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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원자력발전소(원전) 발전량은 2016년 기준 20만7890기가와트시(GWh)로 국내 전체 전력생산량의 43%를 차지한다. 이렇게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건 중성자와 우라늄 원자의 핵분열 연쇄반응 덕분이다.

 

원자로에서 중성자가 우라늄 235(235U)와 충돌하면 핵이 두 개로 쪼개지면서 우라늄 238(238U)과 우라늄 235, 그리고 여러 개의 중성자를 만들어낸다. 새롭게 만들어진 중성자는 다시 우라늄 235를 만나 핵분열 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손실된 질량만큼 에너지가 생성되고, 터빈을 돌려 전기에너지를 얻는다.

 

 

원자력 발전은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핵분열 반응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연쇄반응을 제어하는 것이 원자로 안전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중성자의 움직임을 예측해 원자로의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원자로 안전은 핵분열 연쇄반응 속도 제어가 핵심
얼핏 생각하면 에너지가 큰 중성자가 핵분열 반응을 잘 일으킬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비실비실’한 중성자가 핵과 오래 반응해 분열 반응이 더 잘 일어난다. 수식으로 나타내자면, 핵분열 반응이 일어날 확률은 중성자 에너지의 루트 값에 반비례한다.

 

하지만 핵분열을 통해 새롭게 발생하는 중성자의 경우 에너지가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이들이 연이어 핵분열 반응을 일으킬 확률은 매우 낮다. 즉,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새로 생성되는 중성자들의 ‘힘’을 빼놓아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제어봉이다. 중성자를 잘 흡수하는 카드뮴(Cd), 인듐(In), 붕소(B) 등으로 만들어진 제어봉은 연쇄반응의 속도를 제어한다.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원자로에서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중성자 수와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고 죽어가는 중성자 수가 같다. 이 상태를 ‘임계’라고 하며, 증배계수(k)가 1이라고 표현한다. k가 1보다 큰, 다시 말해 새롭게 생성된 중성자가 더 많아지면 제어봉을 더 많이 넣고, 반대로 1보다 작아지면 제어봉을 빼 임계상태를 유지한다.

 

이런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원자로의 모든 부분에서 k값을 알아야한다. 1872년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물리학자인 루트비히 볼츠만은 위상 공간에서 시간에 따른 입자수의 분포를 예측하는 ‘볼츠만 방정식’을 발표했다. 이 식을 이용하면 k를 계산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방정식이 너무 어려워 사람의 손으로는 절대 풀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컴퓨터의 힘을 빌려야 한다.

 

 

10년 개발한 프로그램, 연구용 무상 제공
컴퓨터가 이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적절한 풀이법이 필요하다. 심 교수는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지만, 우리는 몬테카를로 기법을 이용해 k값과 시간에 따른 중성자의 상태를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몬테카를로 기법은 난수를 이용해 특정 함수의 값을 확률적으로 계산해 내는 수치 해석 방식이다. 주사위를 많이 던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뜻에서 카지노로 유명한 모나코의 도시 이름을 땄다.

 

심 교수는 개별 중성자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 한 뒤 이를 통계적으로 계산했다. 만약 원자로의 중성자가 1014개라면, 초당 1000개의 중성자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CPU 1만 개를 동시에 가동해도 약 4개월이 걸린다.

 

심 교수는 몬테카를로 기법을 적용해 107~108개의 중성자를 임의로 추출한 뒤, k값과 시간에 따른 중성자의 상태를 확률적으로 계산해냈다. 그리고 이를 C++언어로 구현해 ‘맥카드(McCARD)’라는 입자해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4개월이 걸리던 계산 시간을 1초로 대폭 줄일 수 있다.

 

맥카드는 2016년 완공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의 설계에 사용됐다. 심 교수는 “10년에 걸쳐 힘들게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연구 목적에 한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며 “국내 원자력 학계와 산업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 : 최지원 기자
사진 : 남윤중

과학동아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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