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4년간의 대학 생활을 회고하며

2004.06.16 08:09

lee496 조회 수:4077

 

4년간의 대학 생활을 회고하며


윤 여 름 기계항공공학부 졸업생


  새천년이 된다 하여 들뜬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했던 1999년 세모의 어느 날, 나는 서울대학교 체육관 앞의 북적대는 인파 속에서 학과별 경쟁률이 적혀 있는 널따란 판때기를 불안한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날은 서울대학교 정시모집 원서 마감일이었고, 나를 비롯해서 거기 있던 많은 사람들은 그 판때기에 보다 최신의 정보가 업데이트 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나는 원래 전기공학부를 지원하고 싶었으나 공대 내에서 전기공학부가 가장 경쟁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었고 나는 내신 성적이 시원치 않았기에 소신껏 쓰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마침내 마감시간을 한 시간 정도 앞두고 새 판이 걸렸고, 거기 적힌 경쟁률을 보고 나는 약간 겁을 먹어 전기공학부를 1지망에 쓰지 못했다. 내 원서의 1지망 난에는 마음속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기계항공공학부가 쓰여졌다.

  이렇게 해서 어찌 보면 아주 내키지는 않게 들어오게 된 기계항공공학부였는데 이제 졸업하는 시점에서는 전기공학부 안 가고 기계과로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퍽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과의 전공과목들이 전부 내 적성에 맞고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 과에서 배우는 역학이나 실험 과목이나 프로젝트들은 나의 흥미를 끌었고 뭔가 만들기를 좋아하는 내 적성에 잘 맞았다. 그래서 나는 기계항공공학부를 선택(자의 반 타의 반이었지만)한 것은 정말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네 해 동안 공학 수학과 4대 역학, 그리고 그 밖에 많은 전공 과목들을 수강했다. 그렇게 많은 과목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과목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 1학년 때 입학하자마자 수강한 창의공학설계라고 답한다. 전기과 친구와 한 조가 되어서 한 학기 동안 실습실에서 톱질하고 드라이버 돌리면서 로봇 만들던 추억은 정말 잊지 못할 것이다. 특히나 마지막 콘테스트에 나갈 로봇을 만드는 마지막 한 달 동안은 거의 실습실에서 살다시피 한 것 같다. 뭔가 되든 안 되든 만들어보기를 좋아하는 내 성격에 너무나도 잘 맞는 프로젝트였다. 뜻한 대로 안 되어서 부수고 다시 만들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그래도 그 때는 정말 신나게 몰두해서 로봇을 만들었었다. 로봇을 완성하고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여 조종해서 로봇이 움직였을 때 느꼈던 희열은 결코 잊을 수 없다. 그 때만큼 열정적으로 뭔가에 매달려서 일을 했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그 때 기계과에 오기를 정말 잘 했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좀더 이론적인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다. 수학이니 역학이니 제어 이론이니 하는 과목들을 배워 나가면서 기계공학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1학년 때 창의공학설계 할 때처럼 그저 뚝딱거리면서 만들기 좋아하는 것과 공학을 한다는 것은 조금 성격이 다른 문제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역학 이론들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솔직히 학부 4년을 마친 이 시점에서도 역학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게다가 기계공학의 분야가 무척이나 넓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한 생각을 좀더 구체적으로 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저 수업 듣고 실험하고 프로젝트 하는 데 바빠서 좀더 긴 계획을 세워서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낸 것 같다. 그런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몰라도 4년 전으로 돌아가 학부 4년을 다시 한 번 지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4년이 안 된다면 3학년 때부터 만이라도.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내가 2학년 또는 3학년 때로 돌아간다면 좀더 장래에 대한 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워 보고 싶다. 나는 학부 시절에 교수님들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편이 못 되었다. 그래서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만약 다시 몇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교수님들도 많이 찾아가서 도움말씀도 들어보고, 그분들께서 하시는 연구 분야에 대해서 여쭈어 보기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내가 갈 길을 탐색해 볼 것이다. 또한 나는 학부 시절에 전공에 대해서는 학교 수업만 열심히 들었고, 그 외에 개인적으로 좀더 깊이 파고들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강의 시간과 실험 시간에 배운 것들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마인드를 갖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학기 중이나 방학 중에 관심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실험실에 조수 비슷하게 들어가서 연구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고 싶다. 또한 인터넷이나 전문 분야에 관련된 정기 간행물들을 통해서 나의 관심 분야의 동향을 예리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산업체와 외국 대학에서의 연구 현황도 관심 있게 지켜볼 주제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수업에서 배운 전공 지식을 좀더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력을 길러 나갈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이제야 하고 있으니 참 늦어서야 정신이 든 셈이다. 이 글을 읽는 후배 여러분이 있다면 신입생 시절부터 장래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하고 목표를 세우고, 또 그 목표를 이루어 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작은 단계들을 잘 계획해서 밟아 나갔으면 좋겠다. 나처럼 졸업하면서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해서 대학 시절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전공 공부도 적성에 맞아 열심히 하였고, 또 대학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관계도 넓어지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의 인격적인 면에서도 많은 성장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4년 간의 대학 생활과 그 안에서의 인간관계들을 통해서 좀더 생각을 깊게 하고 겸손한 성품을 길러 나갈 수 있었다고 나는 느낀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지난 4년을 충분히 값지게 생각한다. 나의 대학 시절은 성공적이었다.

  졸업식을 영어로 commencement라고 한다. 이 단어에는 졸업식이라는 뜻 말고도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 ‘졸업식’이라는 단어에 ‘시작’이라는 뜻도 있다는 것, 참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상투적인 문구이지만 졸업이라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니까. 이제 졸업을 하고 새로운 환경과 상황 속으로 나아가면서, 지난 학부 시절의 많지는 않지만 값진 경험을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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