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스포츠와 유체역학

2004.06.18 04:19

조회 수:10903


  스포츠와 유체역학

최해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이번 시간에는 기계항공공학부에서 난류 및 유동제어 연구실을 이끌고 계신 최해천 교수님의 글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골프공의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딤플(dimple)이 있는 것은 공의 공기저항을 줄이고자 함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딤플이 있는 공은 없는 공보다 공기저항이 반밖에 되지 않는다. 골프공의 초창기 형태(약 1400년경)는 지금처럼 딤플이 있지 않고 매끄러운 표면을 가지고 있었다. 1870년대에 이르러 거친 표면의 공이 매끄러운 표면의 공보다 멀리 날아가는 것을 발견하였고, 그 후 공의 모양이 계속해서 변해 왔으며 지금과 같은 모양이 만들어진 것은 1930년대 이후이다. 즉 골프공은 5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 온 것이다(그림1). 이와 같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스포츠 중 유체역학과 관련된 많은 예들을 찾을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스포츠가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유체역학적인 지식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스포츠에서 사용된 유체역학의 원리를 파악하기보다는 유체역학이 응용된 스포츠의 예를 들어 스포츠와 공학, 좁게는 스포츠와 유체역학이 어떤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Feathery (c.1400): 최초의 골프공. 공모양의 가죽 속에 거위털을 채워 만듦. 쉽게 망가지고 물에 젖으면 사용 불가.


Gutta Percha (c.1860): 고무 같은 성질의 재질. 제조방법과 방수성에서 획기적 발전.


Hand-Hammered Gutta (c.1870-80): 표면이 거칠어진 공이 더 멀리 더 정확히 날아가는 사실을 발견.


Bramble (c.1890): 표면에 딤플을 규칙적으로 배열.


Wound Rubber Ball (c. 1900): 골프공의 일대혁신을 가져옴. 고무심에 고무줄을 감고 표면을 Gutta Percha로 씌움. 골프공의 탄력 및 회전력 증대.


Modern Ball (c. 1930-present): 소재와 표면처리 방법이 발달하면서 성능의 비약적 발달.

 

그림 1. 골프공의 역사 (White 1997)


스포츠 선수 중 가장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는 누구일까. 그것은 야구도 축구도 풋볼도 아닌 카 레이싱 선수다. 그 중 Formula 1(F1) 경주의 선수 경우는 최고 연봉이 420억원 정도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종목인 F1 경주는 최고시속이 360km 이상이고 F1 레이싱 카 한대 값이 130억원, 연간 팀 운영비가 24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F1 레이싱 카 한대의 비용인 130억원 중 80억원 이상이 엔지니어의 임금이라고 하니 이 분야에서의 엔지니어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카 레이싱의 승패는 코너에서 높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돌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이 된다고 한다. 이를 위하여 차가 높은 속도로 달릴 때 차가 땅에 붙는 힘(그립력)을 크게 하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림2는 실제 레이싱 중 그립력이 부족하거나 뒷날개 조작을 잘못해서 레이싱 카가 공중으로 날아가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F1의 뒷날개, 앞날개 및 옆날개 설계, 몸체 설계, 타이어 설계 등을 통하여 F1 레이싱 카의 공기저항 감소, 그립력 증대를 꾀하고 있다.

 


그림 2. 코너에서 돈 후 공중으로 날아가는 레이싱 카 (Petit le Mans, 1998. 10. 10)


싸이클(cycle) 경주에서도 유체역학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싸이클의 속도가 초속 3.5m 이상이 되면 바퀴의 마찰저항보다 공기저항이 더 커지게 되고, 속도가 초속 11m가 되면 공기저항이 총 저항의 80%를 차지하게 된다. 이 중 선수의 몸이 받는 공기저항이 총 공기저항의 65-80%가 되고 나머지가 싸이클이 받는 공기저항이 되므로, 선수의 자세조절과 싸이클의 유체역학적 설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선수의 자세조절에 따라 공기저항이 최대 35% 가량 줄어들고, 뒷바퀴를 바퀴살 대신 디스크(disk)로 만들어 5%, 눈물방울(tear drop) 모양의 헬멧을 착용함으로써 2% 가량의 공기저항이 각각 줄어들기 때문에, 풍동(wind tunnel)이나 수퍼컴퓨터를 이용하여 선수의 자세조절과 싸이클의 형상설계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싸이클을 설계할 때 고려되는 요소들의 일부를 그림 3에 나타내었다.

