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 글 | 최해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ㆍchoi@snu.ac.kr |

그리스 신화의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는 크레타섬에 있는 미궁(迷宮) 라비린토스에 갇히자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이고 하늘로 탈출했다. 이카루스는 하늘 높이 올라가지 말라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가 날개를 붙인 밀랍이 태양열에 녹아 결국 에게해에 떨어져 죽는다. 이 신화에서 비롯된 ‘이카루스의 날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을 상징하고 동시에 생체모방공학의 시초로 알려지고 있다.


이카루스의 날개

 

 

인간의 눈을 모방한 시각센서로 얻은 영상. 중심부가 가장 선명하다.

기술의 첨단화가 가속되고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생체모방공학은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생체모방공학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구조, 기능, 동작 등을 연구하고 그 지식을 공학에 응용하는 학문이다. 이는 35억년 동안 지구의 진화과정에 있어서 적자생존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 종족을 번식하기 위해 주위 환경에 적응해 온 생명체의 외형적 특징과 행동 패턴이 최적화된 해답에 가깝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생체모방공학의 학문적 토대는 최근에 확립되고 있지만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원시시대에 사용한 칼과 화살촉 등의 사냥무기들은 짐승의 날카로운 발톱을 보고 만들었으며,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만든 거북선은 엎드린 거북 모양을 본뜬 경우다. 최근 들어 자연을 관찰, 분석, 응용할 수 있는 제반 기술이 발전해 자연을 모방한 제품 개발이 힘을 얻고 있다.


흔히 ‘찍찍이’로 알려진 벨크로 테이프는 조루즈 드 매스트라는 사람이 어느 날 산에서 돌아온 자신의 옷에 붙어있는 엉겅퀴 씨앗을 보고 이를 관찰해 발명한 것이며, 매우 강한 강도를 가지는 전복 껍질의 분자배열을 연구해 개발한 탱크의 철갑, 부엉이의 무소음 비행을 관찰해 개발한 소음감소 장치를 탑재한 일본의 신간센 등은 생체모방공학의 성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연꽃잎의 소수성(물에 친화력을 가지지 않는 성질)을 응용한 자기세정 페인트나 코팅제의 개발, 홍합의 강력한 부착력을 연구한 접착제 개발, 솔방울의 번식 특성을 응용한 새로운 옷감의 개발, 높은 자유도를 가지는 곤충의 움직임을 본뜬 곤충로봇의 개발 등 그 응용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다.


무한한 가능성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배, 비행기 등 운송체를 설계하는데 공학적으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높은 효율이다. 최근 효율이 높은 운송체를 설계하는데 생체모방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물체가 움직이면 공기나 물의 흐름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물체는 앞으로 나아가는데 저항을 받는다. 이 저항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동식물과 곤충의 구조, 기능과 동작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물이나 공기의 흐름에 의해 발생하는 저항을 줄이기 위해 기계공학자와 생물학자는 물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상어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그 결과 상어 피부에 미세한 돌기들이 길이방향으로 V자형 홈 형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직관에 따르면 매끄러운 표면일수록 물에 의한 저항을 적게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NASA의 월시는 1980년 상어의 피부구조처럼 적절한 크기의 미세한 V자형 홈을 표면에 만들면 오히려 저항이 작아지는 것을 보였다(최대 8% 마찰저항 감소). 그 뒤 다양한 실험과 수퍼컴퓨터로 그 효과에 대해 연구했고, 유체역학 이론으로 저항 감소 원리를 규명했다. 이런 상어 표면구조는 전신 수영복에 적용돼 세계신기록을 쏟아내고 있으며, 에어버스사는 이를 비행기 날개에 응용해 공기저항을 줄였다.


2005년 메르세데스-벤츠사는 흥미로운 컨셉트카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열대어 중 하나인 거북복(boxfish)의 형상으로 공기저항을 줄이는 차의 형상을 설계해 20%의 연료소비 감소효과를 얻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자동차가 받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학계와 산업체의 많은 노력에도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것에 비해 생체모방을 이용한 공학기술이 실제 시스템에 획기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경우다.

 

  

  

 상어 피부의 표면구조는 마찰저항 감소 기술 중 가장 성공적인 장치다.

또한 초소형 비행체의 성능 향상과 설계를 목적으로 곤충 비행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초파리, 나비, 잠자리 같은 곤충들은 독특한 날개짓으로 높은 양력을 발생시키며, 자유자재로 방향을 전환하거나 비행속도를 바꿀 수 있다. 곤충날개가 가진 고유의 날개구조와 형상은 높은 양력 발생장치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등장해 유명한 돛새치(sailfish)는 바다에서 가장 빠른 물고기로 앞서 소개한 상어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최대 시속 110km)로 움직인다. 돛새치가 공기보다 훨씬 저항이 큰 물속에서 이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다른 물고기와는 형태나 피부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관찰과 통합적인 사고


돛새치의 피부구조를 응용해 마찰저항의 감소 여부를 규명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또한 물속에서 한 번 날아올라 약 400m를 글라이딩 비행하는 날치, 특이한 피부구조로 빠르게 유영할 수 있는 돌고래, 뒷날개의 꼬리를 이용해 높은 양력을 얻을 수 있는 제비나비, 애리조나 사막의 험한 기후에서도 얕은 뿌리로 쓰러지지 않고 바람을 견디는 수십 m 높이의 사구아로 선인장, 꽃이 받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바람을 등지도록 줄기를 휘는 수선화, 미세 공기방울을 분사해 물의 저항을 줄이는 황제펭귄 등 자연계의 다양한 생명체들은 공학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무궁무진한 보고다.


하지만 자연계의 생명체가 누구에게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공학에 대한 깊은 지식,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에 대한 학문적 관심, 생명체에 대한 세심한 관찰 등이 갖춰져야 비로소 자연은 생체모방의 대상으로서 무한한 가치를 보여줄 것이다. 따라서 생체모방공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창의적인 관찰과 통합적인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한다.


자연계 생명체보다 더 뛰어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생체모방공학은 공학 전반에 걸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잘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주변의 생명체에 눈을 돌려보자. 잠시 복잡한 머리도 식힐 겸 근처 산이나 공원에서 새, 물고기, 곤충, 식물들을 바라보고 그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빌려오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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