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에너지 정책의 충분조건

2018.03.26 10:10

lee496 조회 수:479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 11월, 슬슬 보일러를 트는 시기다. 지금은 대부분 도시가스로 보일러도 작동시키고 물도 데우지만, 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난방연료의 80%는 연탄이었다. ‘응답하라 1988’ ‘말죽거리 잔혹사’ 등 1980년대가 배경인 영화나 드라마에서 추운 날 연탄을 때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 시절부터 에너지자원공학과와 역사를 함께 했다. 허 교수는 “우리 학과만큼 이름이 많이 바뀐 학과도 드물다”며 “학과 이름의 변천사가 곧 국내 에너지 개발 변천사”라고 말했다.

 

석탄에서 석유, 가스, 신재생에너지까지 주력 에너지원이 바뀌거나 추가되면서 학과 이름은 채광학과, 광산야금학과 등을 거쳐 자원공학과에서 2007년 에너지자원공학과에 이르렀다. 이는 에너지원이 다양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너지원의 선택지가 다양해진 최근에는 에너지산업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허 교수는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 방식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세계 에너지산업 동향을 파악하고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을 찾아 부족한 에너지원의 경우 적정한 수입 가격을 찾는 일 역시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97%와 광물자원의 99%를 수입하는 실정이어서 에너지산업에서 비용 문제는 언제나 ‘핫’하다.

 

허 교수는 다양한 에너지원의 가격 상승 및 하락 요인을 분석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분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가령 휘발유와 같은 석유제품의 가격이 국제시장가격, 환율, 원유도입가 등의 변수와 어떤 상관관계를 나타내는지 파악한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였지만, 1997년 가격자유화가 실시되면서 석유 가격을 정부가 아닌 정유사가 결정하고 있다. 때문에 석유제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에 대한 연구는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허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통휘발유, 자동차용 경유, 실내등유와 같은 국내 석유제품은 원가(국제원유가격)에 따라 리터당 6~7원 가량이 올라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보를 이용하면 국내 실정에 적합한 석유제품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석유제품의 적정 수입 가격을 역으로 추적할 수도 있다.

 

 

에너지 정책 수립의 충분조건


허 교수는 에너지 사용 시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허 교수는 “에너지 효율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팀은 이에 대한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가 어느 수준까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지, 기술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어떤 신재생에너지를 더 선호하는지 파악하면 더 많은 국민이 만족하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추가 지불의사액을 알아보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일본의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는 가구 당 지불의사액이 한 달 평균 2000엔(약 2만 원)이라고 추정했으며, 슬로베니아는 한 달 4.18유로(약 56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 교수는 “소비자의 반응을 좀 더 면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하는 방법론이 개발되면 다수가 만족하는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최지원 기자
사진 : 남윤중

과학동아 2017년 11월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14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 세계 첫 도전 lee496 2018.03.26 844
2213 이것이 ‘신의 한 수’ 절연체 뺀 초전도 자석 lee496 2018.03.26 703
2212 분자기계와 배터리의 효율적인 만남 lee496 2018.03.26 489
2211 원자로 안전 책임질 설계 프로그램 ‘맥카드’ lee496 2018.03.26 476
» 에너지 정책의 충분조건 lee496 2018.03.26 479
2209 1만 도 열을 견뎌라 로켓 재진입 테크놀로지 lee496 2018.03.26 439
2208 63빌딩보다 큰 선박, 어떻게 설계할까 lee496 2017.09.18 1158
2207 제어시스템으로 완벽한 인공지능을 꿈꾸다! lee496 2017.09.18 1089
2206 에너지를 생산하는 ‘밥솥’을 만든다면? lee496 2017.09.18 996
2205 사람과 컴퓨터를 잇는 다리를 만든다 lee496 2017.09.18 780
2204 5G 기술로 자유를 선물하다 lee496 2017.09.18 913
2203 통신부터 국방까지, 일상을 지배하는 레이저 lee496 2017.04.05 1280
2202 “기계를 만들 때 생명체에서 가장 큰 영감을 얻는다” lee496 2017.04.05 1660
2201 ‘융합’에 에너지의 미래를 묻다 lee496 2017.04.05 1251
2200 공간에 이야기를 입히는 학문, 건축학 lee496 2017.04.05 1274
2199 산업이라는 숲을 보는 학문, 산업공학과 lee496 2017.04.05 1479
2198 인류의 시작부터 함께 한 학문 lee496 2017.04.05 1197
2197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 컴퓨터공학” lee496 2017.04.05 1437
2196 “위험한 일을 대신할 기계를 만든다” lee496 2017.04.05 1512
2195 “해상 안전의 첫 걸음은 바다를 이해하는 것” lee496 2017.04.05 1011
Login
College of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