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세계를 지탱하는 무한에너지 원자력

2004.06.22 11:18

lee496 조회 수:4921

 

원자핵공학 - 세계를 지탱하는 무한에너지 원자력

 

                                                                                                              서균렬/ 원자핵공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총 발전량의 40%가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원자력발전소는 발전량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인의 문명을 밝히는데 없어서는 안될 에너지원으로 성장한 원자력발전에 대해 알아본다.

●●1895년 뢴트겐의 X-선 발견 이후 아인슈타인이 질량-에너지 등가법칙을 증명하고, 채드윅이 중성자를 발견하면서 원자력에 관한 기술개발이 본격화됐다. 많은 과학자들이 원자력의 가공할 힘을 평화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든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함으로써 전세계 사람들이 원자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1942년 페르미는 자신이 설계한 CP-1 실험용 원자로에서 세계 최초의 우라늄을 이용한 핵분열 연쇄반응 실험에 성공했다. 1956년에는 영국의 콜더 홀 원자력발전소가 세계 최초로 상업적인 운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원폭에 사용할 플루토늄 생산이라는 군사적 목적이 있었으므로 순수한 상업 운전로는 아니었다.


우라늄 1g은 석탄 3톤


 원자력 산업이 활발하게 시작된 것은 1957년 미국의 쉬핑포트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다. 이후 눈부시게 발달해 2003년 12월 현재 전세계에서 가동중인 원자로의 수는 4백40기이고, 60여기가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이다. 원자력발전은 전세계 전력 생산량의 16%를 담당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성장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는 1978년 가동을 시작한 고리 1호기이다. 고리 1호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의 60만 kW급 가압경수로를 원자로로 채택했다. 1978년 4월 29일에 상업 운전이 시작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21번째 원자력발전소 보유국이 됐다. 그 후 25년 동안 영광에 6기, 고리에 3기, 울진에 4기, 월성에 4기의 발전소가 더 건설돼 현재 총 18기의 원자로가 가동중이다. 추가로 6기가 건설중이다.


우리나라 총 발전량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로선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임에 틀림없다.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로 구성된다.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원자핵이 쪼개지는데, 이때 많은 에너지와 함께 2-3개의 중성자가 나온다. 이 과정을 핵분열이라 한다.


한 원자핵이 분열하면서 나온 중성자는 다른 원자핵과 부딪쳐 또다시 분열시킨다. 이처럼 연속되는 것을 핵분열 연쇄반응이라고 한다. 핵분열 연쇄반응에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생기는데, 이 에너지가 바로 원자력이다. 우라늄 1g이 핵분열 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석유 9드럼, 석탄 3t을 태울 때 나오는 에너지와 같은 양이다.


이와 반대로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해 보다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발생된다. 수소핵의 융합을 예로 들면, 수소핵의 원자량은 1.0797인데 이들 넷이 핵융합해 원자량 4.0026인 헬륨 전자핵이 되면 질량 중 0.896이 에너지로 바뀌게 되며, 수소 1g당 1억6천만kcal의 열량이 발생한다. 수소핵의 동위원소는 중수소(D=2H)와 삼중수소(T=3H)가 있으며, 이들의 혼합 플라즈마(plasma)가 주로 핵융합의 연료로 쓰인다.


 여기서 플라즈마란 아주 높은 온도에서 전자와 핵이 분리된 채 분포된 상태를 가리킨다. 고온 플라즈마를 만들고 자석 거울과 덫으로 이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을 때 핵융합이 이뤄진다. 핵융합 연료는 무한하며, 방사성 낙진도 생기지 않고, 유해한 방사능도 적다.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의 특성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핵분열반응을 이용하는 핵분열로와 핵융합반응을 이용하는 핵융합로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모든 원자력발전소는 핵분열로이고, 핵융합로는 아직 기초 연구개발 단계이며 2100년쯤에 상용화될 예정이다.


