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공학이면서도 예술 측면 중요해


 서울과 부산 같은 대도시의 야경을 눈여겨보자. 특히 남산과 같은 산에 올라가 대도시를 내려다보면 수많은 고층건물과 밝게 빛나는 건물의 창, 고속으로 움직이는 차의 곡선들, 빛나는 네온사인의 물결 등이 보인다. 건축은 도시를 이루는 것이며, 도시를 생기 있게 하는 것이다. 건축이 없다면 우리는 도시에 거주할 수도 없고, 모여 살 근거도 없다. 어떤 이는 이런 풍경을 각박해지는 도시의 현실로 볼지 모르나, 오히려 이런 대도시의 풍경은 우리의 현실이며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대도시와 대규모 건축물을 누가 설계하고 만드는가. 건축가는 이렇게 거대한 공간을 창조하는 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건축학과가 공대에 속해 있어서, 건축을 단지 공학의 일부로만 보기 쉽다. 건축은 일단 건물을 만드는 것이므로 사물을 만드는 분야를 다루는 공학에 속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건축은 예술과 공학이 합쳐질 때만이 성립되는 매우 독특한 분야다. 건축을 뜻하는 영어 architecture는 ‘가장 우월하다’는 ‘archi’와 ‘테크놀로지’를 말하는 ‘tecture’가 합쳐진 말이다. 다시 말해 architecture란 ‘큰 기술’이라는 뜻이며, 건축이란 ‘모든 기술을 포용하며 그 위에 있는 서있는 분야’라는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고대로부터 이 큰 기술에 탁월한 사람은 과학적인 기술자로 불려졌고 이와 함께 예술적인 기능에 뛰어난 문화인으로서 존경받았다.


건축이 무엇을 하는 학문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건물(building)이라는 말과 구별할 필요가 있었다. 건축(architecture)이란 미적이며 기능적인 규범을 지키면서 구조물을 설계하고 축조하는 예술과 과학 또는 이와 같은 원리를 따라 지어진 구조물이다. 하지만 건물은 미적이며 기능적이지는 못하지만, 튼튼하게 세워진 구조물 정도로 이해된다.


언뜻 보면 건축을 둘러싼 두 단어는 모두 같은 내용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잘 살펴보면 두 개념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건물은 기능을 수용하는 구조물이라는 구체적인 사물만을 말한다. 그러나 건축이라는 말은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예술과 과학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만큼 건축이라는 말에는 추상적이며 정신적인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예술과 과학의 원리를 따른 것은 ‘건축’이지만, 그렇지 않고 단지 물리적인 조건만을 갖춘 구조물은 ‘건물’이다. 흔히 건축을 건설 일반으로 알고 있는 것은, 우리가 서구로부터 건축을 받아들일 때 기술로만 받아들이고 이를 떠받치는 문화적인 측면을 소홀히 한데서 생긴 결과다. 그러나 실제 이 구별은 건축을 풍요롭게 이해하는데 그다지 좋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최근의 현대건축에서는 토목구조물처럼 보이는 대규모의 구조물로 건축을 바꿔 해석하거나, 조경의 풍경을 건축물로 바꿔 해석하기도 한다. 구조물의 특성을 오히려 강조해 이전에 미적이며 추상적인 특질을 고유한 것으로 여겨온 건축의 개념을 크게 확대해 가고 있다. 따라서 건축을 공부하려는 학생은 굳이 건축과 건물을 높은 개념, 낮은 개념으로 구별해 이해할 필요가 없으며, 그렇게 이해해서도 안된다. 대도시는 점차 확장해 가고 있고, 대규모의 건축물은 어디까지가 건축물이고 어디까지가 도시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도시의 모습을 건축물의 특성 안에 간직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오늘날 건축의 특성이기도 하다.


건축가는 현대 기술, 특히 미디어와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주목하고, 그것을 통해 건축의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한 예로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오가 최근 완성한 센다이 미디어테크는 정보화시대에 적합한 도서관이자 정보관인 새로운 유형의 문화시설이다. 이 건물에서는 굳은 기둥이 사라지고 강철봉을 엮어 만든 속이 빈 그물과 같은 기둥을 통해 각종 설비와 환기, 열람자의 시선이 각층을 꿰뚫고 있다. 바닥은 평탄하고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곳에서 정보를 얻어내는 이 사회의 공간에 대한 체험을 건축으로 바꿔 놓았다. 물론 이 건물은 구조와 환경설비라는 측면에서도 첨단이지만, 공공건물을 대하는 시민의 감각을 미디어 시대의 감각으로 바꿔 놓는 혁신적인 도시건축의 전형이 됐다.


