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나노 성형 내 손안에 있소이다 - 나노입자 제어기술연구단 최만수 교수

“나노 더하기 나노는 마이크로가 되는 거 아세요?” ‘나노입자 제어기술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최만수(48) 교수가 덧셈 얘기부터 꺼낸다. 무슨 덧셈법칙이 그런가. 나노 더하기 나노는 당연히 나노 아닌가.


나노미터 돼야 진짜 나노벌크

지난해 연구단에서 불꽃을 이용한 화염방법으로 제조한 마그네시아 나노큐브(정육면체). 나노광학소자로 응용 가능성이 있는 발광 특성을 보였다.



“나노벌크를 만들려면 나노입자들을 모아 소결 성형해야 되는데 이 과정에서 나노 사이즈를 유지하기 힘들어요.” 나노입자들을 모아 소결하게 되면 나노입자들이 성장하면서 결국은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덩어리로 변한다. 시작할 때만 ‘나노’일 뿐 결국은 10㎛ 정도의 ‘마이크로’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나노벌크가 되려면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100nm 이하의 덩어리로 구성돼야 한다.


“도자기를 구울 때 흙을 뭉쳐서 굽잖아요. 나노벌크를 만들 때도 나노입자를 잘 뭉쳐서 굽습니다. 그런데 나노입자들이 자기들끼리 합쳐지면서 커집니다. 그래서 10nm, 20nm 입자를 갖고 나노벌크를 만들어도 필요이상으로 커진 10㎛ 짜리가 나와 버리죠.”


연구단에서 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나노벌크를 나노미터 수준으로 만드는 것. 이를 위해서는 나노입자를 ‘입맛에 맞게’ 요리조리 잘 제어해야 한다. 나노입자의 크기나 형상, 결정상을 원하는 대로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단의 기본 목표다.


“나노입자를 만드는 연구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노입자를 잘 제어하지 못하면 이를 응용해 원하는 전자소자나 자기소자, 광학 소자를 만들 수 없습니다. 나노입자를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나노입자 제어기술이 필수입니다.”


나노입자를 제어할 때 가장 큰 변수는 온도와 속도. 나노입자처럼 아주 작은 입자는 브라운 운동을 한다. 온도에 따라 활동도가 달라지는 브라운 운동은 온도가 높으면 나노입자끼리의 충돌 횟수가 증가해 매우 빨리 커지고, 낮으면 천천히 커진다.


나노입자는 처음 충돌해서 커질 때 구형이 아니라 포도송이 모양의 비구형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비구형은 부피가 작더라도 충돌 단면적은 중심에서 가장 긴 거리를 직경으로 하는 구형과 같다. 따라서 충돌이 더 잦아지고 나노입자는 더 빨리 성장해 제어하기 어려워진다.


나노입자를 구형으로 성장하도록 제어하면 작은 나노벌크를 만들 수 있어 전자소자나 자기소자에 활용이 가능하다. 또 탄소나노튜브처럼 비구형으로 만들면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광촉매로 사용할 수 있다. 정육면체 형태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나노입자를 제어해서 원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더 작게, 더 많이, 더 동그랗게

탄소나노튜브가 실린더 형태라면 카본 오니온(탄소양파)은 구형이다(좌). 연구단에서 만든 탄소양파 형태의 입자(우). 연구단에서는 이 입자가 전계방출 디스플레이(FED)에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였다.



“연구단의 주목표는 구형 나노입자를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최 교수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대량 생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잘 만들어도 조금 만들면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구형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많이 만들려면 단위 부피당 나노입자의 수가 많아야합니다. 그런데 농도가 높아지면 나노입자가 서로 충돌해 구형보다 비구형이 나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공기 1㏄에 나노입자가 109개 있으면 농도가 높은 것으로 본다. 한변이 1cm인 정육면체 안에 10억개의 나노입자가 있는 것과 같다. 연구단에서는 농도를 더 높여 나노입자 개수를 1010개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입자 부피로 보면 기존에 비해 24배가 감소한 셈. 더 작은 나노입자를 더 많이, 그것도 구형으로 만든 것이다.


2001년 이미 연구단에서는 이를 이용해 나노벌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TICL4’란 화학물질을 화염(불꽃)속에 넣어 타이타니아(titania) 나노입자를 만든 후 레이저빔을 쏘았다. 그 결과 나노입자들의 충돌 단면적이 작아지면서 서로 완전히 따로따로 떨어진 나노입자를 만들 수 있었다.


이 나노입자를 모아 대기압에서 가열한 결과 나노미터 수준의 타이타니아 덩어리를 만들었다. 20nm였던 타이타니아 나노입자가 60nm 나노벌크로 성장한 것. 최 교수는 “나노입자를 비구형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인 구형 입자로 잘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성공 이유를 밝혔다.

나노물질로 ‘IBM’을 쓴 것. 나노 패터닝의 일종이다. 


