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는 없을까?

2004.06.15 10:05

lee496 조회 수:4328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는 없을까?


                                                                                             화학부 김희준 교수


요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머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하늘나라에 올라간 일제 시대의 독립투사 한 사람이 옥황상제와 대면했 다. 옥황상제님! 우리 나라가 해방이 된지 50년이 지났는데도 일본만큼 발전하지 못 한 이유는 제대로 된 과학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과학자 다섯 명만 대한민국으 로 보내주십시오... 옥황상제는 이를 불쌍히 여겨 퀴리 부인, 아인슈타인, 에디슨, 뉴턴, 갈릴레오, 이렇게 다섯 명을 보내 주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일이 어떻게 돌아 가나 보았더니...

퀴리 부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려고 했는데, 얼굴도 평범하고, 키도 작고, 몸매도 안 된다고 취직이 안 되어서 집에서 선이나 봐 라 고 구박받고 있었다.

에디슨은 발명을 많이 해서 특허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초등학교 밖에 못나왔 다고 신청서를 안 받아 준다고 해서 특허신청을 못 내고 있었다. 어쩌다 하나 특허를 받은 것은 대기업이 초등학교 출신 작품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수학만 엄청 잘하고 다른 과목은 제대로 못해서 대학은 문턱에 도 못 가보고 놀고 있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며 대들기를 좋아했던 갈릴레오는 우리 나라의 과학 현실 에 대해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연구비 지원이 끊겨서 한강변에서 공공근로를 하고 있 었다.

뉴턴은 대학원까지 갔는데 졸업 논문을 교수들이 이해 못해 졸업도 못한 채 집에서 놀고 있다가 철원 최전방으로 끌려갔다.

오죽이나 요즘의 우리 나라의 공부하는 방식이 잘못 되었으면 이런 식의 유머 가 나돌까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엄청난 우리 국민의 교육열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유 도하고 특히 초·중·고등학교 수준에서 공부의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독자들과 함께 논의해보고자 한다. 우리의 교육열은 가히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데, 창의력이 중시되는 21세기의 지식 기반 사회에서 이 교육열을 선도하지 못하 면 위의 유머가 시사하듯이 많은 인적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선 위의 다섯 명의 뛰어난 과학자의 일생과 업적 을 돌이켜 보면 이들이 모두 뛰어난 과학자라는 점 이외의 어떤 공통점이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모두 일류 대학에서 공부하고 일류 대학 교수가 되었나 하면 그렇지는 않다. 퀴리 부인은 소르본 대학의 첫 번째 여성 교수가 되었고, 아인슈타인은 프린스 턴 대학 고등연구소, 뉴턴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되었지만, 에디슨은 제대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고, 평생 자신이 운영하는 사설 연구소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모두 생전에 많은 영예를 누리며 순탄한 생을 누렸 나 하면 그도 그렇지 않다. 퀴리 부인은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남편 피에르의 노벨상과 자신이 죽은 다음 해에 딸과 사위가 받은 노벨상을 합하면 한 집안에 5개의 노벨상을 배출했으니 퀴리라는 이름은 과학의 역사에서 대단한 영예가 따라 다니는 이 름이 되었다. 그렇지만 유명한 물리학자 랑제방과 사랑에 빠져 주위의 손가락질에 곤 욕을 치렀다. 그리고는 자신이 발견한 방사능 물질에 과다 노출되어 암으로 고통을 당 하다가 죽었다. 갈릴레오는 교황청에서 파문을 받고 가택 연금 상태로 말년을 보냈는 데, 이 파문은 그가 죽은 후에도 350년간이나 지속되었다.

