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글 | 조성우 화학생물공학부 3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마무리 또한 중요한데, 글 솜씨도, 설득력도 부족한 제가 공상 마무리 기사 인 <관악에서 부치는 편지>를 쓰게 되서 약간 부담이 되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읽고 나서 여러분들의 생각에 조금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의미 있는 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관악에서 부치는 편지>에 실린 글들은 여러분께 위안이 되고, 마음에 담아두면 힘든 수험생활을 이겨낼 힘이 될 편지가 많았어요.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여러분들도 많이 고민 하고 있을 주제라는 생각에 제 진로 선택의 과정을 써보려 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처음부터‘공대에 진학해야겠다!’라는 생각은 없었어요. 고등학교에 들어 갈 때 까지만 해도 그저 학교 내신과 수능을 잘 관리해야겠다는 계획만 있었을 뿐, 진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은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사실 입시 공부에 치이고, 각종 스펙까지 쌓아야 하는 고등학교 생활 속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사치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렇게 지내던 1학년 때, 우연한 기회로 대학교에서 주최하는 과학강연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거기서 강연 내용보다 놀라웠던 것은 백여 명이나 되는 학생이 약간의 잡담도 없이 모두 수업에 집중하고, 또 교수님들의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전문적인 내용이 나와도, 어려운 영어 단어가 나와도 교수님의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저렇게 뛰어난 학생이 이 작은 강연장 안에도 많구나’라고 생각했고, 생각의 끝에, 저런 뛰어남은 좋아하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적이 있는 사람이 노력의 효과도 배가가 된다는 말을 실제로 경험한 기분이었습니다.

 

강연을 다녀온 후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나름대로 많은 사람들의 조언과 경험들을 들어 보았지만 <이과의 꽃 = 의예과> 이라는 말만 자꾸 들리더라구요. 인생은 실전이 라고, 사회에서의 경험은 이러한 결론을 낳는다는 것에 씁쓸해 하면서도, 평균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목표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학년 때의 문과, 이과를 결정하는 관문은 쉽게 통과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내가 치열하게 고민해서 결정한 것이 겨우 이건가?’하는 생각과 함께 점점 의욕이 떨어지고,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서울대학교 Be engineers 홈페이지에서 알게 된 서울대학교 공학캠프를 보고 의대가 아닌 다른 방향도 알아보자는 취지와, 1학년 때 강연에서의 충격을 다시 한 번 느껴서 의욕이 떨어지는 제 자신을 다잡고, 다시 시작해보자 하는 생각에 신청하였습니다.

 

운이 좋게도 캠프에 갈 기회를 얻게 되었고, 캠프 안에서 토론 이나 퀴즈 프로그램에서 또 한 번 나보다 뛰어난 학생들을 보고 부러움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마음에 와 닿은 것은 교수님의 강연이었어요. (전체 내용은 공상에도 실렸었어요!) ‘평균만 따라가지 말고,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top1%가 되라’와, ‘지금의 행동이 불러올 나비효과를 기억하라’라는 문구가 머릿속을 강타하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이과의 꽃= 의예과’라는 일반적인 생각에 대한 반발심으로 그 문구가 더 공감이 갔는지 몰라도, 평균 소득 및 평균 생활수준을 비교하며 평균을 쫓아가기보다는, 어느 과에서든 top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멋지고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인생일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그동안은 와 닿지 않았던 생각, 사람들이 아무리 좋다고 하는 직업이라도 밝은 부분이 있으면 어두운 부분도 있듯이 크나큰 어려움 또한 존재하리라는 것도 문득 깨닫게 되더라구요. ‘( 사위는의사면좋아도, 아들은의사안시킨다.’라는 말이 있듯이 말예요)

 

저는 학교로 돌아와서 저의 흥미를 면밀히 생각해 보기 시작했어요. 이번 고민은 1학년 때 했던 고민과는 방향이 달라진 것을 느꼈습니다. 일단 대학교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현실적으로 공부 외의 분야에 흥미를 붙이고 연습하기에는 늦은 것 같아서 범위는 제가 그동안 꾸준히 해 왔던 공부 분야 안으로 제한했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중 과학, 그 중에서도 생물과 화학에 흥미가 있었기에 저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 수집을 해보자 하고 화학생물공학부나 생명과학부, 농대에 대한 소식,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며 무슨 일을 하는지, 최근 연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꽤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고 저는 특히 바이오센서 분야나 나노 로봇 부분은 한번 직접 연구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비염이나 축농증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인공센서로 후각을 구현한다는 것에 끌렸고, 인간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다는 공대의 정신에 가장 부합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바이오센서를 연구하고자 하는 마음에 화학생물공학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진로 결정에는 도움이 안 되는 저만의 계기일지 모르지만, 여러분들도 자신의 생활과 특징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골똘히 생각해보면 저처럼 자그마한 특징 하나라도 찾을 수 있으실거에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내신 성적을 잘 쌓아뒀는데 내신을 이용한 수시에 의예과를 지원했다가 떨어지는 것이 겁이 나서 자신을 합리화했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학교생활을 3년 째 하고 있는 지금, 배우는 과목이 많고, 버거울 때도 있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고, 또 어려운 것들을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알아가는 방식이 저랑 잘 맞아서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작은 케이크를 보고 경제학자는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를 생각한다면, 공학자는 케이크를 크게 만들 생각을 한다.’공대에 관한 자료를 모을 때 봤던 문구에요. 공대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학년이 지날수록 저도 점점 공대스러운 사고방식으로 변해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해요. 가끔 제 진로가 앞으로는 어찌 될지 불안해질 때면, 어떤 길을 선택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고등학교 때의 top 1%가 되자는 다짐을 잊지 말자고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2학년 때 했던 고민을 좀 더 일찍 했다면 평균을 쫓으며 하루하루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초조하게 보냈던 날들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에요. 여러분들은 좀 더 일찍, 그리고 많이 자신만의 계기로 삼을 기회를 만들고, 의미없는 평균값만 가지고 고민하기보다는 여러분의 흥미에 좀 더 집중했으면 해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경험한뒤 가장 어울리는 것을 찾을 수 없다면,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그 선택을 가꾸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이 글을 계기로 삼아 좀 더 일찍 흔들려 보고 여러분에게 꼭 맞는 결정을 내리기를, 그 결정 속에서 여러분만의 즐거움을 찾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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