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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15번이나 헛돈 입시 개혁

2004.10.01 07:25

lee496 조회 수:2721

 

 [15번이나 헛돈 입시 개혁 ]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2008학년도 대입제도개선안을 내놓은 이후 전교조와 학부모 단체가 일부 사립대학의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학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으로 논의가 흘러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문제의 발단은 이미 2002학년도 입시개혁 시행과정에 내재돼 있었다. 당시 개혁안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선안과 같이 본고사를 금지하고 수능 활용을 최소화해 내신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골자였다. 이 개혁의 성공 여부는 내신의 신뢰성을 제고함으로써 대학의 내신활용도를 높여 나가는 데 달려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성적 부풀리기 등으로 인해 내신의 신뢰도가 개선되지 못해 자연히 대학들은 수능의 비중을 높이거나 서류평가 등에서 학생의 학력을 반영하는 평가방법을 채택하게 되고, 이것이 고교등급제 의혹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혹자는 대학들이 점수만으로 쉽게 선발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이러한 비난은 옳지 않다. 대학은 더 이상 수능 점수를 한 점 더 받은 학생이 우수한 학생이라고 보지 않는다. 21세기에 적합한 인재는 점수 잘 따는 학생이 아니라 창의성 있고 봉사정신과 꿈을 가진 학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서로 다른 배경과 능력을 갖고 있는 다양한 학생 구성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대학입학정원의 45%를 수시모집에서 다양한 방법과 기준으로 선발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학생 선발에서 학력은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학력만으로 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학력을 수학능력을 확인하는 정도로만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대학은 봉사정신과 리더십이 뛰어난 학생도 선발하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근간이 돼야 한다. 학생의 학력을 정확히 평가해 반영하는 것은 공정한 선발의 기본이다.


최근의 고교등급제 논란과 관련해 학교 간 성적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학생의 학력을 내신에 반영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은 반드시 고교등급제일 필요는 없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인 합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 내신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신의 질적인 평가가 중요하게 되는데 평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 이때 결국 주관적인 평가의 주체는 대학이므로 대학에 대한 신뢰와 함께 평가의 자율성이 주어져야 한다. 학생 선발부터 각 대학의 설립이념과 특성을 반영함으로써 대학 간의 창의적인 경쟁을 유발하고 그러한 경쟁에 의해 대학의 서열은 파괴될 것이다. 대학의 학생 선발에 대한 인위적인 규제는 그 성과를 거둘 수 없을 뿐더러 실질적인 피해는 학생의 몫이 된다.


2008학년도 입시개선안은 교육부가 나름대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고심 끝에 내놓은 안으로 생각한다. 특히 수능 등급화는 과도한 점수경쟁을 완화하면서 동시에 대학들이 점수에 의해 선발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이제는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그와 함께 내신의 신뢰성을 높여나가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만 2002학년도 개혁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입시제도를 탓하지 말자. 사실 지금까지 입시제도가 15번이나 바뀌었어도 교육문제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지 않은가? 대학과 고교, 시민단체와 교육부가 서로를 탓하는 책임 전가와 비생산적인 비난 게임을 이제 그만 두기로 하자.


대학은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재를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하고 공정한 선발 방법을 개발하고, 교육부는 고교등급화 금지나 본고사 금지라는 틀에서 벗어나 대학에 자율권을 과감하게 허용하며,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도록 공교육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로 선언하자. 모두가 자기 몫을 해낼 때 우리나라의 교육은 점진적이지만 확실하게 변화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완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학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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