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ege Of Engineering
서울공대 이야기

 

아래 글은 얼마전 제가 과학문화에 투고한 글입니다. 고등학생들이 현재 과학 기술이 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기술 트렌드에 맞추어 기계항공 공학부가 어떻게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서갑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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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BT, IT 기술 융합의 트렌드에 대하여


    요즘 우리 사회에는 웰빙’과 ‘명품’이라는 말이 널리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듯 하다. 필자는 소위 말하는 고지식/단순무식(?)의 공학도로서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입장은 못되지만 현재 몸담고 있는 과학계의 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는 깊이 공감한다. 웰빙과 명품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제는 먹고 살만하니 좀더 즐겁고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누려보자”는 것이 아니던가!


    21세기 과학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표되는 나노기술(NT), 생명공학기술(BT), 정보통신 기술(IT)에 대해 논하기 앞서 잠시 우리나라가 지나온 지난 30, 40년의 과학기술 역사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60, 70년대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를 벗어보고자 경제개발을 통하여 간신히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었고 바야흐로 이제 국민소득 만불을 넘어 이만불 시대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개발 초창기에는 과학 기술이라고 해봐야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필품 위주의 섬유, 화학 그리고 나라의 기간 산업 확충을 위한 건축, 토목 산업이 주류를 이루었고 서서히 중화학, 중공업 산업에 진출하여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끝에 오늘날은 자동차, 반도체, 전자 통신 산업 등이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제품들은 점차적으로 다기능화, 복합화, 집적화 되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보자. 초창기 자동차라고 하면 단순히 제대로 만들고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되었다. 자동차의 원래의 기능을 수행하기만 하면 좀 볼품이 없어도, 환경오염을 시켜도, 연비가 좋지 않더라도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자동차가 먼 길을 단시간에 수송하는 원시적인 기능 외에도 가족과 레저 생활을 하고 사람들을 쾌적하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 복잡 다양한 기능들이 부가되었다. 에어컨은 물론 오디오, 자동 항법 시스템, TV, 에어 백 장착은 기본이고 곧 있으면 음성 인식 시스템, 자동 제어 시스템이 도입되어 인간이 가만히 앉아 말만하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즉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공학만의 산물이 아니라 전기, 전자, 화학, 재료 등 수많은 학문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만들어 져야만 그 상품성을 인정 받는 종합선물세트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요즘 누구나 한대씩 가지고 있는 휴대 전화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반도체 기술과 전자통신 기술이 복합적으로 융합 되어 탄생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앞으로는 휴대 전화의 대중성을 이용한 더욱 다양한 기능이 부가된 제품이 출시될 것이다. 즉 원래 전화를 걸고 받는 원래의 기능을 충족함은 물론 개인의 신상 및 오락과 관련된 일련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다기능 제품 만이 시장에서 살아 남게 될 것이다.

