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최적화 - 홍성필 산업공학과 교수님

2008.02.09 14:43

dahni 조회 수:10508

2007년 02월호 - 이런 전공 어때요
최적화
현실과 수리과학의 가교
| 글 | 홍성필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ㆍsphong@snu.ac.kr |
최적화는 대상문제의 수학적인 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엄격하게 해법을 찾는 과정이다. 최적화를 엄밀한 창조작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사례 #1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완성한 KTX의 운영 책임자 지치복씨. 차량 한 대당 운행비용만 해도 연 100억원이 넘기 때문에 최대한 경제적으로 열차를 운행해야 한다. 주단위로 반복되는 KTX 열차 스케줄을 모두 소화하려면 최소 몇 대의 차량이 필요할까. 열차 스케줄을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엔터키를 누르자 요일별로 필요한 최소 차량 수뿐만 아니라 1주일 스케줄까지 화면에 정리돼 뜬다.

사례 #2 통합된 자본시장에서 고객의 돈을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매니저 금용만씨는 매일 새벽 투자상품의 리스크를 추정한다. 지금은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 발생하는 최대 손실을 투자위험의 척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더 합리적인 척도를 연구하고 있다. 고객에게 더 합리적인 투자 포트폴리오와 금융상품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사례 #3 한도본씨는 모바일 기기 사용자가 깨끗한 통화품질을 누릴 수 있도록 기지국 시스템을 구성하는 엔지니어다. 최근 건설비가 적게 들면서도 무거운 송수신 장비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기지국의 트러스 구조를 디자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장동력산업에 대한 위의 사례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특정 기술이나 시스템 같은 가용자원과 운영해야 하는 스케줄, 넘지 말아야 할 최대 위험수준, 고객의 만족수준, 지지하중 같은 제약조건이 주어진다.

그리고 제약조건을 만족시키면서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이익을 극대화하는 대안을 찾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최적화’라고 한다. 좀 더 일반적으로 이 과정과 관련된 이론과 응용 일체를 포함하기도 한다.


수학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한다

가장 위험이 적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도 최적화 모델이 적용된다. 사진은 매일 1조달러 규모의 금융상품거래가 이뤄지는 미국 UBS은행 거래소의 모습.
최적화는 현실을 그대로 다루지 않는다. 논리적인 의사결정에 꼭 필요한 요소만 뽑아내 현실을 재구성한다. 이를 모형 또는 모델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수식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수리모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때 찾는 해를 나타내는 변수를‘결정변수’라고 부르며 그 값 중에서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해를‘최적의 해’라고 부른다.

고1 수학 교과과정에‘선형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잠깐 소개되는 수리모형의 개념은 방정식과 비슷하다. 절벽 위에서 던진 돌의 궤적을 시간 t에 대한 2차식으로 표현할 때 절벽과 돌의 모습은 사라지고 수식만 남는다.

마찬가지로 KTX 스케줄 최적화 과정에서는 서울, 대전, 목포, 부산의 KTX 정거장은 좌표평면의 점들로, 열차 스케줄은 이 점들을 잇는 선으로 추상화된다. 여기에 필요한 수치를 입력하고 알고리듬을 적용하면 가장 경제적인 KTX 차량 운용계획을 얻을 수 있다.

펀드매니저의 최적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굴뚝산업인지 금융산업인지는 중요치 않다. 각 기업을 일정기간 동안 관찰한 데이터에서 추정한 통계적 변수로 환원해 확률모형을 만든다. 여기에 목적에 맞게 알고리듬을 적용하면 위험이 분산된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수립된다.


전쟁에서 태어난 학문

최적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전시킨 주역은 2차 세계대전 시기에 활약한 수리과학자와 경제학자다. 이들은 전쟁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자신이 찾는 해를 x로 표기해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 결정변수 x는 독일의 공습을 가장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영국의 레이더 배치 좌표이기도 했다. 이렇듯 최적화는 2차 세계대전 동안 군 관련기관에서 작전, 기획, 물류 같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데 사용됐다.

전쟁은 끝났지만 최적화의 방법론은 그대로 남았다. 기업경영이 전쟁만큼 치열한 시대로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최적화는 시대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현실문제를 해결하며 오늘날 학문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 순간에도 최적화는 산업의 각 분야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해법을 제공하고 있다. 제지회사에서는 최적화 이론에 따라 가장 경제적인 절단패턴으로 화장지의 길이를 나눈다. 생명공학 연구소에서는 DNA를 구성하는 30억 쌍이 넘는 염기서열을 해독하고 분류하는 데 최적화의 모형과 해법을 적용한다.

학문이 처음 태동했던 반세기 전에 비해 학문적 깊이는 훨씬 깊어졌으며, 사회 성장동력산업의 전반에 걸쳐 응용분야가 확산되고 있다. 항공기 스케줄을 짜는 소프트웨어 같은 최적화를 위한 상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업은 우리나라에서도 그 잠재적 규모를 키워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 인력도 증가하는 추세다.

학문의 발전은 사회의 필요성만으로는 담보되지 않는다. 최적화도 마찬가지다. 최적화 발전의 이면에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 그리고 수리모형과 해법, 즉 알고리듬의 발전이 있었다. 다양한

기업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리모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그 수리모형의 최적 해를 효율적으로 구하는 해법을 개발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수학학회는 최적화를 21세기 10대 중요 수학분야의 하나로 선정했다. 과거 수학이 어떤 문제의 해가 존재하는지 증명하는 과정에 만족했다면, 앞으로는 이를 어떻게 빨리 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최적화, 그 엄밀한 창조성

최적화에서는 최소의 열차 대수로 열차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역의 위치와 열차 도착시간을 수학적 표현으로 바꾼다.
최적화는 산업공학과 경영학 분야에서 시작됐지만 컴퓨터과학, 수학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최적화의 학문적 깊이와 매력은 이런 학제적(interdisciplinary) 성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대학의 교육 시스템에서 최적화와 관련이 있는 학문분야는 산업공학과 경영학, 수학, 컴퓨터과학에 고루 분포돼 있다. 하지만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교육과 연구를 위해 학제적 커리큘럼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최적화는 현실문제에 뿌리를 둔 학문이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 깊이와 넓이에 있어 모든 학문에 열려 있다. 단 그 결과물은 최적의 해여야 한다. 최적이 아니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해를 신속하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은 현실에서 어떤 요소보다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적화는 대상 문제의 수학적인 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엄격하게 해법을 찾는 과정이다. 최적화를 엄밀한 창조작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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