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미세유체공학 연구실

2005.10.19 07:56

lee496 조회 수:10986


 개미 눈물만한 액체도 제어한다 - 미세유체공학


세상을 움직이는 기계들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기계가 작아지면 자연히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나 부품도 작아지게 마련이다. ‘작은 것’을 다루는 일은 ‘거대한 것’을 다루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다. 하지만 작은 것 역시 거대한 것 못지않은 매력을 갖고 있다.

 

좌_서울대 마이크로열시스템연구센터 서갑양 교수 연구실에서 모세관 리소그래피로 제작한 소수성 표면. 우_그 위에 떨어뜨린 물방울이 구형을 유지하고 있다.



물체를 축소시키는 연구에 몰두하던 웨인즈 교수. 그가 외출한 사이 아들과 딸, 옆집 아이들이 야구공을 주우러 실험실로 들어온다. 그런데 실수로 축소기가 작동해 4명의 아이들이 모두 6mm로 작아지고 만다. 외출에서 돌아온 웨인즈 교수는 이들을 뒷마당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1989년 개봉한 영화 ‘애들이 줄었어요’는 이렇게 시작한다. 영화에서처럼 사람이 그렇게 작아질 수야 없지만 현실에서는 세상을 움직이는 기계들이 실제로 점점 축소되고 있다. 물론 ‘실수’가 아니라 과학기술이 발달한 덕분이다.


마이크로 설계 기술 상용화


눈에 보이지 않는 유전자나 단백질을 다루는 생명과학 분야가 발전하고, 갖고 다니기 편하도록 작고 아담한 휴대전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작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작자들도 미세한 동작까지 구현해내는 정교한 기계가 필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공학자들도 점점 작은, 더 작은, 아주 작은 것을 다룰 수 있는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20~30년 동안 초미세가공기술인 마이크로 전자기계 시스템(MEMS,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래서 마이크로미터(μm, 1μm=10-6m) 크기의 미세한 기기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는 마이크로 기기를 설계, 제작하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까지 와 있다.


가까운 예로 운전자의 생명을 지키는 자동차 에어백 시스템을 구동하는 가속도계의 크기는 수 μm에 불과하다. 원자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주사전자현미경(SEM, Scanning Electron Microscope)의 탐침을 구동하는데는 마이크로 크기의 액추에이터(actuator)가 사용되고 있다. 또한 네트워크로 구성한 초미세 유로를 생체 내의 약물운송시스템에 적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표면 실리콘 마이크로 가공(surface silicon micro machining), 벌크 실리콘 마이크로 가공(bulk silicon micro machining), LIGA(Lithographie Galvanoformung Abformung), EDM(Electro Discharge Machining) 등과 같은 새로운 미세가공기술이 속속 개발됨에 따라 기기의 초미세화가 더욱 가속됐다.


이와 같은 미세가공기술의 발달로 기체나 액체의 흐름을 연구하는 유체공학 분야에서도 초미세 유체기계가 개발돼 왔다. 예를 들어 초미세 전자장비, 바이오의공학장비, 화학공정제어시스템, 환경제어시스템을 구축할 때 동력기관, 열교환기와 같은 초미세 열시스템, 마이크로 액추에이터와 센서, 마이크로 밸브와 펌프 등의 초미세 유체기계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미세유체공학’(microfluidics) 분야가 급속히 부상했다.


꿀통 속 항해하는 잠수함

 

소금쟁이는 자체 무게보다 발과 물 사이의 표면장력이 더 크기 때문에 가라앉지 않고 물위에 사뿐히 앉을 수 있다. 소금쟁이 발처럼 미세한 영역일수록 표면에서의 현상이 중요해진다.