핵분열로는 핵분열반응에 사용되는 중성자의 에너지에 따라 고속증식로와 열중성자로로 나뉜다.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의 연쇄반응을 지속시키기 위해 연료체로부터 방출되는 중성자를 감속시키는 물질을 감속재라 한다. 열중성자로는 사용하는 감속재의 종류에 따라 경수로, 중수로, 흑연로로 나뉜다. 경수로는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물인 경수를 사용하고, 중수로는 중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무거운 물인 중수를 사용하며, 흑연로는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한다. 핵분열반응으로 방출된 열에너지에 의해 뜨거워진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재가 끓는지 여부에 따라서는 가압형 원자로와 비등형 원자로로 나뉜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에는 가압경수로와 가압중수로가 있다. 가압경수로는 우라늄 235가 2-5% 들어있는 저농축연료를 사용하며, 냉각재와 감속재로 경수를 사용한다. 압력이 높을수록 끓는점이 높아지는 원리를 이용해 원자로 계통을 약 1백50기압으로 가압함으로써 원자로 내에서 물이 끓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가압경수로라 부른다.


가압중수로는 우라늄 235가 0.7% 들어있는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하며 감속재와 냉각재로 중수를 사용하는 것 외에는 가압경수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18기의 원자로 중 월성의 4기만이 가압중수로이고 나머지 14기는 가압경수로이다.


자동차 연료생산에서 담수 조성까지


 원자력발전소의 가장 큰 문제는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방사성폐기물이란 방사성 물질이나 그로 인해 오염된 물질을 말한다. 방사성폐기물은 방사능의 세기에 따라 중·저준위와 고준위로 구분된다. 중·저준위폐기물은 방사선 작업시 사용한 작업복, 장갑, 각종 교체부품 등 방사능의 농도가 낮은 것을 말한다. 고준위폐기물은 방사능의 농도가 높은 사용후 핵연료를 말한다.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산업체, 병원, 연구기관, 학교 등에서도 발생된다. 방사성폐기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방사능이 약해지는 특성이 있다.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 반감기는 방사성원소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불과 1억분의 1초도 안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몇백년이 걸리는 것도 있다.


방사성폐기물은 좀더 안전한 관리를 위해 처분에 앞서, 형태에 따라 알맞게 처리되고 있다. 고체폐기물은 초고압으로 압축해 철제 드럼 속에 넣는다. 액체폐기물은 수분을 증발시켜 부피를 줄인 다음, 시멘트와 함께 굳혀 드럼 속에 넣고 밀봉한 후 저장고에 보관한다. 기체폐기물은 밀폐탱크에 저장한 후 방사능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고성능 여과를 거쳐 대기로 내보낸다.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 내 임시 저장고에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생활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영구처분해야 한다. 처분장이 건설되는 곳은 지하수의 흐름이 없는 단단한 암반이나 지질학적으로 안정된 지역이어야 한다.


전세계의 에너지 중 전력 점유율은 과거 30년 동안 해마다 증가해 지금은 전 에너지소비량 중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에너지 형태 중 전력에너지의 시장점유율이 이처럼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전력이 쓰기 간편하고 대기오염 요인이 적어서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원자력이 대규모로 전기를 생산해 경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 이외의 원자력의 새로운 시장으로서의 가망성이 가장 높은 분야는 공업용과 주택용, 상업용 열에너지다. 몇몇 나라에서는 이미 고온 공정에 이용 가능한 헬륨 냉각로와 같은 원자로 개발을 완성한 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소량의 에너지 규모이므로 원자력 시설의 용량을 소형화해야 한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설계를 단순화하고 스스로 알아서 조정되는 장치로 만들어야 한다. 한편 발전소 주변에 위치한 기업이나 사업소가 대형 원자로에서 값싼 열을 공급받아 경제적 혜택을 받는 이른바 에너지 센터는 여기저기에서 이미 운영되는 중이다.