이와 같이 현대의 건축은 미적이며 추상적인 측면에서 논의하던 과거의 사고를 넘어 오히려 건물과 같은 넓고 편한 구조물 위에서 인간의 선택을 넓히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 점에서 미적인 건축과 공학적인 건물이라는 이전의 구별은 더이상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는 일


건축에는 공학 분야만이 아니라 그 이외의 분야에 속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인간은 스스로 만든 도구나 환경 속에서 생활한다. 내가 입고 있는 의복이나 의자, 그리고 텔레비전이나 자동차와 같은 일상적인 도구로부터 건축과 도시에 이르는 모든 것이 인간의 역사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건축은 단지 미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 생활 전반에 관련된 모든 영역을 다루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축은 공학 안에서도 매우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구미 각국과 동남아에서는 건축을 공대 안의 한 학과로 두지 않고, 매우 오래 전부터 ‘건축대학’으로 독립해 건축가를 배출해 왔다. 더욱이 이 모든 대학은 방대한 건축의 학문적 영역을 교육시키기 위해 의대와 마찬가지로 6년 간의 교육과정을 두는 것이 상례로 돼 있다. 졸업하면 국가가 공인하는 건축가의 자격을 획득한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교육을 받은 건축가는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다. 건축학이 의학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학문임을 모두가 인식하기 때문이다.


최근 공학에는 ‘첨단’이라는 학문 분야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건축은 역사가 증명하듯이 언제나 그 사회의 가장 발달된 여러 종류의 공학을 집대성해 왔다. 그리고 각 시대의 문화는 바로 건축을 통해 표현돼 왔다. 건축이라는 말 앞에 무슨 형용사가 필요하겠는가. 이렇게 건축은 고유의 영역을 지닌채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으므로 새삼스럽게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대의 건축학은 과거의 전통적인 건축학으로부터 점차 크게 변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만 하더라도 현대건축은 초고층, 지하건축, 대규모의 구조, 인텔리전트 빌딩과 같은 설비의 고도화, 재료와 부품 등 다양한 방면에서 급격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건축은 도시화와 고밀화, 지역개발과 같은 사회적 요구와 관련이 깊어졌다. 이에 따라 환경과 자연보호라는 지구 규모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앞으로의 건축은 개발 형태, 사용 재료, 생활 형태 등 모든 방면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문화적인 측면으로는 기능만을 우선으로 하던 고도경제성장이 비판을 받게됨에 따라, 인류의 역사와 지역의 전통에 뿌리를 내린 건축과 도시의 모습을 추구해 가고 있다. 그 결과 현대의 건축학은 학문적으로는 건축 이외에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 문화인류학, 의학, 지리학, 조경학 등 다양한 분야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가장 위대한 현대건축가인 루이스 칸은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에 건축역사 과목을 수강하고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처럼 구미에서는 고등학생에게 건축을 제대로 가르친다. 그것은 건축을 단순히 땅에 서있는 물체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담고 도시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가, 시공가에서 실내건축가까지


