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글 잘 쓰는 기술자가 성공한다!

                                                                           김 도연 서울공대 재료공학부 교수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이에 대한 독후감을 원고지 열장 정도 적어 제출하라는 것이 4월말 어느 날 이른 아침에 전화로 받은 숙제였다. 책 제목이 다른 것이었다면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거절했을 터이지만, 그랬다가는 글쓰기가 두려운 이공계 사람의 전형적인 예로 이름이 오르내릴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말려들고 말았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은 아니다”라고 혼잣말을 주어 삼키며, 책방엘 들러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제목의 책자를 8000원 주고 구입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과학기술부 원자력 실장,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을 역임한 임재춘 씨였고, 그와는 여기저기서 만난 기억이 있기에 우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상당히 적극적이면서 또 낙관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로 기억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이공계 출신이 사회적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부족한 글쓰기 실력과 그에 따른 의사소통 차원에서의 약점을 꼽고 있다. 의사소통 능력과 사회적 경쟁력이 비례하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에는 100% 동감하는 바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성공한 기술자 4,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학과목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Technical Writing 이 2위에 올랐다. 이는 컴퓨터 혹은 확률론 같은 전공과목들을 훨씬 앞선 것이었다. 쓰기 능력이 자신의 개인적 능력과 출세에 “아주 많은 영향을 미쳤다”에 동그라미 친 사람이 전체의 절반이었으며, 특히 매니저들에서는 그 비율이 71%에 달했다.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엔지니어는 매니저가 될 수 없다”, “형편없는 제안서와 보고서로는 연구비와 고객의 관심을 얻을 수 없다“ 등은 이 조사에서 여러 사람이 제시한 의견이었다.


그런데 이런 글쓰기의 중요성은 21세기에 들면서 오히려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인터넷의 시대 아닌가? 인터넷의 각종 게시판을 통해 자기생각을 표현하고, 대화하며, 논쟁도 벌이는 시대가 되었다. 회사를 포함한 모든 조직체의 의사전달이 전자문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말로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면 많은 일을 뜻대로 진행시킬 수 있었기에 웅변학원이나 스피치 학원이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글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시대가 되었기에 글쓰기 학원의 주가가 오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서울공대 교육에서도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로 생각된다. 한국의 이공계 출신이 글쓰기가 두려운 이유는 관심과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점은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꼭 출세와 승진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MIT에는 정규 교육과정으로 쓰기 프로그램이 있으며 이에 소속된 교수와 강사가 29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프로그램의 학과장인 제임스 패러디스 교수는 쓰기 능력 배양을 통해 합리적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과학기술자들의 쓰기 능력은 자신의 지식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또한 대중은 물론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그들을 설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즈음은 논문 연구도 대부분 협동작업이기 때문에 글쓰기는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서울공대에도 MIT처럼 글쓰기 교육과정이 생기는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에는 글쓰기의 중요성이 잘 강조되어 있다. 저자가 원자력국장으로 일할 때 원자력 폐기물 부지를 공개 모집하는 공고 문안을 작성해 올렸더니, 당시의 언론계 출신 장관이 이게 무어냐고 화를 내며 당일로 보직 해임시켰단다. 저자 스스로가 책에서 밝힌 원자력국장에서 해임 된 이유다. 저자는 이때부터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외국대학의 여러 글쓰기 과정을 수학하면서 ‘바로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되었고, 이를 기술한 것이 이 책자이다. 한번 쯤 열심히 읽어도 전혀 손해는 아니다. 적어도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된다.


그러나 문제는 글쓰기라는 것이 책에 있는 몇 가지 요령을 머리 속에 넣는다고 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읽는 사람을 고려해라, 주제는 하나로 해라 그리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써야한다 등의 여러 가지 지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이는 마치 축구선수에게 슛을 골대의 구석으로 힘차게 차 넣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결국 매사가 그러하듯 이러한 지침을 체득한 코치 밑에서 조직적인 훈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즉 학생들의 글쓰기도 좋은 선생님을 모시고 많은 훈련을 거듭하면 당연히 좋아질 것이다. 미래 서울공대 졸업생들의 사회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가 이루어지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제시된 여러 글쓰기 지침 중 KISS의 법칙을 소개하면, 이는 Keep It Simple and Short!이다. 배웠으면 실행하는 것이 도리로 생각되어 여기에서 얼른 독후감을 마친다. 적어도 Short의 측면에서는 성공해야 하니까. (저자는 5월초부터 유월중순까지 총 열다섯시간의 강의 스케줄로 서울공대 대학원생을 위해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학교의 지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이런 강의가 계속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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