그밖에도 뉴턴이 누가 중력 법칙을 발견했나를 두 고 후크와 다투었다든지, 미적분의 발견을 두고 라이프니츠와 우선권 다툼을 했다는 말도 있다. 뿐만 아니라 뉴턴을 유명하게 만든 역학, 광학, 미적분학 등은 모두 그의 20대 짧은 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업적이고, 나머지 일생의 많은 시간을 연금술에 보냈 다고 하니 실망과 좌절의 시간이 훨씬 많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기는 아인슈타인 도 광전효과, 브라운 운동, 상대성 이론 등의 업적을 이루어 놓은 후 많은 시간을 성 과가 없는 통일장 이론의 수립에 바쳤다고 하니 그 역시 좌절의 시간이 더 길었던 셈 이다. 그런 면에서는 평생 1000여 가지의 발명품과 특허를 지속적으로 쏟아낸 에디슨 이 보다 만족스러운 일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들이 개인적으로 돈을 많이 벌었거나 연구비를 많이 받았을까? 퀴리 부부는 라듐 발견에 들어가는 연구비용을 자신의 생활비를 쪼개 어 감당했고, 노벨상을 받은 후에야 겨우 형편이 나아졌다. 그 후에도 1차 대전 중 전 쟁터를 쫓아다니며 200대의 X-선 진단 장비를 만들고 방사선 치료를 하는 등 자원 봉 사를 했는데, 자신이 발견한 라듐을 살 돈이 없어서 미국 사람들이 1 그램의 라듐을 살 돈을 모금해 주기도 했다. 갈릴레오나 뉴턴 시대에도 물론 요즘 같은 연구비의 개 념은 없었다. 에디슨은 적지 않은 특허 수입을 연구에 투입했다. 다시 말해서 돈을 버 는 맛에 연구를 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공부와 연구에 매달리게 한 근본 적인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한마디로 재미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재미란 게 도대체 무얼까?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하도 많은데, 이 과학자들이 느낀 재미는 컴 퓨터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나 만화책을 읽는 재미와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그 리고 우리 나라 학생들은 왜 공부에 재미를 못 느끼는 것일까?


새로운 경험에서 오는 재미

재미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영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것도 재미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우리 가 재미를 느끼는 것은 새로운 경험을 할 때이다. 아무리 보아도 실증이 나지 않는 경 치나 좋은 그림이 있고 새로운 음악보다는 귀에 익숙한 명곡이 반갑기도 하지만, 아무 래도 경치는 새로운 것이 좋고 같은 곡이라도 새로운 분위기에서 들으면 즐거움이 더 해진다. 같은 친구들과 함께 몰려 다녀도 매일 대화의 내용이 다르고 길에서 마주치는 또래들이 다르다. 같은 컴퓨터 게임도 매번 다른 경험을 하도록 프로그램이 되어있고 , 축구 경기가 재미있는 것은 같은 공을 가지고 같은 골에 차 넣는 게임이지만 매번 다른 다이나믹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에디슨이 1000가지 특허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매번 새로운 일을 하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갈릴레오는 처음으로 망원경으로 달과 목성의 위성 을 관찰하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했다. 퀴리 부부는 방사능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매혹 되었고, 우라늄보다 훨씬 방사능이 강한 새로운 원소의 발견에 매달렸다. 모두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는 재미에 빠진 것이다.

요즘 우리 나라 중 고등학교 학생들은 학원에서 미 리 배울 것을 배우고, 학교에서는 아예 자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한마디로 새로운 내용 이 없기 때문이다. 15세에 폴란드에서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마리아 스클로도프 스카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하여 8년 동안 가정교사와 가정부로 일하며 저금을 했다 . 소르본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그녀는 새로운 실험실을 물색하다가 피에르 퀴리를 만나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틀에 박힌 학교 교육에 저항하다가 학교에서 쫓겨났다. 아인슈타인을 학교가 끝난 후에 다시 학원으로 보내서 똑같은 내 용을 반복하게 한다면 단 하루도 견디어 내지 못할 것이다. 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는 학교대로, 학원은 학원대로 새로운 학 습의 경험을 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물론 문제의 원인은 입시 제도에 있다. 일정한 잣 대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하에서는 학교나 학원이나 학생을 그 잣대에 맞추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다양한 방법의 대학 입시가 이루어진다니 재미를 느 끼며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지 기대해본다.

새로운 깨달음에서 오는 재미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 칙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과가 떨어진 나무를 쳐다 볼 때 나뭇가지 사이에 반달이 눈에 들어왔고, 그래서 지 구가 사과를 끌어당기듯이 달을 끌어당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쳐서 만 유인력의 법칙이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세한 경위야 어찌 되었든 간에 뉴턴은 하나의 법 칙이 지구와 사과사이에서도, 지구와 달 사이에서도, 그리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 하는 데에도 똑같이 엄밀하게 적용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뿐만 아니라 이 만 유인력의 법칙을 사용해서 핼리 혜성이 주기적으로 지구를 방문하는 사실도 설명해 낼 수 있었다. 우주선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고, 인공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도는 문제에 도 만유인력의 법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인슈타인은 공간은 중력에 의해서 휘어진다는 사 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갈릴레오는 목성의 위성은 목성의 주위를 회전한다는 관찰을 통해서 천동설에서 주장하듯이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퀴리는 방사능은 원자 자체의 변화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하 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재미에 자신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방사능에 노출되는 사실 도 잊었다.