유체기기의 크기가 초소형으로 바뀌면서 매크로(macro) 시스템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물리적 현상들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사람은 물위를 걷지 못하는데 어떻게 소금쟁이는 물위를 마음대로 걸어다닐 수 있을까 같은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시스템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중력과 같은 체적력은 작아지고 반대로 표면장력과 같은 표면력은 점점 커진다. 체적력은 시스템 길이의 세 제곱에 비례하고 표면력은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금쟁이의 경우 몸의 무게보다 발과 물 사이의 표면장력이 더 크기 때문에 물에 가라앉지 않는다. 이와 같이 마이크로 스케일에서는 표면에서의 현상이 중요하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려는 시도들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어느 일간지에서 나노기술과 관련해 미래에는 초소형 잠수함이 인체의 혈관을 다니면서 환부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사가 그림과 함께 게재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유체역학의 관점에서 볼 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유체역학에서 다루는 중요한 개념으로 ‘레이놀즈수’(Reynolds number)라는 것이 있다. 이는 점성력에 대한 관성력의 비를 의미하는데, 바닷속을 다니는 잠수함의 경우 레이놀즈수가 100만 정도다. 즉 관성력 또는 추진력이 바닷물에 의한 점성 마찰력보다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혈관 속을 다녀야 하는 초소형 잠수함의 경우 레이놀즈수가 1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점성 저항이 훨씬 크다. 바꿔 말하면 초소형 잠수함이 혈관 속을 움직이는 것은 마치 잠수함이 끈적끈적한 꿀통 속을 항해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작아지면 성질도 바뀐다

 

유체역학의 관점으로 볼 때 혈관 속을 누비고 다니는 나노로봇은 마치 끈적끈적한 꿀통 속에서 움직이는 것과 같다. 관성보다 점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미세 채널은 마이크로 유체기기를 구성하는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미세 채널은 각기 다른 부품들을 연결하거나 반응물을 운반하는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생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용기도 된다. 또한 기체크로마토그래피의 분리관, 전자기기를 냉각하기 위한 열교환기, 입자 분리 시스템, 잉크젯 헤드 등에도 마이크로 크기의 미세 채널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100μm 크기의 채널들로 구성된 초소형 열교환기를 상상해보라.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대략 100μm이므로 얼마나 작은지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미세가공기술로는 100μm에서 100나노미터(nm, 1nm=10-9m) 크기의 미세한 채널을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마이크로 채널에서 유체의 흐름은 기존 매크로 크기의 채널에서와는 차별되는 현상을 나타낸다. 과연 어떤 차이가 나타날까.

우선 채널의 크기가 작아져서 유체 분자의 평균자유이동거리와 대등한 크기가 되면 기존의 연속체역학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해진다. ‘평균자유이동거리’란 분자가 다른 분자와 충돌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평균거리를 말한다. 공기의 경우 상온, 1기압 상태에서 평균자유이동거리가 70nm 정도다.


연속체역학의 범주로는 ‘채널의 벽면에 유체가 정지해 있다는 가정’(non-slip condition)이 성립한다. 하지만 미세 채널에서는 이 가정을 적용할 수 없게 된다. 미세 채널에서 유체가 움직일 때는 압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흐르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압축 효과가 나타난다. 또 체적에 대한 표면적의 비가 매우 크므로 표면에서의 현상이 유체의 움직임을 지배하게 된다. 따라서 점성력과 정전기력 등이 더 중요해진다.

여러 가지 미세 유체기기의 크기와 유동 특성은 ‘누센수’(Kn, Knudsen number)로 나타낼 수 있다. 누센수는 시스템의 크기에 대한 분자의 평균자유이동거리의 비로 정의된다. 누센수가 10-2보다 작으면, 즉 시스템의 크기가 분자의 평균자유이동거리의 100배보다 더 크면 기존 연속체역학의 범주에 들어간다. 시스템이 이보다 작으면 기존의 이론을 적용할 수 없다.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시스템의 크기가 100nm 이하면 나노기술, 그 이상이면 MEMS 기술이라고 말한다.


꽃잎 위 물방울이 둥근 이유


유체기기가 아주 작아지면 유체를 구동시키기 위해 일반적인 펌프를 사용하거나 유량을 제어하기 위해 밸브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이런 시스템이 없이도 유체를 구동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게 된다. 현재 많이 이용되는 방법은 표면장력 또는 모세관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열모세관 현상(thermocapillary)을 이용해 유체를 이동시킬 수 있다. 나란히 배열된 열선을 유체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차례로 가열해 나가면 유체 양 끝단의 온도차 때문에 표면장력의 크기가 달라진다. 이 힘의 차이로 유체를 구동하는 것이다.

모세관 압력강하를 이용한 모세관 밸브도 있다. 모세관 목 부분의 각도가 작을 때는 유체가 목 부분을 통과해 흘러가지만, 각도가 커지면 압력이 크게 떨어져 유체가 정지하게 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면 유체의 흐름을 단속할 수 있어 제어가 가능해진다.