 


그림 3.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싸이클 설계


경기장면을 보면 가슴이 후련해지는 스키점프는 출발지점에서의 위치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어 멀리까지 날아가는 스포츠다. 경사면을 활강할 때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는데, 이때 팔과 머리의 위치와 자세가 중요해진다. 어떤 자세가 공기저항을 가장 작게 받는가를 알기 위하여, 풍동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한 후 이때의 공기저항을 측정하여 가장 최적의 자세를 결정한다고 한다. 활강 후 도약할 때의 속도는 시속 약 100km 정도라고 한다. 멀리 날아가기 위해서는 공중에서 양력을 최대로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V자 모양으로 스키를 펼친다. Jan Boklov 선수가 1985년에 이 동작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1988년 World Cup Championship에서 이 자세로 우승하였다. 그 후 모든 선수들이 이 V자 모양으로 점프를 한다. 그림4는 수퍼컴퓨팅으로 V자 모양의 점프를 할 때 운동선수와 스키표면이 받는 압력분포를 보여준다.

 


그림 4. V자 점프에서 운동선수와 스키표면이 받는 압력분포

(Moves that changed the Sport; http://www.ntnu.no/gemini/1993-dec/11.html)


   2000년 시드니 올림픽경기에서 화제가 되었던 전신 수영복은 수영기록을 단축시켜 수영에서 많은 세계 신기록을 낳게 했다. 상어는 그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미세한 갈비뼈(riblet) 모양으로 표면 돌기가 있는데 이러한 특이한 형태의 표면이 오히려 마찰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림5). Speedo사에서는 이를 수영복에 적용시켜 수영시 물의 마찰저항을 줄이고자 하였으며, 전신을 싸도록 수영복을 만들어 근육의 떨림에 의한 저항도 줄이고자 하였다. 미세한 차이로 경기의 승패가 결정되는 수영종목에서 이 수영복의 발명은 시드니 올림픽동안 화제거리가 되기에 충분하였다.

    


그림5. 상어 표면의 형상과 수퍼컴퓨팅을 이용한 유동해석 (Choi, Moin & Kim 1993)


투수가 던지는 야구공의 구질은 여러 가지다. 이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너클볼인데, 너클볼을 던질 때는 회전을 거의 주지 않고 밀어서 던지기 때문에 공의 속도가 다른 구질의 공보다 매우 느리다. 유체역학적으로 보면 공이 회전하지 않을 때가 회전할 때보다 주위의 교란에 더욱 민감한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투수가 너클볼을 던질 때는 야구공에 있는 실밥과 투수에서 타자까지의 공기의 흐름 등에 의해 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예측할 수 없고 심지어 포수가 공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이상에서 유체역학과 관련이 있는 스포츠의 예를 몇 개 들어보았다. 스포츠의 기록을 단축시키고 스포츠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운동선수와 엔지니어다. 엔지니어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를 이루기 위한 기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육상의 꽃이라고 알려져 있는 100m 달리기는 2002년 9월 팀 몽고메리가 세운 세계기록이 9.78초다. 유체역학에서 연구된 결과를 이용하면 이 기록은 갱신될 수 있다. 그림6에서 그린 것과 같이 육상선수의 등에 몸통크기의 가벼운 판(plate)을 붙인 운동복을 입으면 공기저항이 30-40% 줄게 되고, 그렇게 되면 육상선수가 아닌 나도 혹시 세계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경기 심사위원들이 실격을 선언할 것이지만 재미있는 상상이 아닌가.


 


그림 6. 100m 육상선수를 위한 운동복의 제안 - 오직 유체역학적인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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