수소는 열량 가치가 높고 수송이 간편하며, 연소 생성물에 의한 오염이 없기 때문에 미래의 수송용 에너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까지는 경제성이 없는데,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한 열과 전기를 이용해 대량의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기체 냉각로에서 나온 초고온을 이용해 물로부터 수소를 분리하거나 발전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하는 기술 등이다. 앞으로 50년 안에 경제성이 뛰어난 초대형 원자력발전소에서 일반용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한편 수송용 수소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담수는 대단히 귀중한 자원인데 세계 곳곳에서 점차 고갈돼 가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초대형 해수 담수화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제성과 신뢰성이 좋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대규모로 담수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 현실성이 있다.


이밖에 수송 분야, 그 중에서도 특히 해상이나 해중 수송에 원자력을 이용할 수 있다. 비약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초소형 원자력발전소 이용이 실용화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한편 자료를 전송하는 것처럼 원자력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대량수송하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 그러면 한 국가에서 생산한 에너지가 다른 국가로도 수송될 수도 있다.


가상현실 속의 디지털 원자력


 최근에는 디지털 원자력이란 개념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세가지 기술의 결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건축과 기계 공학 쪽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3차원 CAD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게임과 영화의 특수 촬영에 쓰이는 가상현실 기술이며, 마지막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데이터베이스 관리 기술이다. 이 세가지 기술을 원자력발전소에 적용해 건설 전의 원자력발전소나 현재 지어져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가상공간 내에 구현시켜 건설과 운용에 관한 정보를 연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가상현실은 인공현실, 사이버공간, 가상세계라고도 하는데, 어떤 특정한 환경·상황을 컴퓨터를 이용해 모사함으로써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마치 실제 주변 환경·상황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런 가상현실의 무대가 되는 곳이 가상공간이다. 따라서 가상공간은 말 그대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쉬운 예로, 영화 ‘매트릭스’에서 매트릭스가 만들어 내는 세상이 일종의 가상공간이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원자력발전소를 가상공간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공정에 대한 모의실험을 통해 건설비용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통합적인 디지털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각의 CAD, 가상현실, 데이터베이스가 독립적인 영역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원자력 기술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컴퓨터 처리 속도의 한계이다. 디지털 공정 기술의 선두 주자인 자동차와 항공산업은 그 부품 수가 약 3만-30만개이지만 원자력의 경우 부품수가 수백만개를 넘어선다. 모든 부품들을 컴퓨터상에 구현시키는 것은 현재의 하드웨어 성능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부품의 실제 제작기간이 약 3-4년의 긴 공정을 거치게 되므로 공정 자체가 복잡해 전산화에 상당한 무리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보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원자력은 21세기를 함께 하는 꿈의 기술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태양계의 행성 중에 가장 나중에 발견된 해왕성은 그리스 신화에서 삼지창을 손에 쥔 바다의 신에서 이름을 따왔다. 보이저 2호가 1989년에 해왕성을 지나가면서 근접 촬영한 해왕성 전경은 지구만큼 예쁘고 푸른 수정처럼 생긴, 마치 청록의 바다를 보는 듯 하다. 그러나 해왕성은 그 이름이나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달리 결코 바다가 아니라 오히려 기체 덩어리와 같다. 이처럼 우리는 사물을 눈에 보이는 것과 연관해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정보를 통해 분석하고 끊임없는 사고를 통해서만 그 실체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자력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핵폭탄의 버섯구름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일 것이다. 이것은 원자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 오히려 해왕성의 겉모습에 가까운 허상이다. 천문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해왕성의 바깥쪽 푸른 형상이 아니라, 그 안쪽의 실체에 관한 것이듯, 우리도 ‘핵’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허상이 아닌 ‘원자력’이라는 실체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원자력이라는 태초에 조물주가 우리 눈에도 보이지 않을 작고 작은 원자 알갱이에 숨겨 놓은 거대한 힘을 100년 전 인간이 캐어 내서 오늘날 우리 바로 곁에 빛과 에너지로 쓰고 있다. 원자력은 분명 우리 인류가 간직해 나아가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잘 쓰는 것도 중요하고, 쓰고 난 뒤 잘 간수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균렬 교수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핵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국립유체역학연구소, 미국 웨스팅하우스사, 한국원자력연구소를 거친 후 1996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주)필로소피아 대표이사, 디지털원전공학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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