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2007년 05월호 - 이런 전공 어때요
컴퓨터 애니메이션
현실과 상상력의 화려한 융합
| 글 | 이제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ㆍjehee@cse.snu.ac.kr |
모션캡처는 센서를 몸에 붙여 사람의 입체적인 움직임을 측정한다. 센서에서 받은 전기신호를 토대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사례 #1
올 여름 개봉할 새 액션 영화에는 주인공이 계단을 굴러 떨어지다가 폭발에 날아가는 위험한 장면이 포함됐다. 실제 스턴트맨도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은 컴퓨터의 가상 스턴트맨이 대신한다.

사례 #2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뛰고, 계단을 오른다. 로봇을 사람과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실제 사람의 3차원 동작을 녹화하고 이를 로봇이 재현하도록 한다.

사례 #3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근골격이 뒤틀린 건강해 씨는 발목이 완전히 펴진 상태에서 굽혀지지 않아 정상 보행이 불가능하다. 건 씨는 발목을 굽힐 수 있도록 아킬레스건을 늘이는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병원은 수술 전에 건 씨의 동작을 녹화하고 컴퓨터로 재현해 수술 후의 보행 동작을 예측하려고 한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아킬레스건을 얼마나 늘려야 가장 편하게 걸을 수 있을지 수술 전에 결정할 수 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현실의 환경과 생명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으로 재현하는 학문 분야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은‘현실의 재현’과‘상상력의 결합’이라는 두 가지의 큰 목표를 갖고 있다. 애니메이션 세상은 기본적으로 현실에 근거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가상 세계는 단순한 현실의 복제가 아니다. 만든 사람의 상상력이 더해져 변형되고 확장된 세계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로‘슈렉’의 제작 과정에서 생긴 일화를 들 수 있다. 슈렉의 제작이 거의 완료돼 내부 시사회를 가졌다. 그런데 관객들은 여주인공 피오나 공주의 움직임이 너무 사실적이라서 전체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는 사람의 행동을 사실처럼 모방만 해서는 부족하고 상상력과 결합해 애니메이션에 어울리는 흥미로운 캐릭터로 발전하기를 기대했다. 제작사는 지적을 받아들여 개봉을 수개월간 늦추며 피오나 공주의 움직임에 만화 같은 과장된 느낌을 줬다. 영화는 큰 성공을 거뒀다.

미래의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인체의 동작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정을 넣는 기술도 개발할 것이다.
영화의 특수효과나 컴퓨터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움직임은 아직도 사람의 수작업과 예술적 영감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인체 동작 시뮬레이션 기술이 발전하면 현실을 재현하는 수작업은 컴퓨터가 대신할 수 있다. 사람의 움직임을 모션캡처 기술로 컴퓨터에 입력해 캐릭터에 적용하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는 사람처럼 움직인다. 시뮬레이션 기술이 발전하면 [사례#1]처럼 복잡하고 위험한 장면도 만들 수 있다. 폭발에 날아가거나 초고층 빌딩에서 떨어지는 장면처럼 현실에서 연기하기 힘든 역동적인 동작은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임을 계산한 뒤 캐릭터에 적용한다.


사 람 의 동 작 을 그 대 로 재 현 한 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인체 동작 시뮬레이션 기술은 영화뿐 아니라 로봇공학에서도 활용된다. 로봇을 사람처럼 움직이게 하는 데는 인체 동작 시뮬레이션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사실 [사례#2]처럼 로봇이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뛰고 계단을 오르는 동작은 쉽지않다. 인체의 다양한 동작을 컴퓨터로 재현하는 문제는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로봇공학의 대표적 난제다.

휴보나 아시모 같은 로봇이 등장해 이제는 두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개발하기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걸을 수 있도록 하는 이족보행제어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의 첨단 기술로도 보행제어기 하나를 완성하는데 짧게는 수개월, 보통 수년이 걸리며 이렇게 만들어진 로봇도 사람의 걸음걸이와 달리 부자연스럽게 동작한다. 실제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걷는 모습을 보면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걸어 사람의 걸음걸이와 상당히 다르다.

최근에는 사람의 실제 움직임을 모션캡처로 저장해 로봇이 그대로 흉내 낼 수 있도록 보행 제어기를 만드는 쪽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사람과 거의 비슷한 동작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

인체 동작 시뮬레이션 기술은 의학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외과 수술은 대부분 환자에게 고통을 수반하고 수술 결과를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수술을 하기 전에 수술 결과를 예측하고 평가해야 한다.

[사례#3]처럼 골격, 근육, 힘줄을 변형하는 수술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환자가 회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며 변형 정도가 미세하게 차이 나도 환자의 보행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 수술 후의 결과를 미리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해 예측할 수 있다면 의사는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고 환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인체 동작 시뮬레이션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일을 실현시킨다는 점이다.

서울대 운동연구실에서는 유명한 권투선수를 초청해 상상 속의 상대와 겨루는 섀도복싱
(shadow boxing)을 시키고 이 동작을 30분 정도 모션캡처해 가상의 지능형 권투선수를 만들었다. 가상 권투선수는 실제 권투선수처럼 움직이며 목표를 찾아 가격하는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판단해 행동한다. 또 가상 권투선수는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다. 가상 권투선수는 실제 선수보다 힘을 세게 만들거나 빨리 뛰게 만들 수 있으며 팔다리의 길이를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다.


현 실 을 내 맘 대 로 확 장 한 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는 현실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이해다. 사람이 움직이는 방식, 원리,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수학적으로 계산하고 재현해 실제 사람과 유사하게 행동하는 가상 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개개인이 지닌 무한한 상상력이다. 상상력이 있어야 가상세계를 현실의 단순한 복제가 아닌 그 이상의 새로운 영역으로 넓혀줄 수 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학문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 공학과 결합해 현실을 이해하고, 인문학이나 미학과 결합해 컴퓨터 애니메이션에 인문학적 상상력과 아름다움이라는 안목을 더한다. 실제로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학회에는 자연과학, 공학, 인문학, 미술, 음악, 무용 같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공동 연구를 수행한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창조적 사고와 상상력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고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결합해야 창조적인 지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진정으로 열린 학문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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