깨닫는다는 것은 인간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중요 한 새로운 원리를 처음으로 깨닫는 특권은 몇몇 사람에게만 주어질지도 모른다. 그러 나 일단 발견된 원리는 누구에게나 깨닫고 이해하도록 열려있는 보편적인 인류의 자산 이다. 그런데 새로운 원리를 깨닫는 데는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 분야의 공부를 오래 하다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중요한 원리를 뒤늦게 깨닫는 일이 많다. 잘 알고 익숙한 사실에서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진 태양은 우주의 축소판이고, 산소 가 풍부한 지구는 우주에서 아주 특이한 환경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매일 대하는 태양도 새롭게 보인다. 그리고 지구의 환경이 고맙게 느껴진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평생 새롭게 깨달아 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깨달음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우리 나라의 공부 문화도 주위의 사물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스스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을 장 려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갈릴레오건 뉴턴이건 아인슈타인이건 간에 주 입되는 내용을 비판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 나라의 교육 제도 하에서는 깨닫는 재 미를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다.

금년 7월에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화학올림피아 드에서 우리 나라 과학고등학교 학생 네 명이 금메달 셋, 은메달 하나로 미국과 동률 1위를 차지하는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 나는 다행히 지난 1년 동안 두 차례 훈련을 통해서, 그리고 올림피아드 인솔단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을 지켜보는 기회를 가졌다.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할 정도의 실력이면 원하는 모든 대학에 입학이 거의 보장 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들이 대학 입학 때문에 지겨운 훈련을 감수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연의 신비가 깨달아지고, 깨달을 수록 더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배워서 아는 내용이라도 새롭게 깨달아질 때는 재미가 나는 법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나라의 모든 교실에서 깨닫는 재미가 넘쳐나고, 더 배우고 싶다는 소리가 들려오게 할 수 있을까?


중요성의 인식에서 오는 재미

어떤 새로운 사실에 접하고 이전에는 이해를 못했 던 내용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것은 틀림없이 재미있는 일이다. 나아가 그 내용이 엄청 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배우는 재미도 중요성에 비례해서 증가하게 마련 이다.

생명 현상에서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의 5가 지 원소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깨닫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외계인이 있다면 외계인도 이 5가지 원소를 반드시 사용해서 생명 활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 각을 하면 재미가 배가한다.

실제로 1974년 미국 NASA에서 외계인과의 교신을 시도하기 위하여 구상성단 M33으로 보낸 전파의 처음 부분에 이 5가지 원소의 원자번 호가 들어있었다. 태양계 이외의 은하계의 어느 한 부분에 생명체가 있을지 자체도 사 실 의심스럽다. 그래도 혹시 만에 하나 생명체가 있다면 무슨 말을 해야 우리의 존재 를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저쪽의 생명체는 우리와는 아주 다른 문명을 일으키고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주의 어느 곳에서라도 생명이 있 는 곳에는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을 말해야 할텐데, 그게 무얼까? 칼 세이건을 비 롯한 과학자들은 궁리 끝에 위의 5가지 원소는 우주의 어느 곳에서라도 생명이 존재한 다면 필수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원소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소위 Arecibo Int erstellar Message의 내용을 알고 나서 이들 원소 하나 하나에 대하여 왜 그것이 생명 에 필수적인가를 배우면 아무리 무딘 사람이라도 귀가 번쩍 뜨이게 마련이다.

나는 금년 봄 학기에 서울 시내의 중3 학생 60명 정도와 화학 공부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서울대 사범대에서 주관하는 중2 학생 대 상 과학영재교육센터를 수료한 학생들의 후속 프로그램을 자청한 것이다. 12주 동안 토요일 오후에 3시간씩 강의와 실험 데모, 비디오 관람 등을 병행하였는데 어느 정도 의 기초 공부를 마치고 이 Arecibo Interstellar Message의 내용을 가지고 화학의 원 리를 풀어 가면 학생들이 대단한 흥미와 관심을 나타내고, 화학이 교과서에서 배우듯 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과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퀴리는 방사능을 통해서 인간이 과거에 접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신비한 에너지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내 은행 구좌 에 있는 돈 이외에도 나도 모르게 누가 내 앞으로 엄청난 재산을 맡겨놓은 사실을 뒤 늦게 깨달은 격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 된다. 사실 인간은 방사능을 통해서 자연이 방사성 동위원소에 질량이라는 형태로 저장해 놓은 에너지가 있다는 사 실을 깨닫게 되었고, 이 에너지를 사용해서 원자의 내부 세계를 탐험할 수 있게 되었 는가 하면 원자력 시대를 열어나갔다.