일 예로, 많은 사람들이 멀지 않아 휴대폰에서 간단하게 혈당 측정도 하고 치료용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필자가 서두에서 언급한 웰빙 및 명품 문화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즉 가격이 두 배, 세 배가 되더라도 유기농 야채 및 과일을 사먹고 자기 월급의 몇 배가 되더라도 명품 구두, 명품 가방을 사고 싶은 것은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라는 원시적 기능성을 넘어, 복잡 다양한 기능성을 추구하고 싶은 현대인의 본능적인 욕구라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20세기에 전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신기술이 거의 반세기 마다 하나씩 출현했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1900년대 초 자동차가 개발되면서 인류의 생활 양식은 급격하게 변화하였다. 그 변화를 여기서 일일이 언급하진 않겠지만 자동차는 아직도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성장 동력이고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핵심이다. 그 다음 1950년 대를 전후하여 컴퓨터가 등장하였다. 컴퓨터의 등장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변화를 우리에게 가져 다 주었으며 현재 전세계 사람들의 먹거리를 해결해 준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듯 보인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50년이 채 못되어 개인용 휴대 전화가 탄생되었다. 아무도 휴대 전화가 이렇게 발전할 지 예측하지 못하였지만 이미 전세계 사람들의 경제를 책임지는 효자 산업이 된 지 오래다. 자, 그럼 다음 세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과학 기술의 도약을 책임질 기술 혹은 제품은 무엇이란 말인가? 조금만 매스컴에 귀를 기울이거나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NT, BT, IT 기술에서 다음 세대의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필자는 공교롭게도 석사와 박사과정, 또 연구원 시절을 거치면서 NT, BT, IT 기술을 두루 섭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물론 학문적인 깊이는 부끄러울 정도이지만 이 세가지 기술 분야를 맛보게 되고 관련 분야 일을 하게 되면서, 심지어 이러한 새로운 학문 간에도 융합 및 복합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어찌 보면 이미 그러한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 인간이 자신의 무한한 능력만 믿고 신을 만나고자 바벨탑을 쌓았던 그 시대. 신은 인간의 과학 능력에 놀랐고 그 대책으로 인간의 언어를 어지럽게 하였다. 아마도 인류의 언어가 하나였다면(그것이 영어이든 불어이든 우리말이든 간에) 훨씬 단기간 안에 현재와 같은 과학 발전을 이룰 수 있었으리란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학문 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아프리카에 사는 부족들과 같이 지금까지는 각 학문 분야마다 자기 부족만의 담장을 쌓고 자기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독자적인 언어와 독자적인 관습을 가지고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일 예로, 필자가 처음 바이오 관련 기술을 접했을 때 놀랐던 점은 무수하게 익혀야 할 새로운 용어들이었다. 그 기원이 라틴어인지 무엇인지는 차지하더라도 논문을 읽으면 끝도 없이 나오는 용어들 앞에 많은 고생을 하였다. 물론 지금도 새로운 용어가 나오면 사전과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있다. 어떤 경우는 심지어 같은 개념을 분야마다 다른 용어와 관습으로 사용하는 일도 허다하였다. 하지만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렀을 때 기존에 몸담았던 기술 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이른바 공통 분모를 발견하고 희열을 느낀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다시 학문간에 융합이 시도되고 다학제간(interdisciplinary) 연구가 활성화 되는 것을 볼 때 어찌 보면 역사는 순환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마치 성경에 기록되었듯이 인간이 처음에는 900살 이상으로 장수하였다가 우리나라 조선시대를 정점으로 계속 단명하였고 이제 다시 고령화사회로 들어간다는 뉴스를 들을 때 역사가 순환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어찌 되었든, 요즘 들어 국내에 불고 있는 소위 다학제간 연구는 세계적인 기술 추이를 볼 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며 향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정책 방향이다. 이미 어떤 한 분야의 독불장군식의 연구는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으며 초급을 다투는 연구에 있어 초기의 아이디어 추출(screening)과 협력 연구는 연구 성과를 결정 짓는 핵심 요소이다. 필자가 연구원으로 있었던 MIT 대학의 연구실에서는 약 20명의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연구원들이 활발하게 의견 교환을 하고 아이디어를 탐색한다. 이 중에는 하버드 대학 메디컬 스쿨에 있는 임상을 담당하는 의사로부터 화학, 생물 등의 순수이론 학자, 그리고 필자와 같이 응용에 관심이 많은 공학자가 함께 섞여 있었다. 고무적인 것은 이러한 세미나를 통하여 각 분야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여 가장 효과적이고 단시간에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가 도출된다는 점이다. 이는 각 분야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연구를 할 수 있는 자유스러운 미국의 연구풍토에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음을 느낀다. 이미 많은 대학에서 학사 과정을 개편하고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새로운 학문을 공부할 수 있는 연구 풍토가 미흡하며 다학제간 연구를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부족한 것을 느낀다. 또한 이공계 기피와 같은 맥락이겠지만 학생들이 좀더 연구와 학문에 전진할 수 있는 국가의 전폭적인 투자와 국민의 의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끔가다가 관련분야 사람들끼리 모여 학술대회를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즉 NT, BT, IT 기술의 성격상 실패 확률은 높지만 100개를 투자하여 하나만 건져도 그 부가가치 및 잠재력은 무한하다는 것이다. 지난 세기 자동차, 컴퓨터, 휴대 전화 등 전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었던 제품들은 비록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은 없지만 점점 우리의 기술 수준이 무르익어 가고 있음을 볼 때, 다음 세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부와 풍요를 안겨줄 제품이 우리나라의 기술력으로 나올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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