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대학 전공으로 재료공학을 선택하면 인생에서 어떻게 좋은가?

 

 

최치준 삼성전기 칩부품 팀장

 

서울공대 금속학과 학사(′81)

KAIST 재료공학과 박사(′87)

삼성종합기술원 근무(′86~′90)

삼성전기 MLCC부 근무(′91~′95)

삼성전기 MLCC기술자문 겸 우창통상(주) 대표(′96~′00)

삼성전기 칩부품팀장(′02~현)

 

 

대학 전공으로 재료공학을 선택했을 때의 좋은 점에 대해 기술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소 고민하였다. 사실 일찌감치 인생의 목표를 뚜렷이 세우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자기의 전부를 던져 노력하는 자세가 전공으로 무엇을 선택하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한 것임이 자명하고 또 중요한 것은 그런 과정 속에서 철두철미한  직업의식을 갖는 것이다.

가끔 바둑 TV를 보는데 얼마 전 젊은 전문 기사들이 눈을 안대로 가리고 바둑을 말로 두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머리 속에 완전히 바둑판이 들어 있다는 말인데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할까? 필자도 한때 바둑에 빠져서 동네 바둑 수준에서는 상당히 고수임을 자부하고 살았는데 저런 수준이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었다. 그것을 보며 한편으로 부끄러움을 느꼈고 다른 한편으로는 역시 한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라면 저 정도의 경지까지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둑에 미쳐서(?), 본인이 좋아서 또한 훌륭한 스승과 서적과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어려서부터 훈련에 빠져 있으니 저렇게까지 가능하게 되는구나 하며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많은 직장인들은 그저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만 하여도 본인이 그 분야의 전문가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마치 국내의 고등학생이 학교 수업시간에만 경청하고 수업 후에 다른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우수대학에 들어 가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현대의 이 무한 경쟁 속에서 전문 직업이 무엇이든 간에 그 도달해야 할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바둑 등의 직접승부와 달리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가야 본인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마땅한 척도가 별로 보이지 않으니 그런 착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더욱이 근무환경이 세계 초일류기업이 아니면 뛰어난 직장선배가 주변에 있기 힘들고, 주변에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인력이 없을 수록 우물 안 개구리의 자세를 취한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필자는 ‘적층세라믹콘덴서’라는 매우 작은 전자부품을 개발 생산해가는 책임을 맡고 있고 따라서 주변에 상대하는 사람들에  이공계 기술인력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이들 중 잘하는 사람도 많으나 또 한편으로 일부 사람들은 직장 생활을 수동적으로 보내고 있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들은 전문인력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패하고 학습에 대한 열정이 없이 그저 주변 환경에 순응하여 시킨 것만 하려고 한다.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회사에 연구원으로 입사하면서도 연구원에 대한 직업의식이 흐릿하고  대학에서 배웠어야 할 재료공학의 전문지식은 물론 그 근간이 되는 교양과정의 일반물리 화학의 지식이 너무 부족한 점도 자주 눈에 띈다.

일부 기술 인력들이 이와 같은 삶의 태도를 보이는 원인을 찾으려면 아마도 학창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 모른다. 인생의 목표를 일찌감치 뚜렷이 세우지 못한 학생들이 그저 남들 하는 대로, 성적 순으로 이공계대학 내의 특정전공으로 진학하고 또 다시 중고교 시절에서처럼 어영부영 주입식 교육 하에 수동적으로 대충 학점을 딴 후 별 목표없이 기술인력으로 취직한 것은 아닐까 한다. 배우고 자기 것으로 익히고 실험을 통해 현상을 보고 해석해 나가고 끊임 없이 의문을 갖고 밤샘 고민과 전문 서적 속에서 해법을 찾아내고 점점 더 창의적인 사람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직장 생활에 창의성이 없어지고 수동적이고 힘든 삶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전문 바둑기사나 예술가나 훌륭한 스포츠 선수나 가끔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면 매우 본인의 직업에 만족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들이 본인의 삶에 만족을 느끼는 것은 어려서부터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자기의 전공에 충실하도록 노력하여 왔고 성인이 된 후에는 자기 나름의 이론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때문일 것이고 그것이 없는 수동의 삶, 창의적 활동이 없는 지식인의 삶은 고달픈 것이 아닐까?