뉴턴은 자신의 만유인력 법칙이 당시에 알려진 우 주 전체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법칙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인슈타인도 자신의 일반상 대성 이론이 우주의 기원과 구조에 관한 해답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에디 슨은 자신이 발명한 탄소 필라멘트 전구로 세상 사람들이 빛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 라는 사실을 알았다. 모두 자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에 그 일에 전력 투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중요성에는 경중의 구별이 있다. 교과서를 가 지고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는 교과서의 내용을 이해하는 일이 우선 중요하다. 따라서 효과적인 공부를 위해서는 공부하는 내용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교과서 중심의 공부에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중요도의 차이를 제대로 부각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도가 크게 다른 내용들이 같은 크기의 활자로, 더구나 비 슷한 분량으로 다루어져 있으면 중요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그리고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재미있는 공부를 위해서는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가르 치는 내용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고, 배우는 입장에서도 배우는 내용의 중요성을 깨달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효과적인 공부가 이루어질 것이다.


눈으로 보는 재미

외국에서도 학습의 효과를 증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혹자는 옛날 사람들은 모두 컬러 사진은커녕 흑백 사진도 없는 딱딱한 교과서나 논문을 읽으면서도 제대로 공부를 해냈다는 사실을 지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딱딱한 글의 행간을 읽어내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추상적인 내용을 머 릿속에서 형상화할 수 있는 능력은 일부 사람에게만 주어진 능력인 듯하다. 이제는 과 학의 내용이 의무 교육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고, 더구나 요즘은 과학 대중화의 필요성 을 역설하는 시대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시간을 나누어 갖기 위해 공부와 경쟁을 벌이는 각종 게임과 놀이는 온갖 첨단 시청각 도구를 동원한다. 공부도 놀이와 재미 면에서 경쟁을 벌려야 할 상황인 것이다.

사람은 시각적인 동물이다. 청각은 공기라는 매질 을 필요로 하는 제한적인 경험인데 반해, 시각은 우주에 물질 입자보다 압도적으로 많 으면서 광속으로 진행하는 빛의 입자(광자, photon)를 생명체가 받아들여서 이루어지 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경험이다. 영화가 나온 후에 책이 잘 안 팔리는 것은 충분 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렇다면 공부에도 최대한 시각 효과를 활용하여 보는 재미를 맛보면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 좋은 시청각 자료 를 쉽게 구해서 사용할 수 있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각종 강의록과 참고 자료가 풍부하여 2년 반만에 거의 40만회 접속을 기록하고 있다. 강의 자료 뿐 아니라 학생들이 제출한 재미있는 기말 프로젝트, 만화 등 재미있게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자료가 꽤나 들어있다. 한 번 방문해서 화학프로젝트, 만화집합, 에세이, 화학영재교육 등을 둘러보기를 권한다.


실험을 해보는 재미

과학 공부에서는 눈으로 보는 재미가 더욱 중요하 다. 실험을 해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교과서에서 배우고 반복 연습해서 문제를 제아무 리 잘 풀어도 그 지식이 자기의 것이 되려면 제 손으로 실제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험을 통해 느끼는 것은 백두산 천지를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로 가 보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실험은 실감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과학 교육에서 실험은 거의 전무한 실 정이라고 한다. 앞서 이야기한 중3 학생들도 실험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참으로 많이 했다. 그래서 이번 8월중에 1주 우리 화학과 실험실을 개방하고 봄 학기에 나와 이론 공부를 한 학생들에게 실험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물론 단지 실험을 해 본다는 데에 그쳐서는 미흡하다. 실험의 내용과 관찰 사실들이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는 데 어 떻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풀어서 잘 전달하는 노력이 곁들여져야 평생 깊은 인 상을 남기는 실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 출전했던 학생들도 모 두 실험을 좋아하고 조금이라도 실험을 더 해보고 싶어하는 실험 정신에 투철한 학생 들이었다. 실험은 신의 창조물의 작용 원리를 직접 체험하고 확인하는 작업이다. 실험 을 통해 공부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 다.


맺음말

인간은 제대로 재미를 느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 다. 인간이야말로 150억 년 전까지 자신의 근원을 추적해 갈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인간이 재미를 느끼는 여러 가지 활동 중에도 공부는 가장 고도화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인간 활동이다. 게다가 오락과 달리 공부는 필요에 의 해서 머리를 싸매고 하는 활동이다. 우리 나라 학생들이 기왕 하는 공부를 재미있게 신이 나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축구를 장려하고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도록 지 원하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21세기는 체력의 시대가 아니고 지 식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람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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