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건축과 인간의 조화

        정혜교 (주)아키프로넷 대표이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학사(′84)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공학석사(′87)        

한국과학기술원 토목공학과 공학박사(′92)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국내) T/K팀 차장(′00) 

한국콘크리트학회 국문논문집 편집위원회 위원(′03 ∼′04)

현 (주)아키프로넷 대표이사



  100미터 달리기조차 직선으로 뛸 수 없어서 학교 앞 철길에서 뛰어야 했던 서울의 한 조그만 고등학교의 졸업을 앞둔 어느 겨울, 서울대학교 입학원서를 들고 관악캠퍼스 정문 앞에 서서 “이 학교에는 건물이 하나도 안보이네?”하고 놀랐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3년이 흘렀다.

  본고사 마지막 세대로 입학하여 대학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연일 계속되는 학생시위와 최루가스 속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맞이하였고, 덕분에 대학 1학년은 학교에 거의 가보지도 못하고 반 이상을 휴교상태에서 그렇게 보내게 되었다. 1학년을 마치고 과(科) 배정을 통해 건축학과에 입학하게 되었고, 지금은 차량으로 빼곡히 주차되어있고 여기저기 공사로 인해 지금 재학 중인 후배들은 느낄 수 없겠지만, 사계절의 변화하는 경치를 만끽하며 정문에서 35동까지 수업을 들으러 올라가던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참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시절이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을 생각해 보면 우리 건축학과는 공대의 다른 학과와는 차별화되는 문화가 있었던 것 같다. 공학의 정확성과 미술대학의 예술적인 분위기 그리고 건설 노가다의 거친 성향이 적절하게 조화된 특별함이 있었고, 학과활동 및 강의내용 또한 공대의 다른 과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설계실에서 모두 모여 같이 작업하면서 제도판위에서 같이 끓여 먹던 맛있는 라면, 제도판 너머 어디선가 들려오는 친구들의 통기타반주에 맞춘 노래 소리... 이렇게 동기들끼리 끈끈한 정을 쌓아나갔으며, 그래서인지 졸업한지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다른 학과와 비교해 대학 동기들끼리의 모임이 많고 추억이 많은 과가 우리 건축학과인 것 같다. 설계과목은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었고, 기타 공학과목은 우리가 항상 생활하는 건물을 모델로 이해를 위주로 진행되었다. 또한 건축이라는 학문이 사람이 사는 공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미술, 철학, 역사 등 다른 계열학과의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기회가 많았고, 그러한 분위기에서 공부한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었던 것 같다.


  학교를 마친 후 구조공학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2년 현대건설에 입사하였고, 설계실, 기술연구소를 거쳐 건축사업본부에서 근무한 후 2001년부터 나를 아는 많은 분들이 출자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대학시절에는 별로 느껴보지 못했는데 나 자신을 포함한 모교 출신들의 업무수행 능력이 매우 우수하다는 점이며, 이러한 점에 대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교 출신들이 학계를 제외하고,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소수에 불과하고, 그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능력만으로 그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학교 출신들이 개인주의적이고, 비사교적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은 본인이 조금만 사교성을 갖고 겸손한 마음으로 사회생활을 해 나간다면, 아마도 어느 조직에서도 환영받고 두각을 나타낼 수 있으며, 실제로 업계에서 성공한 분들이 바로 이러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끔 모교에서 강의를 할 때면 학생들한테 항상 하는 말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창시절에 사교성과 협동심, 겸손함을 익히고 사회에 진출한다면, 사회에서 기필코 대성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는 건축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항상 자부심을 느끼면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건축이란 인간과 함께하는 분야로서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야만 최상의 건축물이 완성될 수 있으며, 건축물이란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이 협력하여 만들어 지는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종합 예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 등의 한 분야만을 완전하게 안다고 해서 건축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하더라도 다른 분야를 파악하고 이해하여야만 훌륭한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데 자격이 있다고 할 것이다. 건축을 포함한 건설 분야는 현재 젊은 사람들에게 3D업종으로 기피되고 있는 현실이다. 건축은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협동하여 자기의 지식과 타인의 지식을 적절히 조화해서 만들어가는 분야로써, 훌륭한 건축물을 완성해 본 사람은 이를 통해 작은 사회생활을 경험하게 되었을 것이며, 남을 이해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개인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메말라가는 사회 현실은 이러한 인간적인 분야에 종사하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건축을 포함한 건설 분야가 현재 21세기 정보화, 첨단화 시대와 가장 동떨어진 분야로 느끼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느리게 대응하고 있을 뿐이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현재 21세기 정보화, 첨단화 시대를 맞이하여 건축 산업 역시 다양한 수요계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고급화 및 전문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과거의 건축물은 단지 사람이 거주하거나 사용하는 공간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의 건축물은 건축가의 예술적인 가치관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링 기술이 발달하였고, 그 건축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주거 및 사용의 공간을 넘어서 최첨단 시설 및 정보화를 제공하여 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렇게 인간과 기술과 예술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건축물 속에서 우리 인간은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면서 다른 분야에서 개발된 정보화, 첨단화의 산물을 즐기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건축 산업은 건축의 고급 소프트웨어(설계, 엔지니어링)를 기반으로 최고급의 하드웨어(시공 등의 용역산물)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발전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며, 더불어 건설 정보화 산업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 질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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