유체기기를 초소형화하기 위해서는 또한 구조가 간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펌프도 밸브 같은 별도의 작동부분이 없는 단순한 형태로 설계돼야 한다. 초소형 펌프는 전자기력으로 작동되는 얇은 막(membrane)을 이용한다. 막이 아래위로 움직이는 동안 펌프로 들어오고 나가는 유량에 차이가 생겨 펌핑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경우 펌프의 입구 표면을 소수성으로 만들면 펌핑 효율이 증가한다. 소수성이란 유체가 고체 표면에 잘 젖지 않는 특성을 말한다.


따라서 소수성 표면을 구현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연꽃의 잎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잎 표면에 젖지 않고 방울 모양 그대로 굴러 내린다. 연꽃잎 표면에 매우 가는 털이 나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연현상을 응용한다면 소수성 표면을 구현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모세관 리소그래피’(capillary lithography) 기술이다. 실제로 이 기술로 제작한 소수성 표면 위에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모양이 완전한 구형으로 유지된다.


냉장고 크기를 단추만하게 축소


미세유체공학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 가운데 하나가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미세한 유체기계의 구성요소들을 설계하고 이들의 집합체인 초소형 열시스템을 설계, 제작하는 것이다. 열시스템이란 엔진이나 가스터빈과 같은 동력발생장치, 열교환기나 냉동기와 같은 열기기를 통칭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초소형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율적으로 없애기 위해 가정용 냉장고만한 냉동기를 옷의 단추 크기 정도로 줄이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 직경 10mm, 높이 10mm 크기의 냉동기가 개발되고 있다. 이는 냉동장치의 기본요소인 증발기, 응축기, 압축기 등을 모두 쌓아놓은 크기다. 따라서 각 구성요소들의 크기는 1mm에 불과하며, 냉매가 흘러가는 유로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인 100μm 정도 크기의 채널들로 구성된다.

시스템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표면현상이 더욱 중요해지므로 채널 벽면 근처의 나노 크기 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전체 시스템을 지배하게 된다. 따라서 마이크로 가스터빈, 마이크로 냉동기 같은 초소형 열시스템을 개발하려면 마이크로 또는 나노 스케일의 에너지 전달자인 전자, 광자, 음향양자, 분자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정확한 해석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또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기법 개발도 필수다. 해석, 측정 기술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기 위한 기술, 실제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부품을 가공, 조립, 정밀 제어하는 기술 연구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거대 기술에서 미세 기술로


미세유체공학의 또다른 중요한 응용 분야로 의공학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랩온어칩(Lab-on-a-chip)은 생물의학(bio-medical) 실험실을 초소형 크기로 만든 것이다. 마이크로 채널, 전극, 센서와 전자회로들로 구성된다.


랩온어칩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마이크로 채널로 구성되는 믹서 부분에서 유체가 흐르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시료와 반응물이 잘 섞이지 않는 점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들을 효과적으로 섞어주는 방법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자성을 띠는 유체를 이용해 유체의 흐름에 교란을 일으켜 서로 다른 두 유체가 잘 섞이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즉 교란이 없을 때는 두 유체가 전혀 섞이지 않고 흘러가다가 자성 유체로 인해 교란이 생기면 두 유체가 거의 완전히 혼합돼 흐르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세유체공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연구와 개발되고 있는 미세 유체기기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아봤다. 이와 같은 마이크로 또는 나노 유체 시스템 개발은 과거 거대한 산업기계를 중심으로 한 공업에서 환경과 인류 복지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정교한 산업으로의 구조 변화도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초청정 에너지원 개발, 고효율 에너지 변환, 생명공학 관련 기술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새로운 산업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신규 기술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또 높은 창의성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신기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설계 개념으로 개발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세유체공학과 관련된 현상 이론, 설계와 제어기술, 계측기술과 관련된 기반연구가 필수다.


미세유체공학 기술은 초소형 또는 초미세 기계, 전자제품, 열에너지, 광학, 의료 분야의 요소를 생산하기 위한 핵심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미래 공학을 이끌 차세대 전략기반기술로 매우 중요하다.


기체크로마토그래피 |

혼합기체시료에 들어있는 성분을 각각의 특성을 이용해 검출하는 화학 분석방법. 금속관에 실리카겔 같은 물질을 채우고 분석할 시료를 넣은 다음 수소나 헬륨 같은 기체를 통과시킨다. 시료의 성분 가운에 관 안의 물질에 잘 흡착되지 않는 것부터 차례로 분리돼 나온다.


이준식 교수는 이준식 교수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에서 열공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부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부가 지정한 우수연구센터 가운데 하나인 마이크로열시스템연구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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