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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여성과학자의 역할(모혜정 교수)

2004.06.24 06:33

lee496 조회 수:3918

 

   평화와 발전을 위한 여성과학자의 역할

                                                               모 혜 정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1999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과학회의에서 <과학과 과학지식의 이용에 관한 선언>을 채택하였다. 이 선언의 주요내용 중의 하나는 여성의 과학참여를 촉구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더 많은 여성들이 과학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라!”, “성적 편견이 들어간 과학은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로 이 회의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였다. 왜 여성들이 과학에 참여해야 할까? 여성들의 과학 활동 참여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지금까지 “과학과 여성”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부각되어 왔다. 그 하나는 남녀평등에 기반한 것으로, 여성들의 진출이 특히 부진한 과학기술계에 여성들이 참여하여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의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음을 주장한다. 다른 하나는,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인력의 확보가 필요한데, 남성인력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부족한 인력의 확보 뿐 만이 아니라, 산업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 전환되면서 과학 활동의 내용이 과거와는 달리 감성과 섬세함이 요구되기 때문에 여성인력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여성자신의 권익을 위해서나 국가발전을 위해서 매우 바람직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성이 과학b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드러나 있지 않다. 단지 기존의 과학 활동의 연장선에서 여성들의 참여를 촉구할 뿐이다.

근래에 여성의 시각에서 역사, 신학, 문학, 예술 등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과학에 있어서도 “페미니즘에서 본 과학”문제가 몇몇 여성학자들에 의하여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몇 가지의 사례까지 거론하며 남성중심의 과학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이 여성과학자에 의하여 발견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과학이 발전한 사회․문화적 배경이 남성중심으로 이루어져 과학지식이나 이의 활용에서 남성적 시각만 반영되어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주의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지식창출을 위한 과학연구는 가치중립적이며, 성별에 있어서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지식의 활용은 정책결정자와 함께 연구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생태여성주의(eco-feminism)의 주장에 의하면, 여성은 남성과 다른 신체적 기능-출산기능으로 인하여 평화, 사랑, 보살핌, 생명의 중요성 인식, 조화 등의 성품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남성들은 생태적으로 공격, 진취성, 힘의 과시, 개발, 파괴 등의 특성을 나타냄을 보여준다. 종래에는 이러한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별이 각각의 특성으로 보기보다는 우월성과 열등성으로 인식되어 성차별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성은 새로운 세기의 희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세기에 과학은 인류에게 많은 혜택과 풍요를 주었고, 근래에는 한 나라의 생존이 과학기술에 달려 있을 정도로 과학기술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과학의 이러한 영향력과 함께 최근에는 “과학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식을 위한 과학연구와 지식활용을 위한 과학연구는 분명히 구별되면서도 때로는 그 경계가 모호하여 사회․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며, 여기에 “국가 경쟁력”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이러한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과학의 활용이 근래에 평화를 해치는 도구로, 매우 위험한 수준에 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고 자연생태의 파괴와 더불어 인류의 종말까지도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될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희망으로 “여성들의 과학 활동 참여”가 떠오르게 된다.

지금까지의 과학 활용은 남성으로 구성된 정책결정자와 연구자에 의하여 추진되어 왔다. 그 결과, 과학은 공격, 개발, 파괴의 수단으로 나타나 과학을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만일 여성들이 과학의 정책결정자나 연구자로 참여한다면, 과학은 공격보다는 평화를, 개발보다는 조화를, 파괴보다는 치유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사회는 과학을 신뢰하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여성들이 과학에서 무엇을,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지는 앞으로 연구할 과제이다. 다만 여기서는 이에 대한 기본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보기로 한다.

1. 앞으로의 과학은 공격과 개발보다는 자연과 생명,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추구함으로써 전체 생태계와 조화되는 삶의 지혜를 찾도록 한다.

2. 자연환경 및 생물자원의 보존을 위한 기술개발, 토양과 지하수오염 탐지기술개발, 친환경적 에너지원 개발 등에 적극 참여한다.

3. 과학을 경제발전이나 물질문명의 도구로 보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화 속에 과학이 융화되도록 한다. 즉 과학이 예술, 종교, 철학, 문학 등과 교류하고, 융합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문화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도록 한다.

4. 과학교육을 학교에서 시작하기 전인 육아과정에서부터 모성의 힘으로 과학의 심성을 길러주어 합리적인 시민, 진정한 과학자를 길러내도록 한다.

  여성의 과학 활동 참여는 평화를 위한 희망이 될 수 있으며, 21세기 과학발전의 모델은 평화, 조화, 치유를 지향하는 과학과 그 활용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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