육 근본 파괴 kbr0376 2004.06.11 2551
1595 EBS `플러스2 중학생 전용채널 추진 kbr0376 2004.06.11 2963
1594 주요대, 자연계 수리`가 지정ㆍ가산점 kbr0376 2004.06.10 2749
1593 < 대입 수능 반영계획 분석 및 대비전략 > kbr0376 2004.06.10 2845
1592 영재교육의 모범 매그니트 스쿨 lee496 2004.06.10 3185
1591 정운찬 총장 서울대 정원 3천명이 적정 kbr0376 2004.06.09 3096
1590 사설 입시기관 대입설명회에 인파몰려 kbr0376 2004.06.09 2881
1589 서울대 2006학년도 학사정원 동결 시사(종합) kbr0376 2004.06.09 2583
1588 교육부, 2006학년부터 대입 1학기 수시모집 폐지 검토 kbr0376 2004.06.09 2641
1587 수시1학기 내신비중 낮은대학 초강세 kbr0376 2004.06.09 2735
1586 [1] kbr0376 2004.06.09 3370
1585 교육혁신위 2008학년도 대입구상 밝혀 2004.06.02 2353
1584 여학생은 연구원하면 힘드나요? [1] tjrjwjd030 2012.01.04 3483
1583 2011 여성과학기술인연차대회에 다녀왔습니다~ [2] zpirate 2011.04.11 3638
1582 [책소개] ‘세상을 바꾸는 여성 엔지니어’ cholonga 2010.09.11 6377
1581 제1회 아모레퍼시픽 여성과학자상 수상자 김선아 교수님 epeia 2010.04.20 5805
» 식품의약품안전청 유전독성팀장 박순희 박사님 epeia 2010.04.20 6507
1579 공고 2학년 여학생인데 진학정보 부탁드립니다 [13] skypass12 2010.04.02 5391
Login
College of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