또 한편으로 이러한 현상이 온 것은 문제의 본질이 자기자신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환경을 탓하고 주변을 탓하는 우리의 습성과는 관계가 없을까? 너무나도 복잡하고 심오한 모든 특정분야에 대해 몇 가지 책만 보고 몇 가지 말만 듣고 간단히 생각해 버리면서 본인의 창조적인 견해는 갖추지 못한 채 모든 문제는 정치에 있다 어디에 있다 하며 흑백 논리에 휩싸여 주변을 재단해 버리는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의 복잡하고도 심오한 본질을 모르고 노력과 창조의 본질도 모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본론에 들어가서 재료공학을 전공하면 무엇이 좋은가를 열거해 보겠다. 사실 학문이 미천한 필자가 이 부분을 논하려니 나중에 후회할 것이 틀림없으나 쓰기로 약속은 하였고 하니 떠오르는 대로 서술해보겠다. 

 

첫째,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기술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타 부분을 전공한 사람들 보다 훨씬 겸손해진다.

재료공학이란 천연의 재료를 물리 화학적인 가공을 거쳐 새로운 재료를 만들고 또한 그러한 신재료를 바탕으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늘 접하는 주변의 많은 재료들의 성능을 개선시키고 또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 내는 종합적인 학문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새로운 재료를 만들려면 각종의 화학 프로세스를 겪게 되고 이 때에 먼저 이론을 바탕으로 미리 어떻게 되리라고 예상을 하고 실험을 하게 되는데 거의 틀림없이 예상은 빗나간다. 이것을 모르고 먼저 큰소리를 치며 장담을 하고 실험을 하면 망신을 당하기 쉽고 몇 번 당하면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우치게 된다. 그런데 실험과정을 잘 분석하면 예상치 못한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해석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공부도 하게 되고 공부를 하다 보면 더욱 선인들의 식견에 감탄해지며 또한 자연 현상에  겸손해진다. 필자가 개발하고 있는 적층세라믹콘덴서 관련 재료의 실험세계라고 하는 것은 타 전공자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예측이 빗나가게끔 만드는 이상한 세계인데, 그것은 이 학문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그러한 것이고 그저 철저한 실험, 철저한 관찰 및 분석, 철저한 노력을 통해서 만이 앞으로 나아 갈 수 있다. 물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다른 학문도 어느 정도는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재료공학은 실험과학이고 이 실험과학의 옳고 그름은 오직 자연계 현상에 의해서만 판정되는데 재료공학에서는 판정을 시켜도 애매하게 하지 않고 철저히 우리의 생각이 모자랐거나 잘못되었던 것을 틀림없이 항상 가르쳐 준다.

 

둘째, 사물을 흑백논리로 파악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초보자들이 실험을 하면서 흔히 저지르는 대표적인 오류가 실험조건 A 와 조건 B가 어느 편이 더 우월한가 하며 흑과 백을 가리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료 A와 원료 B가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어느 것이 더 좋은가 하면서 다른 조건은 모두 동일하게 하고 원료만 바꿔서 실험을 하곤 하는데 이렇게 하여 좋다고 판정된 원료는 결국에는 다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나게 된다. 원료 A와 원료 B의 우열은 그렇게 간단히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각각의 원료에게 따로따로 가장 적합한 가공 조건을 찾아줬을 때만이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최적의 가공조건이란 것 자체가 매우 건방진 용어로서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게끔 그렇게 자연계가 단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까지는 차별시킨 조건에서 어느 것이 더 우수한가는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말로는 이러한 흑백논리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생에 있어서 본인이 흑백논리에 깊숙이 빠져 들어가는 것을 자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본질에는 항상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주변과 사회를 탓하며 노력을 게을리하는 대학생을 포함한 우리들의 모습도 일종의 흑백논리에 빠진 모습은 아닐까 한다. 성인으로서 자기의 전공공부를 게을리하며 정치에만 책임을 씌우고  주변을 탓하는 태도도 재료공학 실험에 몰두하면 고쳐지지 않을까?

 

셋째, 끝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재료공학의 실험의 세계에서 과거에 이러이러하다고 결론이 난 것도 사실 이 분야의 학문자체가 복잡한 원리를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무한 실험의 세계이기 때문에 결국은 과거의 결론의 한계가 드러나서 뒤집히게 되고 계속 경쟁하는 각  제조회사들은 기존의 이론을 뒤엎는 새로운 신재료 및 신공법을 개발해 내고 이렇게 기존의 이론을 먼저 뒤집는 회사에게 그렇지 못한 회사는 무릎을 꿇고 말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기업의 연구는 프로 바둑세계나 프로 스포츠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치열하고 또 모르는 사람이 보면 처절하게까지 되어버린다. 지지 않으려면 이겨야 하고 이기려면 남보다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나 둘째나 셋째나 써 놓고 보니 다 그게 그 소리인데 하여튼 이렇게 실험을 통해 인생 철학을 직접 깨닫게 해 주니 얼마나 좋은 전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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