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조항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의 책장에는 건축학 서적보다는 디자인이나 인문학 서적이 더 많이 꽂혀 있었다.

조 교수는 “훌륭한 건축가란 공간에 좋은 이야기를 녹여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채연 교수님, 안녕하세요.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1학년 채연입니다.

김동원 건축학과 1학년 김동원입니다.

조항만 건축학과 건축공학 학생이 한 명씩 왔네요. 재학생들이야 다 알겠지만 우리학교 건축학과는 건축학과 건축공학, 둘로 나뉘어져 있어요. 건축공학은 건축 구조와 시공, 환경과 관련된 엔지니어링을 주로 공부하고, 건축학은 설계, 디자인, 역사, 이론, 도시설계 등을 배우지요.

김동원 건축공학은 4년 과정인 반면 건축학이 5년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항만 건축사 자격 때문에 그렇습니다. 학과 특성상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거나 일할 기회가 많은데, 각 나라마다 학과 과정이 다 다르니 이 사람이 제대로 건축을 배웠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8개국이 인증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그 커리큘럼이 5년으로 짜여 있습니다. 건축공학은 ‘에이빅(ABEEK)’이라는 공학인증을 받게끔 돼 있고요.

김동원 교수님은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조항만 연구라기 보다는 설계에 더 가깝겠네요. 설계를 하다 보면 눈으로 보이는 모형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나무를 이용해서 작은 모형을 만들 때도 있고, 그려서할 때도 있고. 저희 연구실은 그런 설계 방법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요즘은 컴퓨터 기술이 워낙 좋으니까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건축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채연 기술 쪽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는 기술이 인공적인 환경을 조성해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하며, 또 그것이 공대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관점에서 건축학과가 공대에 속해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항만 그렇습니다. 저는 건축을 미학과 공학이 결합된 학문이라고 봐요. 건축물은 그 시대의 최고 첨단 기술이 적용되기 마련이잖아요. 진동에 견디고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건축 재료를 발견하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건축은 공학과 뗄 수 없는 분야입니다. 건축의 목표도 기술과 마찬가지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고요.

김동원 교수님 말씀을 듣다 보니 건축가는 정말 많은 지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공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의뢰 받는 건축물에 맞는 공부를 그때 그때 해야하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이 많은 공부를 다 소화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조항만 이 일을 오래하면 근육이 붙습니다. 빠르게 핵심을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추려내고 습득하는 근육이 뇌에 붙는 셈이죠. 예를 들어 제가 설계에 참여했던 세종시 정부청사의 경우, 사람들이 정부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또 정부가 국민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빠르게 파악해야 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공평한 걸 싫어하는 경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하더라고요. 그래서 세종시 정부청사의 설계 컨셉을 플랫시티(Flat city), 즉 편평하고 고른 도시로 잡았죠. 건물들의 높이를 비슷하게 맞추고, 기존에 세종시에 있던 다른 건물과 어울리면서도 국민들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
록 설계했습니다.

채연 건축의 미래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건축업계가 불황기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실제로 어떤가요?

조항만 제가 일하는 동안 건축업계에 크게 두 번의 위기가 있었어요. 한 번은 1997년 IMF 때였고, 두 번째는 2008년 세계를 경제 위기로 몰아넣었던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있던 때였어요. 건축 업계의 불황이라기보단 사실 전체산업의 불황이었죠. 어떤 사람들은 건축물이 포화상태인데, 건축이 더 이상 필요하겠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건축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합니다. 지금 보이는 저 건물들이 영원할 것 같지만, 더 좋은 기술이 생기면 아마 다른 건물로 바뀌게 될 겁니다. 건축물 자체가 아니더라도 리모델링이나 보수작업과 같은 수요가 있기도 하고요. 빠른 소비가 이뤄지는 산업은 아니지만 꾸준히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건축산업이 무너질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김동원 건축학과에 어울리는 학생은 어떤 학생인가요?

조항만 처음에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좌절감을 맛보곤 합니다. 모형으로 만들고 그림그리는 게 쉽지 않은 거죠. 다른 애들은 다 잘하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고. 그런데 이런 부분은 아주 부수적인 부분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입니다. 영화에서도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듯이 건축도 그 건물이 나타내는 이야기가 있어요. 어떤 공간은 권위를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공간은 자연과 하나됨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래서 손재주가 좋은 학생보다는 스토리를 잘 만드는,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에디터 :  최지원

글 : 김동원 
글 : 채연 
사진 :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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