요즘 최 교수는 나노복합입자를 제어하는 연구에 한창이다. 나노복합입자는 말 그대로 2개의 다른 물질이 섞여있는 나노입자다. 예를 들어 조그만 나노입자가 알갱이처럼 박혀있는 나노복합입자는 알갱이 크기를 줄이거나 키우기만 해도 물성이 바뀐다. 물성이 달라진다는 것은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카본 오니온’(탄소양파) 연구도 관심있는 주제다. 탄소나노튜브가 실린더 형태라면 탄소양파는 양파처럼 동그란 구형이다. 원래 탄소양파 형태 입자는 탄소나노튜브를 만들 때 불순물로 몇 개씩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간 물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연구단에서는 거의 모든 나노입자를 탄소양파 형태로 만들었다. 특히 탄소양파 형태 입자의 전계방출(field emission) 특성이 탄소나노튜브와 비슷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탄소나노튜브를 전계방출 디스플레이(FED)에 사용하려는 연구는 이미 진행 중이다. 연구단은 탄소양파의 물성이 탄소나노튜브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탄소양파를 FED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나노 패터닝 기술 개발 필요해

최만수 교수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에어로졸 과학저널’(Journal of Aerosol Science) 표지.


“앞으로는 나노 패터닝이 주된 연구거리가 될 겁니다.” 나노입자를 만들었고, 제어하는 기술까지 개발했다면, 이를 이용한 ‘패터닝’(patterning)이 최 교수에게 남아 있는 숙제다. 패터닝은 말 그대로 나노입자를 원하는 대로 ‘배열’하겠다는 것. 나노입자를 잘 배열하는 것은 전자소자나 자기소자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필수 단계다.


“IBM이라고 쓴 거 본 적 있죠?” IBM은 초기 나노 연구가 한창 주목받고 있을 때 가장 많이 등장하던 예 중 하나. 나노물질을 하나씩 옮겨 IBM이라는 글씨를 만든 것이다. 최 교수는 “이것도 일종의 패터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옮겨서는 진정한 패터닝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반도체를 만들 때 ‘리소그래피’(lithography)라는 공정이 개발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반도체 집적도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노입자 패터닝도 마찬가지다. 수작업 대신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지난해 연구단에서는 기체상태의 에어로졸을 이용해 나노입자의 이동 제어 기술을 활용한 병렬식 나노입자 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 에어로졸을 이용할 경우 액체상태의 콜로이드를 이용하는 것보다 순도가 높고 연속 공정이 가능하다. 액체상태를 이용할 경우 액상 자체에 불순물이 있을 수 있고, 배지에 담긴 액상이 다 없어지면 공정도 함께 끝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에어로졸을 이용하면 나노입자의 형상을 제어하기가 훨씬 어렵다.


“지금까지 나노입자를 만들고 제어하는 연구가 기본이었다면 이제는 이를 통해 나노물질을 어떻게 조립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해질 겁니다. 아직까지 나노 패터닝과 나노 조립 쪽에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초기 단계죠.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면 나노기술 시대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나노입자 제어기술연구단은? 

나노입자 제어기술연구단 식구들과 함께 한 최만수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기계공학과에서 나노를 연구한다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정말 그랬다. 기껏해야 나노로봇 같은 나노기계를 떠올린 것이 고작이었던 기자의 가려운 곳을 최 교수가 먼저 긁어 줬다.


최 교수는 원래 열전달을 공부했다. 열 이동을 포함해 열을 이용한 모든 것이 열전달에 속한다. 열전달은 기계공학에서 중요한 분야 중 하나. 그런데 나노입자를 만들고 제어하는 데에도 열이 사용된다. 열전달을 어떻게 잘 제어하느냐 하는 것이 나노입자의 성장을 좌우할 정도로 열은 나노입자 제어기술에서 핵심이다.


“박사과정에서 열전달을 이용해 광섬유를 만드는 연구를 했어요. 100nm 정도 되는 실리카 입자를 만들고 녹이고 부착해서 100㎛ 광섬유를 만들었죠. 그 후 관심을 가진 입자의 크기가 수nm 수준으로 점점 작아졌어요. 서울대 부임한 이후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게 여기까지 왔네요”

 지금까지 나노입자의 성장을 제어하기 위해 실험적인 방법들을 고안하고, 이를 뒷받침할 이론적인 연구를 병행하면서 나노입자의 크기와 형상의 변화 과정을 함께 측정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부터 에어로졸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에어로졸 과학저널’(Journal of Aerosol Science)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이미 이 분야에서는 정평이 나 있다.


● 최만수 교수 약력


1980년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1982년 서울대 기계공학 석사

1987년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 기계공학 박사

1988년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 박사후연구원

1991년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기계공학 엔지니어

1991년-현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1997년-현재 나노입자 제어기술연구단 단장

2004년-현재 ‘에어로졸 과학저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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