일반적으로 공학은 사물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양적인 관계를 중시한다. 그러나 인간의 기능이나 목적에는 양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감성적인 부분이 있다. 앞의 경우는 공학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연구하는 구조, 설비, 플래너의 역할이며, 뒤의 경우는 공학과 예술이라는 서로 다른 두가지 측면을 종합하는 건축가의 역할이다. 따라서 건축학과는 다른 공학과는 달리 이런 서로 상반되는 직능을 한 학과에서 수용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건축이라는 용어가 ‘모든 기술의 장(長)’이듯이, 건축에는 다양한 분야가 서로 얽혀 있다. 건축을 하기 위한 작업으로서는 몇가지 단계가 있는데, 주어진 조건 속에서 자신의 구상을 계획하는 일이 제일 먼저 시작된다. 이런 일을 하는 건축가는 설계라는 행위를 통해 건물의 쓰임새, 구조, 경제성, 문화와 도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종합하며, 건축물이 완성될 때까지 모든 책임을 맡는다. 그러므로 건축가에게는 논리적인 사고와 예술적인 감성이 아울러 요구된다. 흔히 건축학과가 공대 안에 있어서 예술적인 감성이라 하면 평균적인 수준 이상 정도로 이해하지만, 사실은 어느 예술 분야보다도 더 탁월한 재능을 요한다. 그러나 건축에 대한 태도는 다양하기 때문에 접근하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독특한 입장을 가진 건축가로 성장할 수 있다.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가가 자립해 일을 진행해 나가려면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이 분야를 지망하려면 대학을 마친 후 일정한 기간의 경력을 쌓고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해 건축사의 자격을 얻어야 한다. 건축가란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직업인이며,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도시 속에 건물을 지어 환경을 구축해 가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건축가는 이런 직업 의식에 투철하고 ‘만들며 세우는’ 일에 끊임없이 매력을 느끼는 자가 아니면 안된다. 선진국에서 건축가를 사회의 지도자로 존경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또한 건축은 대지 위에 서는 것이므로 정확하고 안전한 구조물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에 대한 숙련된 이해는 위에서 말한 건축가도 겸비해야 할 분야지만 건축가가 완전히 처리할 수 없는 전문 분야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구조계획 또는 구조설계다. 이런 분야의 전문가들은 건축가가 구상한 형태와 공간을 구조에 대한 치밀한 계산과 직관에 의해 더 경제적이고 안전하며 다양한 형태가 가능한 구조물이 되도록 해결해 준다. 거대한 고층 건물이나 장대한 길이를 가진 공간은 바로 이런 건축구조설계가의 치밀한 계산과 해석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구조설계가 중에는 건축가를 돕는 입장을 넘어 건축구조라는 관점에서 역사에 남는 건축물을 남긴 인물이 많다.


또한 건축에는 마치 인체의 혈관처럼 이어진 각종 설비 기관이 내장돼 있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어떤 건물에 들어갔을 때 신선한 공기와 온도, 쾌적한 채광과 조명 등을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순환 체계는 건물 각 부분에 내장돼 있어서 금방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인체가 순환 체계를 잃으면 작동하지 않듯이 각종 설비기관이 결여되면 건축물은 생명을 잃게 된다. 최근에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발달된 각종 전자 매체와 기기를 도입해 인공지능을 갖춘 건물을 설계하는 추세여서 이 분야는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가고 있다. 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소리, 열, 공기, 전기, 기계에 대한 고도의 물리적인 지식을 요한다.


이렇게 해서 계획된 건축을 최종적으로 현실화하는 분야가 건축생산과 시공이다. 이 분야는 건축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흔히 봤기 때문에 비교적 익숙하지만, 사실은 나날이 발전하는 재료와 구법(構法), 내구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공법의 개발을 위해 앞으로 더욱 본격적으로 다뤄야할 분야다. 이 분야가 점차 중요해지는 것은 최근 10여년간 건축생산과 시공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로도 증명된다.


이외에 건축행정가라는 또다른 중요한 전문가가 있다. 건축이란 미술처럼 개인이 제작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건축물은 사회적인 산물이며 도시 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도와 행정적인 조건이 매우 중요시된다. 건축행정가는 직접 건축물을 만들지는 않으나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보다 나은 건축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제도적인 측면에서 노력한다. 이들은 대개 국가와 지방단체의 고급공무원으로서 활약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이 성립하는 기술적이며 법제적인 조건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고 도시환경의 중요성이 크게 인식됨에 따라 건축행정가의 임무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건축설계 중에서 독특한 분야로는 실내설계 또는 실내건축이 있다. 실내설계는 보다 정교하고 건축공간의 내부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감각을 중요시한다. 물론 이 분야는 넓은 의미에서는 건축가의 영역이지만, 프로젝트에 따라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독립해 활동하기도 하고 건축가와 협동해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분야를 위해서는 내부공간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건축재료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있었던 엑스포 전시관의 첨단시설을 수용한 내부공간들을 연상하면 앞으로의 실내건축 활동 영역이 얼마나 폭넓고 가능성이 큰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외에도 건축에는 여러 분야가 있다. 어느 분야에 종사하던지 이 땅 위에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활동하는 공간을 자기 손으로 직접 짓는 기쁨을 끊임없이 느끼는 사람이라야 한다. 그러나 건축을 통해 얻는 가장 큰 기쁨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영역을 통합해 대지 위에 건물을 세우는 것이며, 또한 학문과 분리되지 않고 그 속에서 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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