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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이야기

[Career] 63빌딩보다 큰 선박, 어떻게 설계할까

서울공대카페 56 조선해양공학과

노명일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연구실은 진정한 ‘배 덕후(마니아)’의 방이었다. 요트부터 잠수함까지 각양각색의 배 모형들이 연구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노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직접 배 만드는 걸 좋아했다”며 “배는 용도에 따라 모양이 다양해 조립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잠수함에는 무기고 먼저 배치


노 교수의 말처럼 배는 목적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천차만별이다. 길이가 100m 안팎인 소형 여객선이 있는가 하면, 원유 30t(톤)을 운반하는 초대형 유조선은 약 350m로 높이 274m인 63빌딩보다 길다. 노 교수의 관심사는 용도에 적합하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배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는 “배를 설계할 때는 방부터 배치해야 한다”며 선반에서 해양시 추선 모형을 꺼내 들었다. 해양시추선은 ‘바다의 주유소’인 만큼 항상 화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노 교수는 “해양시추선처럼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선박은 안전이 설계의 최우선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배의 왼쪽 끝에 선원의 방을 배치하고, 바로 옆에 화재 위험이 없는 발전기를 놓는다. 그리고 반대쪽에 원유를 정제하는 화학 공정 장치들을 설치한다.

 

전투력이 가장 중요한 잠수함의 경우 방 배치가 완전히 달라진다. 잠수함 승조원이 생활하는 공간보다 무기고를 우선적으로 배치한다. 잠수함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안전한 중앙에 제어실과 무기고를 배치하는 식이다. 무게의 중심을 잡는 데 사용되는 액체 탱크 위치도 중요하다. 잠수함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등 동선을 결정하는 데는 액체 탱크의 배치가 결정적이다. 노 교수는 “상대적으로 작은 잠수함도 방이 100개 이상 들어간다”며 “설계자의 노하우에만 의존해 방을 배치할 경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최선의 설계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노 교수는 설계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잠수함의 경우 무기고의 위치, 자세 제어 등 잠수함 설계에서 고려해야할 사항과 정보를 집적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이다. 노 교수는 “설계자의 지식을 문서화 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최단 항로 안내하는 선박용 내비게이션


요즘 조선해양 분야에서는 온실가스도 화두다. 연료를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선박의 연비를 높이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노 교수는 선박의 항로에 주목했다. 목적지에 이르는 수많은 항로 가운데 연료를 가장 적게 쓰는 항로를 계산해주는 ‘선박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차량 내비게이션의 경우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도로 상황을 가장 먼저 반영하지만 선박의 경우에는 날씨를 가장 중요한 변수로 처리한다. 차량 내비게이션이 주행 거리가 짧더라도 차가 막히면 다른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선박 내비게이션은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연료를 적게 쓰는 항로를 안내하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

 

학부 시절부터 틈틈이 코딩을 공부했다는 노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파도의 높이, 바람의 세기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됐다”며 “이제 조선해양 분야에서도 융합 연구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글 : 최지원 기자 
사진 :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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