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2007년 10월호 - 이런 전공 어때요
유기반도체공학
인쇄하듯 반도체 찍어낸다
| 글 | 김장주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ㆍjjkim@snu.ac.kr |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유기광전자(OLED) 센터(opl.snu.ac.kr)를 이끌며 OLED와 유기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유기반도체를 이용하면 마음대로 휘거나 구부릴 수 있는 유기디스플레이장치를 만들 수 있다.
플라스틱에 전기가 통할 수 있을까. 플라스틱으로 전선의 피복이나 절연테이프를 만드는 점을 보면 플라스틱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973년 플라스틱에도 전기가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 뒤 구리선만큼 전기가 잘 통하는 플라스틱이 개발됐다. 플라스틱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뒤집었던 이 사건은 2000년 노벨화학상으로 이어졌다.

유기물은 주로 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화합물이다. 유기물 중 탄소들이 길게 연결된 분자를 고분자라고 한다. 만약 탄소원자를 진주라고 한다면 진주목걸이가 바로 고분자다. 플라스틱도 고분자의 일종이다.



전류를 흘려주는 파이 전자

지금은 작은 태양전지 여러 개를 잇지만, 앞으로 유기반도체로 태양전지를 만들면 큰 태양전지판을 인쇄하듯 찍어낼 수 있다.
고분자 중 전기를 흐르게 하는 ‘전도성고분자’는 탄소와 탄소 사이에 단일결합과 이중결합이 교대로 나타난다. 이때 전자는 원자핵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존재하므로 전기장에 의해 쉽게 움직인다. 즉 전압을 가하면 전자가 움직여 전류가 흐른다. 이 전자를 파이(π) 전자라고 하는데, 파이 전자는 원자에 묶여 있는 전자와 원자로부터 완전히 떨어진 자유전자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특성을 지녔다.

또 전도성고분자는 자외선에서 가시광선, 적외선 영역에 걸친 빛을 흡수하고, 빛에너지나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파랑에서 빨강에 이르는 가시광 영역의 빛을 잘 표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도 이런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전도성고분자보다 ‘고분자반도체’ 또는 ‘유기반도체’라고 부른다.

유기반도체는 비중이 물과 비슷한 1정도로 가볍고 유연해 구부리거나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다. 또 다양한 분자 구조를 설계할 수 있어 원하는 물성을 보이는 제품을 합성할 수 있다. 평판디스플레이, 트랜지스터, 태양전지, 메모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활용도를 넓혀가고 있다.

TV와 컴퓨터 모니터의 디스플레이로 오랫동안 브라운관을 썼지만 최근에는 액정디스플레이(LCD)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PDP) 같은 평판디스플레이가 대부분이다. 브라운관 모니터와 비교하면 LCD는 가볍고 차지하는 면적도 작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영상이 달라지고 영상을 재생하는 속도가 늦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기디스플레이가 개발됐다.

유기반도체로 만든 유기디스플레이는 투명전극과 금속전극 사이에 2~5가지의 유기반도체 박막을 약 100nm(나노미터, 1nm=10-9m) 정도로 얇게 쌓고 두 전극 사이에 전기를 흘려주면 빛이 나오는 원리를 이용한다. 뒷면에서 나오는 빛을 영상으로 바꿔주는 LCD와 달리, 유기디스플레이는 각 단위 픽셀 하나하나가 빛을 내기 때문에 구조가 단순하며, 시야각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 문제가 없고, 색상이 자연스럽고 선명하다.

아직은 MP3나 휴대전화의 소형 디스플레이로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TV 같은 대형 디스플레이로 진출할 예정이다. 흰 빛을 발하는 유기디스플레이는 조명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광도는 형광등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전력소모는 훨씬 적다. 또 두께가 얇아 벽이나 천장에 붙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설치도 간편하다. 벽지나 커튼이 은은한 빛을 내는 조명으로 쓰인다고 상상해보자. 실제로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미적 감각을 살린 분위기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유기디스플레이 조명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가장 획기적인 제품은 구부릴 수 있는 두루마리 형태의 디스플레이다. 매우 유연해 돌돌 말거나 접을 수 있는 절연성플라스틱 위에 유기반도체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플라스틱은 가볍기 때문에 못 하나로 벽에 걸 수 있는 완벽한 벽걸이형 TV나 돌돌 말아 주머니에 넣어 갖고 다닐 수 있는 TV가 가능해진다. 현재 이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벽걸이형 TV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머지않은 장래에는 휴대용 TV의 출연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쇄하듯 반도체 찍어낸다

유기반도체는 기존 반도체와 비교해 만드는 과정도 단순하다. 실리콘을 비롯한 무기물 반도체는 진공상태에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공장 전체를 진공으로 만드는 설비가 필요하고 반도체 회로의 정교한 패턴을 만드는 고가의 장비도 필요하다. 반면 유기반도체는 잉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잉크젯 프린터나 대형 고속 인쇄기로 종이에 인쇄하듯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신문을 제작하듯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찍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저렴할까.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는 전자태그(RFID)는 고도의 성능이 들어있지 않는 만큼 낮은 비용으로 생산해야 한다. 실리콘 반도체는 트랜지스터나 고밀도집적회로처럼 작은 회로를 만드는 기술은 많이 발전했지만 생산비가 높다. 인쇄하듯 유기반도체를 찍어낼 수 있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RFID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 또 실리콘 반도체로 만들 수 없을 정도로 큰 면적이 필요한 디스플레이 구동회로에도 유기반도체를 쓸 수 있다.


청정에너지 만들어 환경문제 해결

유기반도체는 에너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지구는 에너지와 지구온난화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으며 깨끗한 에너지 개발이 더욱 시급하다. 태양에너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다. 태양은 인류가 매일 사용하는 에너지의 1만배를 지구에 보낸다.

현재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태양전지가 부딪힌 한계는 태양전지를 만드는 비용이 높아 전력 생산 단가가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쇄공정으로 유기태양전지를 생산하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유기태양전지의 에너지 변환 효율과 수명을 향상시키고 제작 공정을 완성하기 위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기반도체에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남아있다. 실리콘이라는 정해진 재료를 쓰는 기존 반도체와 달리 새로운 유기물질을 합성할 수도 있고, 반도체 소자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할 수도 있다. 커다란 유기반도체를 인쇄하듯 찍어내는 기술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지금도 매일 새로운 물질이 나오고 더 나은 성능의 소자가 발표되고 있다.

유기반도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화학과 물리 같은 자연과학을 기반으로 재료공학과 전자공학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유기반도체공학은 창의적인 젊은 과학자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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